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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포쟁이 뚱냥조커 Jul 10. 2019

사진에세이-청주 국립 현대미술관 1층 산책하기

일년에 한두번쯤 미술관 산책하기

엊그제에 충청도의 한적한 계곡으로 공부하는 선생님들과 함께 여름수련회를 다녀왔다. 수련회라니 뭔가 거창해보이지만 그냥 대학교의 흔한 방학 엠티를 정말 오랜만에 같이 간 느낌이었다. 대부분 석사 박사 선생님들이라 노잼이면 어떡하지 살짝 걱정도 했지만 정말이지 기우에 불과한 생각이었다.



고기먹고 술먹고 물놀이하며 잘 놀다가 다음날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 일부는 2차로 놀기위해 경북 문경새재로 발을 돌리고, 일부는 시외버스를 타려고 청주 터미널로 가다가 가는길에 국립현대미술관을 발견하여 들러보기로 했다.

들어가니 관람객의 매너에 대해 고양이에 빗대어 설명해주고 있었다. 역시 고양이는 어딜가나 인기쟁이. 서울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아쉽게도 5층 전체를 돌아보지는 못했기에, 주로 1층 전시에 대해서 도슨트의 설명과 더불어 전시를 관람했다. 여기서부터는 나의 매우 주관적인 감상과 헛소리가 시작될 예정이다.


도슨트 분은 매우 친절하시면서도 적절한 성량과 목소리로 우리를 미술관이라는 숲 속으로 인도해주셨다. 관람이 끝난 뒤에 다른 선생님이 말해주시길 마치 유튜브의 Asmr 영상에 매우 적합한 능력자가 아닐까 말씀하셨고 나도 그분은 의외의 재능낭비일지도 모른다고 동의했다. 여튼 눈높이에 맞으면서도 컨셉 아트같은 전문 미술용어에 대한 깊은 내용 해설로 굉장히 멋진 도슨트 선생님이었다.


들어와서 처음 내 눈길을 끈 것은 입장하자마자 왼쪽 바닥에 놓인 전시물이었다. 호기심과 도슨트의 설명에 따라 이것을 좀더 자세히서 보니


무언가 사람형상의 인형들이었다.


제목도 바닥floor


그렇다. 수만개의 인형, 사람들이 세계의 바닥을 떠받치는 듯한 형상이었다. 민중의 세계사 책이나 내 시에서도 인용했던 브레히트의 시 어느 독서하는 노동자의 의문을 미술로 형상화한 듯한 작품이었다. 저 바닥 위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아니면 내가 지표면 위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거대한 착각이고 나도 저 바닥을 받치는 수많은 인형들 중의 하나일까.


다음으로 본 것은 한 도자기와 조각상이었다. 그런데 뭔가 그냥 조각상이나 도자기와는 다른 표면의 질감이 눈으로 보기에도 느껴졌다.

도슨트께서 이 비너스 조각상과 도자기는 바로 신미경 작가님께서 비누로 만든 것이라고 하셨다. 우리는 흔히 도자기나 조각을 영원히 소장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만들고 보관한다. 하지만 애초에 비누로 만들어진 작품은 당연히 영원하지 않다. 심지어 야외 전시를 하다가 비를 맞으면 녹아내리고 뭉그러지는 것이다. 예술이 영원성을 가진다는 것은 오래된 편견에 불과하다고 표현하는 작품이 아닐까...


위의 사진과 같이 근접해서 촬영하니 이 도자기가 비누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확실히 실감이 났다. 그 외에도 재미있는 작품이 많았는데, 너무 길어지고 사진이 많은 관계로 티저용 사진만 올려두고 내일 모레에 또 사진에세이를 올려보기로 하겠다. 비디오아트로 너무나 유명한 백남준의 작품과 페미니즘 미술을 하시는 작가님의 작품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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