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일기 160429 자작 시-잔치가 끝난 날 김치찌개
모두가 스러진 날에도 누군가는 불을 켜리라
by 스포쟁이 뚱냥조커 Jul 14. 2019
잔치가 끝난 날 김치찌개. 내 외로움 활용법 4
-Heal the world song with JH
이상하
그래 나는 알고 있어요
내가 김치 안주보다 도야지 푹 삶은 묵은지전골을
해장 술보다 소고기 푸짐한 해장국을 더 좋아한다는 것을.
외로울땐 자니? 로 시작하는 갠톡보단(먹다남긴 컵라면마냥)
수십가지 뷔페들 요란한 단톡에서 유머짤방 냥이사진을 남발하다가
맛점 굿밤 빈 잔을 외로이 삼켰다는 걸
빈 말들의 성찬이 끝나고,
각자 셈을 마치고 돌아가 나 홀로 뻗은 밤에도
어렴풋이 누군가
누군가 조용히 상을 치우고 이불 덮어준
누군가 새벽눈 뜬 시장에서 순두부를 고르고
누군가 약불로 자글자글 저어가며 김치찌개를
누군가 나를 사근히 깨워 호 호 숟가락에
그러니 대체 무슨 괜한
내가 얼굴없는 인형들과 영혼없는 발맞춤을
꼬냑 떼낄라를 즐기는 양 흘리며 가면무도회
배운 적 없는 막춤을 추다가 잠들지라도 네가
그런 남자가 아직도 남아있다는 있어야한다는
한 바보의 등에선 달큰한 김치찌개 향
/
한때 노량진에서 나만의 작은 비밀정원을 가꿨다.
쾌락주의자들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 누구보다
검소하고 절제하며 살았다는 에피쿠로스주의자들.
그들은 육체적 쾌락은 너무나 허망하게 쉽사리
그리고 순간적으로만 만족을 주었기에 거부했고,
독서와 정원가꾸기를 통해 지속적인 정신적 쾌락을
오래오래 함께 나누는 게 삶의 주제였다고 한다.
나도 그들을 흉내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들을 통해서 그들과 같이
나만의 새로운 가족을 창조하고 싶었을지도.
그렇지만 나의 오만과 무능으로 숨결이 멈추고
이제 그 옛날의 비밀정원은 되찾을 수 없는 곳.
모두가 힘겨워 잠든 밤에 누군가 일어나서
조용히 끓여준 순두부 김치찌개도 이젠 아련하다.
그치만 여전히 꿈은 도망가질 않는다.
며칠전 선생님들과 여름수련회를 다녀오면서
그 꿈의 파편들을 그만 밟아버린 걸까
새로이 또 헤매고 결국엔 찾게 되는 걸까
김치찌개를 함께 끓일 그 바보와 달큰한 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