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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예고-귀멸의 칼날은 우익? 또는 하루키의 계승?

우익이든 뭐든 논쟁전에 직접 보고 판단하기!

by 스포쟁이 뚱냥조커


이번 귀멸의 칼날 무한성 극장판에 대한 연속 후기글을 작성하는 중에, 의외의 지점에서 암초에 부딪쳤다. 다른 이들의 후기와 비평을 보려고 유튜브와 커뮤니티를 둘러보는 중에 귀칼이 다이쇼 천황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고, 이는 일본 제국주의 시절을 미화하는 우익적 색채가 있는 거 아니냐는 논란이 이전부터 이어져오다가 이번 극장판 흥행으로 다시 점화되었다는 논란.




이런 우익 논란의 가장 대표적인 증거로 탄지로 귀걸이의 욱일기 디자인이 거론된다. 만화에선 누가 봐도 명백히 일본 자위대 해군에서도 쓰는 욱일승천기의 그 깃발 디자인이고, 애니메이션에선 그보다 선이 좀 덜하지만 여전히 욱일기 느낌이 남아있다.


게다가 위의 디자인은 일본에서 방영되는 내수용 귀걸이 디자인이고, 한국의 애니맥스같이 외국에 방영되는 티비판에선 욱일승천이 아닌 산과 구름과 태양의 느낌이 나는 순화된 디자인으로 방영중인데 이러니 애니 제작사 유포터블에서도 원작 만화의 우익 논란을 의식해서 몸 사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아주 의미 없지만은 않을 듯하다.


하지만 우리는 고등학교 때 이미 사회시간에 배운 적이 있다. 토론이나 논쟁을 시작하려면 먼저 용어의 정의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애초에 우익이란 대체 무엇인가? 어느 나라에나 민주주의 체제라면 정부도 있고 의회도 있고 좌파 우파도 있는데 이것과 우익 논란은 어떻게 다른가?? 우리는 어쩌면 이전에 진격의 거인 연재 초기에 우익 논란 때처럼 일본 서브컬처에 대한 이해 부족과 일본 제국주의 시절에 대한 막연한 반감을 우익이라는 쉬운 단어로 치환하고 있는 건 아닐까?


사실은 애초에 이 귀멸의 칼날이라는 만화에서 과연 그런 우익이나 제국주의 같은 구체적 현실을 유추할 만큼의 깊은 문학성이나 작품성이 있긴 했는지부터 먼저 물어봐야 할 사항이 아닐까. 욱일기 나와서 기분 나쁘니까 아예 안 본다는 사람도 당연히 있을 수 있지만, 작품을 아예 보지도 않고 그런 비평이나 비판을 한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정당하지도 않고 논리적이지도 않다. 논쟁의 첫 번째 조건은 사실 용어의 정의보다도 비평의 대상 작품 자체를 온전히 제대로 감상한 다음에나 가능해지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던가.




그런 고민 중에 공교롭게도 이번에 네이버 치지직에서 귀멸의 칼날 티브이판 1기 26화 전체를 오늘부터 일주일간 같이 보기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소식을 받았다. 넷플릭스나 라프텔 같은 ott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도 치지직 앱만 설치한다면 무료 감상이 가능하니 이번 주말에 한번 정주행하고 판단해보시길.


이러니 마치 내가 광고라도 하는 듯한 글이지만 내가 한국 최대 플랫폼인 네이버나 세계적으로 잘 팔리는 귀멸의 칼날을 광고라도 수주받아 홍보한다면 그저 우스운 말일 것이다. 평상시에는 주로 lck 롤 경기를 보거나 글을 쓸 때 노래방송을 들으러 켜던 치지직인데 이런 초대형 인기작 애니를 가져온다니 매우 반가울 따름이다. 물의 호흡 같은 수려한 작화의 액션신과 Lisa 같은 뮤지션들이 참여한 좋은 음악들로 동서양 가리지 않고 극장판처럼 퀄리티가 높다며 평가가 좋은 티비판 애니메이션이니 이걸로 주말을 보내면 어떨까. 모두 탄지로와 함께 한 명의 귀살대가 되어 즐거운 감상의 시간이 되기를



Ps. 다이쇼 천황 시대라고 명확히 시대 배경을 기술하고 있지만 또한 작중에서 일본 정부는 귀살대와 혈귀의 존재 자체를 모른다는 이 설정은,

1968년 같은 실제 역사 배경을 제시하지만 전공투 같은 일본의 정치,사회적 현실은 철저히 무시하는 탈역사적인 스토리텔링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적인 향기가 너무나 진하게 느껴진다. 이전 글에서 다루었듯이 일본의 비평가 가라타니 고진은 하루키의 풍경 책에서 하루키 소설 인물들이 역사적 사회적 상황에서 떠나있고 내면이 없이 각자 독백만 하는 존재들이라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또한 일본의 만화 편집자이자 비평가인 오쓰카 에이지는 이 고진의 하루키 비평을 이어받아 하루키와 하야오, 일본에서 가장 세계적으로 잘 팔리는 두 거장의 작품들을 그저 이야기의 구조만 존재하는 스토리텔링이라고 분석하고 비평하는 책을 냈고 한국에도 번역이 되어있다. 이는 어쩌면 우익 논란보다는 위안부나 난징대학살의 존재를 부정하는 역사 수정주의나 탈정치 탈역사화라는 비판에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


앞으로 다음주에 귀멸의 철학 칼날의 비평 연재 글은 이러한 고진과 에이지의 비평적 관점에 입각해 전개될 예정이다... 어쩌면 올해 초 넷플릭스에서 제주도 배경으로 흥행했지만 60년대 제주도가 초반 배경인데 4.3 학살이 아예 삭제되었고, 87년에 딸 금명이가 서울대에 입학하는데 민주화투쟁이라는 역사적 배경이 그냥 지나간 채로 드라마적으로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는 폭삭 속았수다 역시, 귀멸의 칼날처럼 이런 하루키적인 탈역사적 스토리텔링의 후계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귀칼 1기의 하이라이트인 18화 19화를 보는중에 메모를 남겨본다... 주말내내 글을 쓰면서 달리면 4기까지 다 보고 만화책 23권도 정주행하면 다음주에는 연재가 가능할듯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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