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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포쟁이 뚱냥조커 Jul 31. 2019

인문학 두쪽읽기 니체23-MCU스포에세이 캡틴2

고결한 영웅의 자격과 이를 이어받는 길동무,상속자

자유로운 죽음에 대하여. 니체 전집 번역본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21-123 중에서.

 

나 너희에게 내 방식의 죽음을 기리는 바이다. 내가 원하여 찾아오는 그런 자유로운 죽음 말이다. ...




발빠른 죽음을 설교하는 자들이라도 나타났으면 좋겠다! 그런 자들이야말로 생명의 나무에게는 제때에 찾아오는 폭풍이요 그 나무를 뒤흔들어대는 자들이리라! 그런데 들려오고 있는 것은 단지 천천히 죽고 "이 땅에서의" 모든 것을 참고 견뎌내라는 설교뿐이니.


아, 너희는 이 땅의 것들을 참고 견뎌내라고 설교하고 있는가? 너희 헐뜯기나 하는 자들이여, 오히려 이 땅의 것들이 너희를 잘 참고 견뎌내고 있지 않은가!

진정, 느릿느릿 찾아오는 죽음을 설교하는 자들이 숭배하고 있는 저 히브리인은 너무 일찍 죽어갔다. 그의 때이른 죽음이 그 후 많은 사람들에게 재앙이 되고 말았으니.

저 히브리인 예수가 알고 있던 것은 히브리인들의 눈물과 우울, 그리고 착하고 의롭다는 자들의 증오뿐이었다. 그래서 죽음에 대한 동경이 그를 덮쳤던 것이다.

그가 차라리 광야에 머물러 있었더라면, 그리하여 저 착하고 의롭다는 자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었더라면! 그랬더라면 그는 삶을 누리는 법과 대지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을 것이다. 거기에다 웃음까지!

형제들이여, 내 말을 믿으라! 그는 너무나도 일찍 죽어갔다. 그가 내 나이만큼만 살았더라도 자신의 가르침을 거두어들였을 것을! 그는 그것을 거두어들일 만큼 충분히 고결했었다!


그러나 그때만 해도 그는 미숙한 상태였다. 젊은이는 미숙하게 사랑하고 미숙하게 사람과 대지를 증오하지. 젊은이에게는 정서와 정신의 날개가 아직 묶여 있어 무거운 것이다.


그러나 젊은이보다는 나이든 사내가 더 어린아이다우며 그만큼 덜 우울하지. 삶과 죽음을 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말하기에는 더 이상 시간이 없을 때 그렇지 않다고 거룩하게 부정하는 자는 죽음에 대해서도 자유로우며 죽음을 맞이해서도 자유롭다. 그런 자는 이렇듯 삶과 죽음을 받아들인다.


벗들이여, 너희 죽음이 인간과 이 대지를 에워싸고 있는 저녁놀처럼 활활 타오르기를. 그렇지 않으면 너희의 죽음은 실패로 끝난 것이리라.


나의 벗, 너희가 나로 인해 이 대지를 더욱 사랑하도록, 나 그렇게 죽고 싶다. 그리고 나 나를 낳아준 대지의 품 속으로 돌아가 편히 쉬고 싶다.


진정, 차라투스트라에게는 목표가 하나 있었다. 그는 그의 공을 던졌다. 그러니 벗들이여, 나의 목표를 상속할 자가 되도록 하라, 나 너희에게 황금빛 공을 던지노니.


벗들이여, 나 무엇보다도 황금빛 공을 던지는 너희 모습이 보고 싶구나! 그래서 나 이 땅 위에 조금 더 머물고자 하니 나를 용서하라!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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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자격. 자기희생의 덕목에 대해서는 지난 글에서 다루었다. 그 누구도 신이 아닌 이상 죽음 자체는 피할 수 없는게 대지의 진실이라면, 자신이 스스로 선택하고, 그를 기리는 타인들이 의지를 상속하겠다는 굳은 언약을 하는 죽음이야말로 영웅의 자유로운 죽음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수류탄이 터지려고 하자 모두가 도망가는 가운데 홀로 온몸을 던지는 브룩쿨린의 말라깽이 스티브 로저스는 실로 슈퍼히어로 이전에 이미 선한 정의감으로 가득한 히어로였던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그런 스티브의 의지를 이어받은 자, 캡틴  정신의 상속자라고 봐도 무방한 또다른 영웅 페기 카터와 스티브 하워드에 대해서 주로 이야기해보자




슈퍼솔져 혈청 실험이 성공하지만 처음에 캡틴 아메리카는 다소 우스꽝스런 위문 공연을 하는 전쟁용 광대가 된다. 이는 캡틴 아메리카가 전쟁 중에 만들어졌다는 역사적인 탄생과, 정치적으로 만화 캐릭터가 이용되었던 과거에 대해 마블의 반성과 풍자가 들어있기도 하다. 그리고 이는 캡틴아메리카2 윈터 솔져로 가면서 더더욱 국제 정세에 대한 문제의식과 닿게 된다. 니체도 이전 1부에 전사와 전쟁에 대해 말하면서 국가라는 새로운 우상을 조심하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사실 캡틴 아메리카는 분명 미국이라는 우상을 위해서 창조된 캐릭터였고, 이에 대해서 스스로 비판하고 벗어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으리라.






허나 그후 친구 버키 병장을 구하기 위해서 직접 유럽 전선에서 활약할 기회가 주어지고, 페기 카터와 하워드 스타크의 도움아래 냥 덩치좋은 선전용 광대가 아닌 진정한 '캡틴'으로 인정받게 된다. 이는 버키와 페기, 하워드 같은 니체가 강조한 길동무가 아니었으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허나 계속 하이드라와 전투를 벌이던 중에 캡틴은 가장 친한 친구 버키를 열차에서 잃어버리고, 실의에 빠지나 페기의 사랑으로 다시 의욕을 찾고 마침내 하이드라, 나치의 발키리 계획을 알아낸다.



그러나 캡틴은 숙적 레드스컬을 제압하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이대론 발키리가 도시 하나를 날려버릴 위기에 봉착하고, 결국 이 폭격기를 그린드로 몰고 가며 페기와 마지막 대화를 나눈다. 슈퍼 혈청을 맞기 전에도 영웅이었던 그는 자신의 마지막까지 자기 희생을 실천하는데 아무 거리낌이 없었던 것이다. 안타까웠던 것은 단 하나, 페기 카터와 데이트 약속을 했었는데 그걸 지키지 못하게 되었다는 아쉬움... 니체가 그렇게나 기독교에 대해서 비판하는데도 불구하고 히브리인 예수가 너무 일찍, 젊어서 죽었다는 것에 대해서 안타까워 하고 고결한 존재인 그의 이른 죽음이 재앙이 되었다고 말하듯, 스티브 로저스의 이른 죽음도 그러했다. 그리고 하워드 스타크는 젊은 영웅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 죄책감으로 인해, 이 퍼스트 어벤저와 어벤저스 1편 사이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에이전트 카터에서 큰 실수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하이드라의 잔당 중 한명 펜호프, 그의 일종의 최면술로 인해 하워드는 그린란드에서 행방불명된 스티브 로저스를 되살릴수 있다는, 과거 자신의 실수를 되돌릴 수 있다는 망상 속으로 빠진다.  그러나 이는 하이드라의 계략으로 사실 하워드의 헬기는 뉴욕 상공이었고, 이대로라면 도시 시민들에게 독가스를 살포하기 직전인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이미 지나간 후회스런 과거를 바꿀 수 있다는 달콤한 망상. 만약 조금이라도 그런 가능성이 있다면 그 어떤 인간이 그런 도박을 완전히 뿌리칠 수 있겠는가. 공학으로는 세계적인 천재인 하워드 스타크 또한 그러했고 최악의 실수 바로 앞까지 갔지만 다행히도 그에겐 페기 카터라는 길동무가 있었다.


 그리고 이 둘은 니체의 표현을 빌리자면 황금빛 공을, 캡틴 스티브 로저스가 던진 황금빛 공을 이어받은 상속자인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리고 카터의 에이전트 조직은 후에 닉 퓨리와 콜슨의 쉴드로 이어지고, 하워드 스타크는 토니 스타크를 낳아 키우고 심지어 아이언맨2에 나오듯이 미래의 토니를 위해 아크원자로 대체물질을 남겨준다. 캡틴에게 받은 황금빛 공을 또한 후세에게도 던져준 것이다.


니체가 말한대로 인간은 자기를 극복하는 존재 위버멘쉬를 낳아야 하는 존재라면, 카터와 하워드야말로 바로 그런 인간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이 둘은 캡틴의 죽음이라는 안타까운 사건으로부터 의지를 상속받은 자였던 것이다. 니체가 말한 진정한 , 길동무란 바로 이런 사람이 아닐까. 그렇기에 60년이 넘게 지나 해동된 스티브 로저스가 깨어나자마자 제대로 던진 한 마디, 이 영화의 마지막 대사는 캡틴 2편 3편 후속영화를 보고 나서야 더더욱 절실히 다가온다. 왜 스티브가 그렇게 버키에 집착하다시피 했는지... 차라투스트라 뿐만 아니라 누구나, 이 외롭고 힘겨운 삶을 걸으려면


 길동무가 필요하니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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