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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포쟁이 뚱냥조커 Aug 01. 2019

FM게임속 우연3 유벤투스의 날강두.J 참교육일기

게임의 순기능-폭력성과 분노의 카타르시스 장치


날강두와 ㅇㅂ투스의 노쇼 만행에 대해서 하루가 다르게 뉴스가 늘어나고 분노가 사그라들기는 커녕 오히려 더 커지며 세계적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언론기사에 따르면 유벤투스는 부회장 네드베드 나서서 팀 차원에서 호날두를 설득, 심지어 팀을 위해서가 아니라 크리스티아누 너 자신의 이미지와 널 보러온 한국 팬들을 위해 제발 뛰어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설득에도 호날두가 일방적으로 출전을 거절했다며 주최 기획사인 더 페스타를 통해 열심히 언론 플레이중이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정말 날강두는 프로의식이 빵점이고 지 몸만 피곤한 줄 아는 XXX에 불과할 것이다. 똑같이 중국에서 풀타임 경기를 뛴 베르나르데스키 같은 동료는 대체 뭐가 되는가?



 하지만 그래봤자 그 ㅇㅂ 부회장 네드베드가 한국 케이리그 올스타 팀과의 경기시간을 80분으로 축소하자느니 킥오프를 한시간 늦추자고 했다느니 요구를 안 들어주면 심지어 경기를 보이콧한다느니 상상도 못할, 한국 축구와 팬 자체를 무시하는 갑질 만행을 저질렀다는 팩트는 사라지지 않는다. 원래 갑질은 돈을 주는 쪽에서 무리한 요구를 저질러서 갑질인데 돈 받고 친선경기 뛰러 온 유베 쪽에서 갑질을 했으니 이것도 참 웃기는 노릇이다. 역시 현실의 권력관계는 단순히 자본의 크기나 갑을 관계로만 정해지는게 아니라, 다양한 권력 갈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이번 날강두 노쇼 사태로도 알 수 있는 게 아닐까. 어떤 분석에서는 유벤투스의 무리한 아시아 투어 일정으로 인해 날강두가 총대를 매고 일종의 선수 파업을 감행했다는 주장도 있나, 아무런 근거도 없이 아직도 날강두 팬을 포기하지 못한 한 사람의 그야말로 뇌피셜에 불과할 뿐이다.





이런 와중에 챔피언스 리그 8강전에서 유벤투스를 만난 나의 팀 에버튼. 가 하는 풋볼매니저2012의 게임 시계는 어느새 2035년. 2011년부터 레알에 있던 날강두는 당연히 은퇴했다. 재미있게도 이 게임은 2011년에 만들어진 꽤 오래된 게임인데도 불구하고, 여기서도 호날두는 레알에서 계속 뛰다가 레전드로 명예롭게 은퇴... 할리가 없이 나이 서른을 넘어가고 벤치로 밀리기 시작하자 레알에서 다른 팀으로 이적했다는 것이다. 



내 게임에선 유벤투스가 아니라 놀랍게도 맨유의 라이벌 리버풀로 이적했다는 차이는 있지만, 날두가 맨유 시절에도 레알 마드리드를 드림 클럽이라 말해왔음에도 그가 한 팀에서 오래 뛰다가 서브 벤치로 만족하고 은퇴할 정도로 충성심있는 선수가 아니라는 것. 이걸 에펨은 이미 2011년에 꿰뚫어봤다는 점은 게임 제작진에게 놀라움을 넘어 조금은 무서움까지 느껴졌다. 역시 그래픽이 10년째 제자리라는 최악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장수하고 사랑받는 데이터기반 게임은 그만한 이유가, 디테일이 있는 법이다. 여튼 날강두 뿐만 아니라 ㅇㅂ투스에 대한 짜증과 분노가 치솟아오르던 나는 감독으로서 전력차이도 있겠다 과감히 1차전 대량득점을 위해 2 4 4 라는 미친 전술로 게임을 시작해보기로 했다.




이러자 당연히 경기는 킥오프 휘슬이 불리자마자 다이나믹하게 시작했다. 에버튼의 선축으로 우리 선수들은 일제히 유벤투스 진영으로 올라갔지만 아뿔싸 패스 흐름이 한번 차단되자 곧바로 유벤투스의 역습... 그리고 날강두의 아들 중 유일하게 축구선수도 성공중인 날강두 주니어가 이 역습의 최전방에서 우리 골키를 향해 미친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골키퍼의 혹시 모를 야신같은 선방을 기대했지만 호날두 주니어는 이런 쉬운 기회를 놓칠 정도로 바보같은 선수가 아니었다. 아닌 말로 이런 기회라면 관짝에 들어가기 직전인 날강두 할아버지나 할머님이 오셔도 충분히 골을 넣을 수 있는 그야말로 결정적인 쉬운 찬스. 당연히 선제골이 터졌고 나는 내가 너무 흥분해서 오만했던가 감독 실격인가 고민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런 고민이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전반 4분에 동점골! 그리고 전반이 끝나서 내가 감독으로서 라커룸에서 한바탕 호통을 치기 전에 이미 오웬이 역전골을 넣어버렸다. 역시 수비를 포기한 닥치고 공격 전술이 적어도 게임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지는 않은 법. 그리고 더 놀랍게도 홈에서 선제골을 먹혔다는 현실에 감독 못지않게 분노한 팬들 덕분인지, 아니면 너무나 열정적인 레전드 주장 마이클 오웬의 독려 덕분인지 선수 전원이 자극을 받고 동기부여한 상태로 변해서 미친듯이 공격 공격 또 공격 골을 넣기 시작했다. 심지어 유벤투스는 압박감을 버티다가 무너져버리고 자책골을 기록해버린다.






그리고 이렇게 결과는 압도적인 5대 1 역전승. 구디슨 파크에서 벌어진 이른바 열광적인 홈팬들의 홈빨이라는 장점이 있었다고는 해도 엄청난 승리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유벤투스에게 원정골을 내준 점이 2차전에서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겠냐는, 나름 날카로운 기자의 질문도 있었지만 난 웃으면서 노코멘트로 일관하며 상관없다고 답해주었다. 그리고 일주일 뒤 토리노의 유벤투스 홈 델레 알피 구장. 6만명이 넘는 만원 관중이 몰려왔지만... 에버튼의 역전의 용사들은 이미 맨유의 홈 올드 트래포드의 9만 관중이나 지역라이벌 리버풀의 신축 홈구장, 스티븐 제라드 필드의 8만 훌리건들이 벌이는 온갖 방해공작과 저주에도 리그에서 이미 익숙한, 그야말로 고일만큼 고인물인 석유 그 자체인 프로 선수들이고 트레블 멤버들이다. 그리고 진정한 매운맛이 시작된 참교육의 결과는...





오히려 유벤투스는 1차전의 5 대 1 이라는 점수차를 너무 의식한 나머지 수비를 사실상 포기해버렸고, 그 결과 그들의 홈경기인데도 불구하고 1차전보다도 더 처참한 결과와 경기력을 보여줬다. 1차전 2차전 총합 10대 1. 챔피언스 리그 토너먼트의 역사에 남을 토리노의 비극이다. 이쯤되니 이제 좀 내 안에 묵힌 마음이 분노가 조금은 내려는 느낌이었다. 마치 고기뷔페에서 과식하고서 사이다를 마신듯한 청량감...



물론 이것은 자기만족에 불과하다. 하지만 역으로 원래 게임은 자기만족이 기본 목적인 매체가 아닌가.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을 쓴 2000년 이전 기원전 시절에도 이미 예술의 기능으로 카타르시스, 배설이면서 동시에 정화라는 오묘한 이치를 말하지 않던가. 다만 고대 시절이나 지금 21세기에나 예술 교육엔 상당한 돈과 시간이 들어가기에 예술을 제대로 즐기고 향유하려면 적지 않은 투자와 여유가 필요하다. 어쩌면 게임은 그런 투자와 여유가 없이도 훨씬 진입장벽이 낮으면서도 자기가 직접 참여와 창작이 가능한 쌍방향 매체이기에 21세기에 점점 더 종합 예술로서 인정받고 더 많은 자본이 몰려드는 게 아닐까.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라고 들뢰즈였던가 어떤 현대철학자가 말한 바 있었다. 그건 20세기의 예언이었고 이제 21세엔 이렇게 말해야 할 것이다. 세상은 언젠가 게임이 될 것이다. 아니 이미 그렇게 되고 있다고...


이런 게임의 미학과 철학적 고찰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처참히 무시당하고, 오히려 자녀의 공부를 방해하는 주된 중독 요인으로 꼽히면서 심지어 이런 게임중독에 세금을 걷어야 하나 라는 주제로 공중파 방송에서 백분 토론도 열리는 것이 한국의 처참한 현실이다. 언젠가 이에 대해서도 제대로 글을 쓰게 될 것이다. 그리고 밑의 더 남은 화제거리에 대해서도 또 글을 쓰게 되리라... 일단 이 글은 여기서 안녕 안녕 또 안녕히.



케파 첼시 골키퍼 승부차기 교체거부 사태

유베의 날강두 아시아투어 출전거부 사태...


둘 다 감독은 사리. 과연 그냥 우연일까?





모두모두 일터에서 '날두' 하는 날이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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