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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포쟁이 뚱냥조커 Aug 04. 2019

인문학 두쪽읽기 니체25-마블 스포에세이 어벤저스1

자기 희생을 실천한 영웅 콜슨. 그의 의지를 이은 어벤저스



벗에 대하여 93-95p

 


사람은 자신의 벗에게서 최상의 적을 찾아내야 한다. ...

네가 벗을 위해 아무리 아름답게 꾸민다 해도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너는 너의 벗에게 위버멘쉬를 향한 화살이 되고 동경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너는 네 벗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를 보기 위해 일찍이 잠자고 있는 그의 모습을 들여다본 일이 있는가? 잠들지 않았을 때의 네 벗의 얼굴, 그것은 무엇인가? 면이 고르지도 온전하지도 못한 거울에 비친 네 자신의 얼굴이렷다.

너는 일찍이 잠자고 있는 네 벗의 모습을 들여다본 일이 있는가? 그 생김새를 보고 기겁을 하지는 않았느냐? 오, 나의 벗이여, 사람은 극복되어야 할 그 무엇이다.

벗이라면 마땅히 미루어 짐작하는 일과 침묵하는 일에서 대가여야 한다. 너 모든 것을 보려고 해서는 안 된다. 너의 벗이 깨어 있을 때 무엇을 하는지는 너의 꿈이 대신 보여주어야 한다.

너의 연민은 미루어 짐작하는 일에 능해야 한다. 우선 너의 벗이 연민의 정을 원하는지를 알아낼 수 있도록, 너의 벗은 너의 불굴의 눈길과 영원한 시선을 사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벗에 대한 연민은 딱딱한 깍지 속에 감추도록 하라, 너 그것을 깨려다 이빨 하나쯤은 부러뜨려야 할 것이다. 그래야 그것은 섬세하고 감미로운 맛을 낼 것이다.

너는 네 벗에게 맑은 대기이자, 빵이자 영약인가?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고리조차 풀지 못한다. 그런데도 벗에게는 구세주가 되지.

너는 노예인가? 그렇다면 벗이 될 수 없다. 너는 폭군인가? 그렇다면 벗을 사귈 수 없다.

여인의 가슴속에는 너무도 오랫동안 노예와 폭군이 숨어 있었다. 그래서 여인은 아직도 우정을 나눌 줄 모른다. 사랑을 알 뿐이다.

여인의 사랑에는 사랑하지 않는 모든 것에 대한 불공평과 맹목이 깃들어 있다. 심지어는 여인들의 분별력 있다는 사랑 속에까지 빛과 함께 예기치 못한 기습과 번개의 밤이 깃들어 있으니.

여인에게는 아직도 우정을 나눌 능력이 없다. 여인들은 여전히 고양이며 새다. 기껏해야 암소 정도다.

여인에게는 아직도 우정을 나눌 능력이 없다. 그러나 사내들이여, 말해보아라, 너희 가운데 우정을 나눌 능력을 갖고 있는 자는 누구지?

사내들이여, 오, 너희 영혼이 어찌도 그리 구차하며 인색한가! 너희가 너희의 벗에게 얼마를 주든 그 정도라면 나 나의 적에게 주고 싶다. 그런다고 나 더 구차해지는 것도 아니리라.

동료애라는 것이 있다. 그렇다면 우정이라는 것도 있기를!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벗을 위해서는 벗에게 전쟁을 걸고, 벗을 적으로 만들 수도 있어야 한다고 니체의 문학적 분신 차라투스트라는 지난 글에서 말했다. 우리는 흔히 친구를 적과 반대편에 있는 존재로 생각하지만 니체는 진정한 벗이란 각자 서로의 신념과 가치를 위해서 싸울 줄도 아는 존재라고 말하는 것이다. 심지어 니체는 자신의 벗에게서 최상의 적을 찾아낼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최상의 벗과 최상의 적은 다르지 않다는 이 이야기는 마치 캡틴 아메리카 2와 3를 예고하는 말 같기도 하다.


하지만 한국어로도 벗은 가까이 두고 오래 사귄 친구라는 뜻이 있지 않던가. 어벤저스 1편의 초반부에서 토르 아이언맨 캡틴같은 쟁쟁한 슈퍼히어로들은 아직 서로를 잘 알지 못하기에 갈등하고 부딪친다. 그 틈을 노려 붙잡혔던 아스가르드의 빌런 로키는 쉴드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콜슨 요원은 아무런 슈퍼 파워도 없지만 로키를 저지하려다가 최후를 맞는다...





콜슨은 죽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자신의 죽음이 어벤저스를 뭉치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유언을 남긴다. 그리고 쉴드의 국장인 닉 퓨리는 죽기전 콜슨의 주머니에 이것이 들어있었다면서 사인받지 못한 카드를 캡틴에게 건넨다... 이로 인해 중구난방 오합지졸 같았던 어벤저스 멤버들은 각성하게 되며, 콜슨의 위대한 자기희생의 의지를 이어받아 진정 영웅스러운 면모를 발휘하게 된다.






콜슨은 캡틴이 깨어나기 이전에도 캡틴의 팬이었고, 동면에서 깨어난 그를 처음 만나자 마치 좋아하는 연예인을 만난 사생팬처럼 감격을 감추기 어려워했다. 신과 작전을 같이 하게 되어 너무나 영광스럽고 당신의 슈트를 자신이 개량했다면서. 그리고 전쟁하다가 70년 지나 깨어나보니 우리편이 승리해서 이젠 자기 삶의 목적을 모르겠다는 캡틴 아메리카에게, 콜슨은 이렇게 혼란스러운 지금이야말로 당신같은 구식 영웅이 필요하다고 말해준다.




이는 마치 너는 너의 벗에게 위버멘쉬를 향한 화살이 되고 동경이 되어야 한다는 니체의 말을 떠올리게 한다. 그렇기에 콜슨은 로키같이 자기가 감당할 도리가 없는 빌런에게도 자기 한계를 넘어 과감히 달려들었고, 결국 자기희생을 각오해서라도 인류의 위기를 구해야 한다는, 지난 글에서 니체가 말한 상속자의 의지 담긴 황금빛 공을 어벤저스 멤버들에게 던 게 아닐까.




사실 이런 콜슨 요원의 희생 이전에도 닉 퓨리는 알고 있었다. 헐크를 비롯해 토르 아이언맨 캡틴 블랙위도우 호크아이 등등이 사실 매우 독립적인 성격이고 팀으로서의 균형도 맞지 않는다는 것. 마치 리오넬 메시는 현 시대 세계 최고의 훌륭한 축구선수라는 것을 호날두 팬 외에는 아무도 부정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메시같은 훌륭한 공격수 11명으로 팀을 만들면 좋은 팀이 될리가 없는 것이다. 메시가 누구처럼 자기 골만 넣고 싶은 이기적인 선수는 아니지만, 너무나 공격적인 성향이고 키나 몸싸움 같은 피지컬적 요인이 상대 선수를 수비하기엔 좋은 선수가 아니니까.


니체도 네가 폭군이라면 벗을 가질 수 없고, 네가 노예라면 친구가 되어줄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를 따라 좀 비약해서 심하게 말하면 어벤저스 1의 캡틴은 무조건 국가와 쉴드의 명령을 따라야 한다고 보는 군인, 노예였고, 반대로 토니 스타크는 국가건 뭐건 아무것도 믿지 않으며 자기 마음대로만 행동하는 사고뭉치 폭군이었다.

하지만 이런 균형이 안 맞는 어벤저스 멤버들이 하나로 뭉칠 동기부여가 주어진다면 충분히 하나의 팀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닉 퓨리는 마치 축구감독처럼 내다보았고, 콜슨의 희생이라는 동기부여로 이 예측은 진실이 된다. 심지어...




전쟁을 겪은 캡틴이 그렇게나 강조한 가치인 희생정신을 대놓고 무시하며 합리적으로 해결하면 되지 않냐고 말하던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가, 콜슨의 희생에 감명받았는지 뉴욕에 날아오는 핵미사일을 스스로 지고 외계우주로 날아간다... 


어쩌면 이 순간이 토니 스타크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지속적으로 말하는 영웅의 형상에 정말로 다가선 순간이 아닐까, 나는 생각한다. 아이언맨 1에서 토니는 무기장사에 대해 반성하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스스로에게 위협이 왔기에 가능했고, 아이언맨2에서는 약물 중독으로 고생하다가 자기와 같은 성능의 무기를 가진 빌런때문에 스스로의 오만함을 반성하고 아버지 하워드 스타크의 유산을 받아 자기 자신을 극복할 수 있었다. 영웅의 자격이라 할 수 있는 자기희생의 정신을 스스로 실천한 것은, MCU 전체에서 이때가 토니 스타크에게 처음이 아니었을까.


니체는 글의 마지막에서 여인에게는 아직도 우정을 나눌 능력이 없다고 한탄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내들은 우정을 나눌 능력이 있는가?니체가 보기엔 사내들의 영혼도 참으로 구차하고 인색했다. 마치 콜슨의 희생 전에 스티브 로저스와 토니 스타크가 유치하게 언쟁을 했듯이. 그럼에도 니체는 동료애라는 것이 있다면 벗 사이의 우정도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이전에 다룬 글인 베푸는 덕에 대하여 와도 연결시켜서 이해해 볼 수 있으리라. 그리고 콜슨 요원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자기 생명을 베풀어서 결국 미국 뉴욕과 어벤저스 뿐만이 아니라 세계를 구한 것이나 다름없다. 콜슨이야말로 니체가 말한 자기 자신을 극복하여 베푸는 덕을 행하는 위버멘쉬에 다가간 존재였던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 어벤저스1편은 유독 아이언맨의 비중이 많다고 해서 아이언맨 2.5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하지만, 콜슨의 희생 이후로 진정한 어벤저스 멤버들이 각성하고 단결한다는 것을 볼때 이렇게 부제를 달아도 무리없지 않을까, 생각하며 글을 마친다.


Avengers 1

-The Agent Coulson sa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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