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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포쟁이 뚱냥조커 Aug 06. 2019

인문학 두쪽읽기 니체26-마블 스포에세이 어벤저스2

캡틴은 언제부터 묠니르를 들 수 있었을까?


고매하다는 자에 대하여  


...


나 오늘 어떤 고매하다는 자, 어떤 엄숙한 자, 정신의 참회자를 보았다. 그 추한 꼴에 내 영혼이 어찌 그리 웃어대던지!

숨을 잔뜩 들이마신 자처럼 가슴을 부풀린 채, 그 고매하다는 자는 그렇게 말 없이 서 있었다.

사냥에서 잡은 볼썽 사나운 진리로 치장을 하고 갈기갈기 찢긴 옷을 겹겹이 겹친 채 말이다. 거기에다 많은 가시덩굴이 그의 몸을 휘감고 있었지만 장미는 볼 수가 없었다.

그는 어떻게 웃어야 하는지를, 무엇이 아름다움인지를 앚기도 터득하지 못했다. 그리하여 이 사냥꾼은 시름에 잠긴 채 깨침의 숲에서 돌아온 것이다.

들짐승과 한바탕 하고서 말이다. 그 엄숙한 얼굴에 아직도 한 마리의 들짐승이, 극복되지 못한 들짐승의 모습이 어른대고 있구나!

여차하면 덤벼들려는 호랑이처럼 그는 여전히 그곳에 그렇게 서 있다. 그러나 이처럼 긴장하고 있는 영혼을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잔뜩 움츠리고 있는 것도 하나같이 내 취미에 맞지 않고.

벗들이여, 취향과 미각에 대해서는 이러쿵저러쿵하는 게 아니라고 하려는가? 일체의 생명이 취향과 미각을 둘러싼 투쟁이거늘!

취향. 그것은 저울추인 동시에 저울판이요 저울질하는 자다. 저울추와 저울판, 그리고 저울질하는 자와의 실랑이 없이 삶을 영유하고자 하는 일체의 생명체에게 화가 있을 지어다!

저 고매하다는 자가 자기 자신의 고매함이란 것에 싫증을 느끼게 될 때, 그때가 돼서야 그가 지닌 아름다움은 고개를 들 것이다. 그러고 나서야 비로소 나 그를 음미할 것이며, 그 진가를 찾아볼 생각이다.

그리고 저 고매하다는 자가 자기 자신에게 등을 돌릴 때, 그때가 되어서야 그는 그 자신의 그림자를 뛰어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진정! 자신의 태양 속으로 뛰어들게 될 것이다.

저 정신의 참회자는 너무 오랫동안 그늘 속에 앉아 있었고, 그 때문에 그의 볼에서 핏기가 가셨다. 그리고 이것저것 기다리느라 굶어 죽을 지경이 되었다.

그의 눈에는 아직도 경멸이 서려 있다. 입가에는 역겨움이 감추어져 있고. 또 지금 쉬고는 있지만, 그는 여지껏 양지에 앉아 휴식을 취한 적이 없다.

그는 수소처럼 행동해야 했다. 그의 행복은 이 대지를 경멸하는 악취가 아니라 대지의 향기를 내뿜어야 했고.

나 흰 수소가 되어 숨을 몰아쉬고, 울부짖어가며 쟁기를 끌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고 싶다. 그리고 그의 울음소리가 지상의 모든 것을 예찬하는 찬가가 되기를 바란다!

그의 표정은 아직도 어둡다. 손 그림자가 그의 얼굴 위에서 춤을 추고 있는 것이다. 그의 눈빛 또한 여전히 그늘져 있고.

아직은 그의 행위 자체가 그를 덮고 있는 그늘이다. 손이 그 행동하는 자를 어둡게 만들고 있으니. 그는 아직도 자신의 행위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내 본래 그의 수소 목덜미를 좋아하긴 하지만, 이제는 천사의 눈동자도 보고 싶다.

그는 그 자신의 영웅적 의지도 잊어야 하리라. 고매한 자가 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고양된 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의지가 박약한 그를 하늘의 에테르가 드높여주어야 하리라!

그는 괴수들을 제압하고 수수께끼도 풀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그 자신의 괴수들과 수수께끼를 구제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 저들을 천상의 어린아이로 변화시켜야 하는 것이다.

그의 깨침, 그것은 아직 웃음을 배우지 못했고 시샘 없이 존재하는 법도 터득하지 못했다. 그의 세찬 열정은 아직도 아름다움 속에서 진정되지 않고 있고.

진정, 그의 열망이 포만감이 아니라 아름다움의 경지에 이르러 침묵하고 침잠하기를! 우아함이란 것은 위대한 사상을 갖고 있는 자의 아량에나 속하는 것이다.

팔을 머리 위에 얹고, 영웅은 그렇게 쉬어야 하며, 그렇게 그 자신의 휴식까지도 극복해야 한다.

그러나 영웅에게는 아름다움이란 것이 그 어느 것보다도 도달하기 어려운 경지다. 온갖 격렬한 의지로도 얻어낼 수 없는 것이 아름다움이다.

약간의 넘침, 약간의 모자람, 여기서는 이것이 더 많은 것이며 더없이 많은 것이다.

고매하다는 자들이여, 근육의 긴장을 풀고 의지의 고삐를 푼 채 그렇게 서 있는 일이 너희 모두에게는 더없이 어려운 일이리라!

...









/







니체는 엄숙하고 고매한 척 하는 자들을 비웃는다. 정신을 참회한다는 자들은 도대체가 아름다움이 뭔지를 모른다고. 그런데 니체는 이전에 예수를 고결한 존재라고 칭하면서 그가 너무 일찍 죽었다면서 안타까워 하지 않았던가? 고매한 엄숙함과 아름다움을 다르게 보는 니체의 이런 미학적 관점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는 이전에 읽은 자유로운 죽음에 대하여 장과 연관시키지 않으면 해석이 매우 난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니체는 죽음을 설교하는 자들을 분명한 어조로 비판하지만 죽음 자체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기에 이 또한 아모르파티. 우리말로 운명애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본다. 마치 김연자 가수의 아모르파티 노래를 부르듯이 삶 자체가 하나의 축제라면 죽음도 그 삶의 일부이니, 우리는 죽음에 대해 비장하고 엄숙하게만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죽은 자의 의지를 이어받는 하나의 축제로서 장례식을 열어야 한다고 니체는 말했다.



어벤저스의 수많은 영웅 중에서 가장 엄숙하고 고매한 정신을 갖고 있는 이라면 두말할 필요도 없이 캡틴 아메리카 스티브 로저스일 것이다. 나치와의 전쟁 중에 최초의 슈퍼히어로가 된 그는 누구보다도 희생정신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기에 니체가 말한 베푸는 덕을 실제로 실천했던 영웅이다. 허나 전쟁터에서만 살았다가 70년뒤에 깨어났기에 그의 마음은 늘 전쟁터에 머물러있다. 심지어 어벤저스2 초반부에서 적의 본거지를 소탕하고 파티를 여는데도 그는 일단 몸부터 슈퍼솔져 혈청을 맞았기에 취하지도 않는다. 웃고 즐기고 싶어도 신체가 잘 따라주지 않는 것이다.



토르는 파티중에 장난으로 묠니르를 들어보라며 어벤저스 멤버들에게 권한다. 토니는 이걸 들면 아스가르드의 통치권을 얻게 되나면서 슈트까지 일부 장착해서 힘써보지만 묠니르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묠니르는 스스로 주인을 선택하는 무기이고 토르의 말처럼 worthy, 자격이 있는 사람만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영화관에서 본  번역에서는 고결한 사람이 들수 있다고 나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뜻이 아주 안 맞지는 않지만 오역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캡틴이 와서 묠니르에 힘을 주니 토니와는 달리 묠니르가 살짝 움직이고 토르는 기겁할듯이 놀랐지만 안 놀란 척 하느라 진이 빠진다. 루소 감독은 후에 추가 코멘터리로 이때 이미 캡틴은 묠니르를 들 수 있었지만 토르의 자존심을 배려해서 들지 못한 척 연기를 한 것이라고 한다. 참으로 영웅의 자격이 넘치는데도 불구하고 동료에 대한 배려가 넘치는 캡틴다운 장면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지금 파티 중인데도 불구하고 캡틴은 너무나도 엄숙하고 진지하다. 그리고 이런 면을 어벤저스2의 빌런인 울트론은 대놓고 꼬집는다.



차라투스트라가 그는 이미 거대한 괴수를 무찌르고 수수께끼도 풀었다고 말한 것처럼, 고매한 캡틴은 이미 2차 세계대전중에 나치를 무찌르고 한번 지구를 구한 영웅이다. 심지어 어벤저스1에서 외계 침략자 로키와 치타우리 군대로부터 또 한번 뉴욕에서 세계적 위기를 구해냈으니 실로 엄청난 영웅, 한국으로 치면 이순신 장군이 환생해서 다시 한번 외적을 막아낸 것과 같은 환호를 받았음이 틀림없다. 그러나 그는 자기 안의 괴수와 수수께끼를 풀어내고 싸울 수 있을까. 로저스 본인이 계속 회피해왔던 문제를 울트론이 정확히 지적했기에 그는 잠시나마 흔들린게 아닐까.



게다가 어벤저스1부터 드러난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와의 갈등은 2에서 더더욱 표면화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토니가 악한 마음이나 단지 이기적인 마음으로 일을 벌린 것도 아니다. 과연 캡틴은 토니와의 갈등을 어떻게 극복하고 차라투스트라가 말하는 것처럼 천상의 어린아이가 되어 웃을 수 있을까. 과연 로저스는 니체가 말한  영웅 이상의 아름다운 영웅이 될 수 있을까. 이를 살펴보기 위해 다음 글부터는 캡틴의 반대항에 있는 또다른 슈퍼히어로. 아이언맨의 시작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하자. 어쩌면 토니 스타크는 이미 웃음에 대해 체득하고서 빌런인 울트론조차 논쟁을 거는 영웅의 자격을 얻어가는 새로운 형태의 영웅이 아닐까?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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