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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울어줄 친구도 가족도 없는 저녁, 순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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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쟁이 뚱냥조커
Aug 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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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대국 / 반백수 이상하
이 그지없이 소박한 나라.
아, 이 푸짐한 나라는 무엇인가
뽀얀 국물바다위 송송파, 남해안 섬들마냥 떠다니고
조금만 파내면 신대륙의 수육들이 노다지로 솟아오르고
짭짤하게 아삭거리는 김치와 양파절임 또 입으로 쏙
약주 한두잔만 홀리다보니 아뿔사 맙소사
동맹국인 술국을 부르고야 마는 든든한 나라. 나의 왕국.
들큰하게 어지럽게 내 나라에서 병신춤 한가락 추자꾸나
푸지게 손가락을 놀려보자 순대국의 깃발을 휘휘 저어보세
아, 그대도 오셨습니까
푹푹 눈이 나리는데 순대국에서 같이 한 잔 추시렵니까
/
모든 것이 싫은 날이 있다
머피의 법칙이라는 오래된 이야기처럼
하는 일마다 꼬이고 틀어지고 망해버리는 하루.
딱히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그래서 누구에게 분풀이하기도 어렵다 그러니
난 그런 날에 익숙한 순대국밥을 먹으러 간다.
저 순대국을 먹고 사진을 찍은 날이 그런 날이다
날은 너무나 덥고 내 방은 습기가 가득차고
그런 와중에 주휴수당 받아보겠다고 물류창고에
5일 내내 연속으로 야간 근무를 뛰어봤다.
당연히 모든 의욕이 사라진다.
상사나 동료를 원망하고픈 마음조차도 부스러지고
그저 터덜터덜 지하철 첫 차를 기다리다가 거리를
거리를 걷다가 다리가 발목이 아파서 앉았다
그리고 익숙하게 폰을 켰다 24시간 가게가 어딘가
하나는 열어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서울이니까
다행히도 국밥집 하나 찾아 내 몸을 들이밀었고
허겁지겁 목마른 내 영혼에 고깃국을 처넣었다
먹고사는 일아! 넌 대체 언제까지 날 따라올테냐!
독문학 배운 친구가 전해준 그런 구절이 서글펐다
다 먹고 그대로 가게에서 뻗어버리고 싶은 날.
하지만 첫차 시간이 다가온다.
게다가 그보다도 먼저 내 장이 꿈틀거린다
시원하게 다 내려보내니 좀 살아있어서 기뻤다.
내보내기 위해 먹은 거였지 참. 손을 씻고
새벽 다섯시 가족도 친구도 있을수 없는 시간에
첫 차에 내 오장육부를 기댔다.
편하진 않았지만 그저 내 몸이었다. ...
슬퍼도 내 삶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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