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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포쟁이 뚱냥조커 Aug 10. 2019

인문학 두쪽읽기 니체28-마블 스포에세이 아이언맨1

아이언맨의 탄생. 먼 이웃을 사랑하기

이웃사랑에 대하여 100p-102p

 

(니체 전집 번역본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에서 다수 인용 및 필사함.)

 

너희는 이웃 사람들 주변으로 몰려간다. 그런 행동을 미화할 미사여구도 갖고 있다. 그러나 나 말하거니와, 이웃에 대한 사랑, 그것은 너희 자신에 대한 좋지 못한 사랑이다.

너희는 너희 자신으로부터 도피하여 이웃에게 달아난다. 그러고는 그런 행동을 하나의 미덕으로 삼고 싶어 한다. 그러나 나 너희의 그같은 “타인 지향적 헌신”의 정체를 꿰뚫어 보고 있다.

너가 나보다 뿌리가 깊다. 너는 이미 신성시되고 있지만 나는 아직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웃에게 몰려가는 것이다.

나 지금 너희에게 이웃을 사랑하도록 권하고 있는 것인가? 나 오히려 이웃 사람들에게 등을 돌리도록, 그리고 더없이 먼 곳에 있는 사람들을 사랑하도록 권하고 있거늘!

이웃에 대한 사랑보다 더 숭고한 것은 더없이 먼 곳에 있는 사람과 앞으로 태어날 미래의 사람들에 대한 사랑이다. 그리고 사람에 대한 사랑보다 더 숭고한 것이 주어진 과업과 저 유령에 대한 사랑이다.

형제여, 네게 달려오고 있는 저 유령은 너보다 아름답다. 왜 너는 그에게 너의 살과 뼈를 주지 않는 것이냐? 오히려 겁에 질려 너의 이웃에게 달려가고 있지 않은가.

너희는 너희 자신을 참고 견뎌내지 못하며 너희 자신을 충분히 사랑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너희는 너희 이웃을 유혹하여 사랑하도록 만들고는 그들의 과오로써 너희 자신을 미화하려 드는 것이다.

나 이제 너희가 온갖 부류의 이웃을, 그리고 그 이웃의 이웃을 참고 견뎌내지 못했으면 하고 소망하노라. 너희 자신으로부터 벗을, 그리고 그 벗의 넘쳐오르는 심장을 만들어내야 하니.

너희 자신을 예찬하려 할 때 너희는 증인을 끌어들인다. 너희에 대해 좋게 생각하도록 그 증인을 유도하고 나서 너희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에 반하는 말을 하는 자만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은 자신의 무지에 반하는 말을 하는 자다. 그리고 너희는 다른 사람들에게 너희 자신에 대해 그런 식으로 말함으로써 너희 자신과 함께 이웃을 속인다.

바보는 말한다. “사람들과 나누는 교제는 성격을 망가뜨린다. 아무런 성격도 갖고 있지 않을 때 특히 그렇다.”

어떤 사람은 자신을 찾기 위해, 또다른 어떤 사람은 자신을 잃기 위해 이웃에게 달려간다. 너희 자신에 대한 좋지 못한 사랑이 너희 고독을 일종의 감옥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이웃에 대한 너희의 사랑의 대가를 치러주는 것은 보다 멀리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너희 다섯 사람이 한자리에 모이면 여섯 번째 사람은 항상 매장되지 않을 수 없다.

나 너희가 벌이는 축제를 좋아하지 않는다. 너무나도 많은 배우들이 있었고 거기에다 구경꾼조차 자주 배우라도 된 양 거동하고 있었으니.

나 너희에게 이웃이 아니라 벗을 갖도록 가르치노라. 너희에게는 벗이 이 땅에서의 축제여야 하며 위버멘쉬를 예감케 하는 것이어야 한다.

나 너희에게 벗과 벗의 넘쳐흐르는 마음에 대해 가르치노라. 그러나 넘쳐흐르는 마음으로부터 사랑을 받고자 한다면, 그 사랑을 빨아들일 해면이 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나 너희에게 선을 감싸고 있는 깍지, 완성된 세계를 내면에 지니고 있는 벗에 대하여, 언제나 완성된 세계를 선사하지 않을 수 없는 창조하는 벗에 대하여 가르치는 바이다.

그리고 일찍이 세계가 벗 앞에서 펼쳐졌던 것처럼, 이제 그것은 다시 둥근 고리를 이루며 감겨온다. 악을 통한 선의 생성, 우연으로부터의 여러 목적의 생성으로서.

미래가, 그리고 더없이 멀리에 있는 것이 네가 오늘 존재하는 이유가 되기를 바란다. 너 너의 벗 속에 있는 위버멘쉬를 너희의 존재 이유로서 사랑해야 한다.

형제들이여, 나 너희에게 이웃에 대한 사랑을 권하지 않노라. 나 더없이 먼 곳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을 권하노라.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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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웃을 네 몸처럼 아끼고 사랑하라. 나처럼 기독교도가 아닌 사람도 성경의 이 구절은 익히 들어보았고, 큰 고민없이도 고개를 끄떡거리며 공감할 수 있는 말씀 중 하나일 것이다. 마치 살인하지 말라 같이 당연한 말씀처럼 들리기도 한다. 허나 니체는 이번 글에서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을 전적으로 반대한다. 이는 단지 니체가 기독교 자체를 비판하는 입장이라서 그럴까? 허나 이전 글에서 니체는 예수를 고결한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니체는 분명 기독교를 전반적으로 비판하는 입장이지만, 이번 글은 기독교 비판보다는 자기 자신을 견디질 못하고 남에게로 달려가서 자기를 좋은 사람으로 평가해달라고, 심하게 말해서 사랑을 구걸하기 위해서 이웃을 사랑하는 척 하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것이 주안점으로 보인다. 굳이 일일히 사례를 열거하는 것도 조금 우습지만, 아이돌 연예인에 대한 호감을 넘어 유사연애감정을 투영하며 엄청난 소비를 하다가 열애설이 터지면 연예인의 집 앞 까지 찾아와 왜 내 마음을 배신했냐고 난장판을 만드는 팬이라던가,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헤어진 애인의 직장까지 찾아와서 절대로 못 헤어진다고 타인의 일상을 엉망으로 만들고 심지어 신체적 위협을 가하는 못난 전 애인이라던가, 더 나아가서는 명탐정 홈즈 소설 속에서 홈즈가 계곡에 떨어져 죽었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작가를 협박해서 홈즈를 다시 살려내고 재연재하라고 윽박지르는 독자 등등...


이렇게 사랑이 아니라 그저 집착, 소유욕을 사랑이라 착각하고 자신은 자기 이웃을 사랑한다고 자랑스럽게 오해하는 사람은 니체가 살던 19세기 뿐만 아니라 21세기에도 넘쳐난다. 그러나 이런 단순한 집착을 넘은 광기 수준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자기와 가까운 이웃에 대해 사랑받기 위해서 사랑을 하는 소유욕을 아에 품어본 적 없는 사람은 아마 없으리라. 니체는 이런 단순한 이웃사랑을 넘어서 미래 세대에 대한 사랑이나 먼 이웃을 사랑하라고 가르치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먼 이웃을 사랑함으로써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한계를 넘어 위버멘쉬가 되는 연습으로서의 사랑을, 베푸는 덕을 가르치고 있는 게 아닐까.



나는 니체가 말하는 이런 가까운 이웃에 대한 사랑에서부터 시작하여 먼 이웃을 사랑하게 된 히어로를 한 명 알고 있다. 그리고 여러분도 다들 알고 있지 않은가? 그는 바로 토니 스타크, 아이언맨이다. 그는 군수물자 사업가로서 아이언맨이 되기 이전엔 사실 그야말로 이웃사랑에 충실한 사람이었다. 제임스 로드 중령이나 비서 페퍼 포츠같이 자신과 가까운 사람은 끔찍할 정도로 잘 챙기고 아끼는 좋은 친구 토니. 라는 주변의 평가를  평소에 받았을 것이 틀림없다.







이렇게 아이언맨1 삭제영상에서는 토니의 사적인 파티 장면에서 자신과 친한 사람에게 선물을 챙겨 주고, 친구들을 위해 적지 않은 예산이 들 불꽃놀이를 준비시키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그가 자신과 가까운 이웃을 항상 챙겼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물론 그래도 전체 스토리텔링에는 꼭 필요하지는 않은 군더더기 느낌이 다분하기에 실제 상영분에는 빼는 것이 올바른 판단같기는 하다. 이렇게 자기 사람만 챙기면서 열심히 살던 사업가 토니는 전쟁지역인 아프가니스탄에 가서 인생이 변하게 된다...






자신은 미군에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무기를 팔면서 나름 세상에 도움을 준다고 안이하고 순진하게 살아가던 토니였지만, 현실은 자신도 모르는 곳에서 자기회사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미사일이 날아와서 자기 눈앞에서 터지는 것을 보게 된다. 죽다 살아난 토니는 또다른 영웅 호 잉센의 도움과 희생으로 아크 리액터와 최초의 슈트 마크1을 완성시켜서 겨우 탈출하고, 이후 기자들을 모아서 무기사업을 포기한다는 과감한 발표를 저지른다.








그리고나서 토니는 슈트를 개량을 거듭해 마크1의 문제였던 자유비행도 가능하게 만든다. 문제가 해결되자 곧바로 토니 스타크가 곧바로 날아간 곳은 놀랍게도 자신이 그렇게도 죽음 직전까지 고난을 겪었던 머나먼 이웃, 아프가니스탄이었다.







이는 분명 이전의 파티를 좋아하는 군수사업가 토니에게는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었다. 아마도 호 잉센의 도움과 희생이, 그리고 그가 남긴 마지막 말 인생을 낭비하지 말라는 충고가 그저 가까운 이웃 사람만 챙기고 행복하던 토니 스타크를 바꾸게 된 것이 아닐까. 캡틴아메리카 스티브 로저스는 슈퍼솔져 혈청을 맞기 이전부터 희생 정신이 투철한 영웅이었지만, 토니 스타크의 경우에는 잉센의 영웅적인 희생, 베푸는 덕의 영향으로 토니도 자신의 삶 자체에 대해 다시 성찰하게 된 것이다. 심지어 어벤저스1에서 토니는 단순히 강한 무기를 만드는게 아니라 클린에너지 사업을 시작하고 그 시범무대로 스타크 타워를 만들지 않던가. 이는 분명 단순히 자기와 가까운 친구, 이웃만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멀고 먼 전 인류적인 복리를, 심지어 니체가 말한 미래 세대를 위해서 베푸는 을 고민한 결과가 아닐까.






이런 토니의 엄청난 발명품 아크원자로를 탐낸 빌런, 아이언 몽거와 대결중에 토니는 처음에는 페퍼에게 자신이 옥상을 벗어나면 지하 원자로를 폭발시키라는 비상버튼을 누르라고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자 자기 희생을 각오하고 페퍼에게 얼른 비상버튼을 누르리고 한다. 다행히도 이번엔 그런 희생까지 치르지 않아도 토니는 자신의 힘 만으로 사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그리고 또 기자회견을 열어서 처음엔 대본대로 사태를 수습하려 했지만, 갑자기 그냥 변덕이었는지 아니면 자신이 가까운 친구뿐만이 아니라 전 인류적인 위협에 대처할 필요를 깨달았는지 무기 사업을 포기한다는 것 이상의 핵폭탄스러운 고백을 저지른다.


 이로 인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시작되고, 이야기는 살무사같은 빌런 위플래쉬가 복수와 질투의 채찍을 휘두르는 아이언맨2로 이어지게 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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