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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포쟁이 뚱냥조커 Aug 11. 2019

사진에세이. 우리가 사랑한 만화속 소녀들과 페미니즘1

모두에게 최애캐, 최고 애정하는 캐릭터가 함께하길



빨간머리 앤을 실제로 티비에서 보진 않은 사람도 카톡에서 이런 짤방은 한번쯤 본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성장형 캐릭터인 앤이 세상갈등하고 충돌하는 만화 전체를 압축적으로 요약했다고도 볼 수 있을 듯하다. 자주 가는 동네 도서관에서 바로 이 빨간머리 앤을 비롯한 우리가 어린시절 사랑했던 소녀들에 대한 작은 강연을 한다고 해서 지난 목요일 저녁에 냉큼 홀로 달려가기로 했다.


와보니 알라딘에서 홍보하고 준비해서 도서관에서 여는 행사치고는 사람이 적게 왔었다. 물론 난 그렇기에 소소하게 담소나누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그리고 역시나 남자, 생물학적으로 남성으로 보이는 사람은 나 혼자였다 후. 뭐 이정도는 이제 익숙하니까. 이전에 페미니즘 공개강연을 들으러 갔다가 여성 90명에 남자 나 혼자였던 상황에 비하면 별 부담감도 없다.


강연자인 최현미 작가님은 오랫동안 신문사에서 일하시며 틈틈히 자기 글을 써온 분이었다. 더 모스 라는 미국의 소설이자 드라마를 언급하시며 이 자리가 고백, 웃음, 연결이 함께하는 자리였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아마 나중에 항상 기억나기보다는 지금 바로 이 시간을 진득히 함께하는 강연, 보다는 좌담같은 자리를 원하신게 아닐까.


작가님이 스스로에 대해 고백하시면서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놀랍게도 대략 나보다 20년 정도 먼저 사셨고, 나도 좋아하는 작가인 소설가 김연수와 사회철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을 좋아한다고 하셨다. 영화 중에서는 노팅 힐과 최근 개봉한 알라딘이 그렇게 마음에 들었다고. 아마도 재스민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이 생각났고, 재미있게도 작가님은 알라딘에서 재스민이 자기 스스로를 위해 부르는 노래를 같이 보자면서 내 예측이 맞았음을 알려주셨다.


그리고 역시나 화제는 작년 한국사회 최대의 화두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페미니즘과 미투로 옮겨왔다. 만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특히나 디즈니같이 전형적인 공주 캐릭터가 무수히 등장하는 만화를 어린시절 즐겼던 사람이라면 21세기에 와서 피할 수 없는 질문이기도 하다. 우리가 어릴때 그렇게 좋아했던 캐릭터들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으니 이제 거부하고 심지어 사회적으로 금지하는 게 올바른 것일까?


최현미 작가님 본인도 딸을 낳아서 키우는 기자라는 지식인 여성으로서 이런 고민이 없을 수가 없었다고 하셨다. 하지만 이런 복잡한 고민을 단순히 좋다 아니다 옳다 그르다 이분법만으로 해결하는건 반지성주의의 흔한 게으름에 불과하다. 강연자님도 고민을 하신 결과로 단순히 금지나 허용이 아닌 더 지성적인 활용에 대해서 하나의 방법을 찾아내신 듯 하다.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동화와 디즈니 만화는 19세기에 그 뼈대가 만들어진 창작물이다. 이를 단순히 21세기에 사는 우리들이 지금 시대와 비교하면서 창작물에 나온 공주와 공주를 동경한 소녀들을 쉽사리 비하하고 멸시하는 것은, 심하게 말해서 자신의 지성 수준이 모자르다는 말 외에는 다른 답이 과연 필요할까? 매력자본과 낭만적 사랑의 탄생이라는 역사적 맥락과 분리해버리면 디즈니 공주들이 왜 지금도 영향력이 있으며 계속 창조되고 재해석되는지 이해하기 어려우리라. ... 다음 글에서는 이 공주와 왕자들에 대해 강연자분이 어떻게 설명하셨는지 좀 더 본격적으로 이야기해보기로 하자. 이틀 뒤 밤에 계속...









자신이 가장 좋아했던 소녀 캐릭터 있나요?


어릴때 좋아했고 지금도 아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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