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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포쟁이 뚱냥조커 Aug 12. 2019

인문학 두쪽읽기 니체29-마블 스포에세이 아이언맨2

살무사의 습격과 위플래쉬 해머 빌런들의 질투


살무사의 기습에 대하여 112-114p

 

어느 무더운 날, 차라투스트라는 더위를 피해 무화나무 그늘에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얼굴은 팔에 묻은 채. 그때 살무사 한 마리가 다가와 그의 목덜미를 물었다. 차라투스트라는 너무 아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얼굴에서 팔을 거두고 보니 뱀이 아닌가. 차라투스트라의 눈빛을 알아본 뱀은 서툴게 몸을 돌려 도망치려고 했다. 차라투스트라가 말했다. “잠깐, 기다려라. 나 아직 내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지 못했으니! 가야 할 길이 먼 나를 네가 제때에 깨워주었으니.” 그러자 살무사가 안됐다는 듯이 말했다. “그대의 길은 얼마 남지 않았다. 내 독은 치명적이다.” 이 말에 차라투스트라는 빙그레 웃었다. 그러고는 말했다. “뱀에 물려 죽은 용이 일찍이 있었던가? 독을 다시 거두어들이도록 하라! 너 그것을 내게 줄 만큼 넉넉하지 못한 터에.” 그러자 그 살무사는 다시 차라투스트라의 목덜미로 달려들어 상처를 핥았다.

언젠가 차라투스트라가 제자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자 그들은 물었다. “차라투스트라여, 그대의 이야기에 담겨있는 교훈은 무엇입니까?” 이에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대답했다.

“선량하다는 자와 정의롭다는 자들은 나를 두고 도덕을 파괴하는 자라고 한다. 내가 하는 이야기는 비도덕적이라는 것이다.”

너희에게 적이 있다면 악을 선으로 갚는 일이 없도록 하라. 적을 부끄럽게 만드는 일이다. 그 대신에 그가 너희에게 어떤 좋은 일을 했음을 입증하여 보여주어라.

그리고 창피를 주기보다는 차라리 화를 내라! 또, 누가 너희를 저주할 때 축복하려 들지 말라. 내 맘에 들지 않는 일이니. 차라리 얼마쯤 같이 저주해주어라!

너희에게 커다란 불의 하나가 자행되면 서둘러서 작은 불의 다섯 개를 저질러 응수하라! 혼자서 불의에 눌려 괴로워 하는 자는 보기에도 끔찍하다.

알고 있었는가? 나누어진 불의는 절반의 정의라는 것을. 그리고 불의를 견뎌낼 수 있는 사람이 그 불의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작게나마 앙갚음을 하는 것이 앙갚음을 전혀 하지 않는 것보다는 그래도 인간적이다. 그리고 만약 징벌이라는 것이 법도를 어긴 사람에게 정의가 되고 명예가 되지 않는 한, 나 너희가 하는 징벌을 인정하지 않으련다.

자신의 불의를 인정하는 것이 정의를 고수하는 것보다 훨씬 고상하다. 특히 자신이 정당할 때 그러하다. 다만 그럴 수 있기 위해서는 그만큼 풍요로워야 할 것이다.

나는 너희의 냉혹한 정의를 좋아하지 않는다. 너희 판관의 눈에는 언제나 교수형 집행인과 그의 차디찬 칼날이 번쩍인다.

말하라, 두 눈을 뜨고 있는 사랑인 정의는 어디에 있는가?

그렇다면 모든 징벌뿐만 아니라 모든 죄도 짊어질 수 있는 그런 사랑을 만들어내라!

그렇다면 판결을 하는 자들을 제외한 모든 사람을 무죄로 판결하는 그런 정의를 만들어내라!

이 이야기도 듣고 싶은가? 그 바탕에서부터 정의롭기를 소망하는 사람에게는 거짓말조차도 인간에 대한 호의가 된다는 것을.

그렇지만 내 어찌 바탕에서부터 정의롭기를 소망하겠는가! 내 어찌 사람들에게 이미 그들이 소유하고 있는 것을 줄 수 있으랴! 나는 그들에게 내 것을 준다. 그것으로 나 족하리라.

형제들이여, 끝으로 은자들에게 불의를 자행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라! 은자가 어떻게 잊을 것인가! 은자가 어떻게 그것을 되갚을 것인가!

은자는 깊은 샘물과도 같다. 그 속에 돌을 던지기는 쉽다. 그러나 말하라. 그것이 밑바닥에 가라앉은 다음에는 그 누가 나서서 그것을 다시 끌어올리려 할 것인가?

은자를 모독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라! 이미 은자를 모독했다면, 차라리 죽여버려라!“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요즘같이 더운 여름날 차라투스트라는 잠결에 난데없이 뱀에게 물린다. 허나 용은 뱀에게 물려 죽지 않듯이, 차라투스트라는 겨우 독사 따위의 습격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가야 할 길이 먼데 덕분에 잠에서 잘 깼다고 고맙다는 인사까지 전한다. 이런 차라투스트라에 당황했는지 살무사는 차라투스트라의 명령대로 독을 도로 빨아들인다. 긴 첫 문단을 읽고나면 이게 대체 무슨 황당한 이야기인지 누구든 차라투스트라의 제자들처럼 의문에 빠질 만하다.


이 이야기는 하나의 문학적 메타포, 은유의 기법을 니체가 쓴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차라투스트라는 말할 필요도 없이 니체의 분신이자 위버멘쉬가 되려는 존재고, 살무사는 이런 더 높은 존재, 자신을 극복하여 가치를 창조하는 존재가 되려는 인간을 질투하고 혐오하는. 니체가 끔찍히 멀리하고픈 원한의식이 가득한 말세인, 최후의 인간일 것이다. 허나 그런 원한의식, 앙갚음의 저주스러운 독설을 아무리 퍼부어 봤자 니체는 가소로울 뿐이다. 오히려 자신을 각성시켜주니 고맙울 따름. 물론 이런 삶의 태도를 가질려면 니체가 말하듯이 자신이 정당하게 풍요로운, 넉넉한 존재여야만 가능할 것이다.




이렇게 스스로 풍요로운 존재라는 말에 아이언맨 만큼 적합한 슈퍼히어로 드물지 않까? 이전 1편에서 스스로 내가 바로 아이언맨이다 라고 고백한 토니는 전세계적인 인기와 명성을 얻게 된다. 아이언맨 이름으로 엑스포를 빙자한 거대한 쇼를 열고, 회사 경영도 비서인 페퍼 포츠에게 맡겨버리고 놀러다니는 등 그야말로 누구나 한번은 부러워 할 만한 엄청난 연예인처럼 살게 된다. 그러니 이런 토니 스타크, 아이언맨을 살무사처럼 질투하며 물으뜯으려 드는 사람이 없으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 이 영화에서는 토니에 대한 단순한 질투를 넘어 원한의식으로 가득찬 빌런이 둘 등장하고, 이 둘은 이해관계가 일치하기에 토니를 협공하게 된다.



빌런 둘을 알아보기 전에 잠깐 전편의 빌런으로 돌아가서 생각해보자. 니의 동업자였던 빌런 오베디아는 노력끝에 아이언 몽거 슈트 토니와 비슷하게 만들 수 있었지만, 결국 자동차의 엔진에 해당하는 핵심기술인 아크원자로를 만들지 못해서 투심과 원한에 불타다가 결국 토니에게서 아크원자로를 훔쳐냈다. 게다가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소속 과학자들에게 토니는 아무 장비도 없는 동굴에서도 수십년을 앞선 아크원자로를 만들었는데 너희는 왜 못하냐고 다그치기도 한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토니가 아무리 보통 인간의 상식을 초월한 천재라도 정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도 아니고 자기 혼자서 별 장비도 없이 동굴에서 갑자기 아크 원자로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만들어낸 걸까? 영화니까 라고 넘어가기에도 조금 영화 내적인 개연성이 부족했던 건 아닐까?



이런 의문점은 아이언맨2의 도입부에서 상당부분 해소된다. 이미 토니의 발명 이전에 아버지 하워드 스타크는 소련의 과학자 안톤 반코와 함께 아크원자로의 설계도를 만들었던 것이다. 다만 하워드가 토니를 위해 남겨둔 영상에서 나온 것처럼 당시 20세기 기술로는 현실화가 불가능했기에, 단지 이론으로만 완성해놓고 설계도를 만들었던 것이다. 양자역학 이론이 있다고 해서 양자컴퓨터를 바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단순히 토니가 이 설계도를 이미 알았고 그래서 아크원자로를 쉽게 만들었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만 실제 역사에서도 2차 대전 당시 맨해튼 프로젝트가 정말로 성공하고 미국에서 핵폭탄이 개발 완료되자 소련에서도 핵폭탄을 만드는 데 성공한 것처럼, 설계도가 나올 정도로 이론이 완성되었다면 추후에 토니같은 천재는 충분히 같은 이론을 연구하고 성공하는게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을 거라는 추론이다. 게다가 토니는 하워드의 아들이니 좋든 싫든 아버지의 연구실을 들락날락 하기도 하면서 보고 배웠을 것이다. 마침 빌런인 위플래쉬도 이반 반코의 아들이자 물리학자가 아니던가. 미국 대 소련이라는 구도도 핵폭탄 개발 성공과 일치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는 제작진의 의도적인 배치가 아니었을까.



이반 반코는 아크원자로의 이론적 설계도를 같이 만들었지만 그것을 사익을 위해 쓰려했다는 혐의로 하워드 스타크에게 의심받고 쫓겨난다. 그후 쓸쓸히 살다가 토니가 아이언맨으로 대성공한 것을 보고서는 저 영광과 기쁨이 자기 아들의 것이었어야 한다고 질투와 분노를 참지 못하다가 죽음을 맞는다. 당연히 아들은 복수를 다짐하고, 아버지가 물려준 설계도를 계속 연구 개발해서 결국엔 아크원자로 개발에 성공해버린다. 허나 아들 이안 반코는 이미 복수하겠다는 원한의식에 사로잡혀 있어서 이 위대하고 엄청난 기술을 하다못해 자기의 부귀영화를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아버지의 분노와 원한을 풀어줄 생각에만 사로잡혀 있다.




그리고 본작의 또 한명의 빌런.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경쟁사 사장 해머는 국회 청문회에서 국회의원을 동원해 토니에게 아이언맨 슈트를 국가에 귀속시키라고 압박한다. 이 또한 자신은 그런 엄청난 발명을 하지 못하기에 부러움과 시기심을 넘어 남의 풍요로움에 원한을 가지는 마음이 아닌가? 그러나 토니는 순식간에 해머의 폰을 해킹해서 아이언맨을 모방하는 다른 곳들의 기술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줘버린다. 아직 다른 나라가 자신과 같은 기술을 개발하려면 10년, 해머는 20년은 걸릴 것이라고 비꼬면서 아이언맨 슈트는 무기가 아니라 자신이 바로 아이언맨이며, 자신과 슈트는 한 몸이라고 국회의원을 반박한다.






국회 청문회를 통한 공적인 압박이 전혀 먹히지 않고 오히려 여론만 더 토니 편으로 기울자, 해머는 이제 좀 더 직접적인 방법을 찾기로 하고 아크원자로 기술을 가진 이안 반코와 연합 전선을 만들게 된다. 한편 팔라듐에 중독되어 점차 몸이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주변에 내색하지 않으려고 오히려 더 기행을 즐기게 된 토니는 모나코에서 레이싱 대회에 참가하고, 신나게 레이싱을 즐기던 도중 아크원자로를 완성하고 전기 채찍을 든 빌런 위플래쉬 이안 반코와 만나게 된다. 마치 낮잠을 즐기다가 살무사에게 물린 차라투스트라처럼,






토니는 당황하지 않으려 하고 결국엔 휴대용 슈트를 입고서 이안 반코를 제압하지만, 속으론 자신과 같은 아크원자로 기술을 타인이 개발했다는 현실에 적지않게 당황한다. 그런 토니 스타크를 보며 이안 반코는 분명 싸움에서 패배했음에도 웃으면서 토니에게 말로 비수를 날린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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