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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포쟁이 뚱냥조커 Aug 16. 2019

인문학 두쪽읽기 니체31-마블 스포에세이 아이언맨2-3

아버지 하워드 스타크로부터 토니가 상속받은 것.

베푸는 덕 대하여 2.



2.


이쯤에서 차라투스트라는 잠시 입을 다물고는 사랑이 어린 눈길로 그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나서 말을 이어갔다. 그의 목소리 전과 달랐다.


“형제들이여, 너희의 덕의 힘을 기울여 이 대지에 충실하라! 너희의 베푸는 사랑과 너희의 깨달음으로 하여금 이 대지의 뜻에 이바지 하도록 하라! 나 이렇게 너희에게 당부하며 간청하노라.


너희의 덕으로 하여금 이 세상의 것을 등지고 날아오르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며 오르다가 날개와 더불어 영원한 벽에 부딪치는 일이 없도록 할 일이다! 아, 날아가버린 덕이 그토록 많은 터에!
내가 그리하고 있듯 날아가버린 덕으로 하여금 다시 이 대지로 돌아오도록 인도하라. 그렇다. 신체와 생으로 돌아오도록 하라. 이 대지에 의미를, 하나의 인간적인 의미를 부여하도록 말이다!


지금까지 덕이 그랬듯이 정신 또한 백 번이나 날아갔고, 날다가 떨어지고는 했지, 아, 우리의 신체 속에는 아직도 이 모든 미망과 실수가 자리하고 있으니, 그것들이 아예 신체가 되고 의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지금까지 덕이 그랬듯이 정신 또한 백 번이나 시도했고, 그때마다 길을 잃고 헤맸지. 아 , 람은 일종의 시도였으니, 아 그 많은 무지와 오류가 우리에게 신체가 되어버리고 말았으니!


수천 년 된 이성뿐만이 아니다. 그 광기까지 우리에게서 폭발한다. 상속자가 된다는 것, 위험한 일이다.


우리는 아직도 우연이라고 하는 저 거인과 한 걸음 한 걸음 싸워나가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난센스, 즉 무-의미라는 것이 전 인류를 지배해왔다.


형제들이여, 너희의 정신과 덕으로 하여금 이 대지의 뜻에 이바지 하도록 하라. 그리고 모든 사물의 가치는 너희에 의해 새롭게 정립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너희는 투쟁하는 자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너희는 창조하는 자가 되어야 한다!


신체는 앎을 통하여 자기 자신을 정화한다. 그리고 앎을 통한 시도에 의해 자기 자신을 고양시킨다. 깨친 자에게는 모든 충동이 신성시 된다. 고양된 자의 영혼은 기쁨을 맛보게 되고.


의사여, 너 자신을 돌보아라. 그렇게 하는 것이 너의 환자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환자로 하여금 먼저 그 자신을 치유한 자를 눈으로 보도록 하는 것, 그것이 그 환자에게는 최선의 도움이 될 것이다.


아직 그 누구의 발길도 닿지 않은 길이 천 개나 있다. 천 개나 되는 건강과 숨겨진 생명의 섬이 있다. 무궁무진하여 아직도 발견되지 않은 것이 사람이며 사람의 대지다.


너희 고독한 자들이여, 깨어나 귀기울여보아라! 미래로부터 은밀히 나래를 퍼덕이며 바람이 불어오고 있으니, 명민한 귀에는 복음이 들려오고 있고.


오늘을 살고 있는 고독한 자들이여, 물러나 있는 자들이여! 너희도 언젠가는 민족을 이루어야 하리라. 스스로 자신을 선택한 너희로부터 선택된 민족이 나와야 한다. 그것으로부터 위버멘쉬가 나와야 하고.


진정, 이 대지는 치유의 장소가 되어야 한다! 이미 대지 주변에는 새로운 내음, 건강에 좋은 내음이 감돌고 있다. 거기에다 새로운 희망이!“


3.


차라투스트라는 여기까지 말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마지막 말은 남겨놓은 사람 같았다. 그는 오랫동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손에 든 지팡이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마침내 그는 말문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를 전과 달랐다.


“제자들이여, 이제 나 홀로 길을 가련다! 너희도 이제 헤어져 한 사람 한 사람 제 갈 길을 가도록 하라! 나 그러기를 바라노라.


나 진정 너희에게 권하노니,나를 떠나라.그리고 이 차라투스트라에 맞서 너희 자신을 지켜라! 더 바람직한 일은 그의 존재를 수치로 여기는 일이다!그가 너희를 속였을지도 모를 일이니.
깨달음에 이른 사람이라면 적을 사랑할 줄 알 뿐만 아니라, 벗을 미워할 줄도 알아야 한다. ...










/










인류가 타락하고 무-의미라는 것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고 니체는 19세기에 한탄했지만 그 말이 단지 19세기만의 이야기일 리는 없을 것이다. 200년 전보다 비교할수도 없을 정도로 발달한 과학기술과 정교해진 국가의 행정력으로 인간의 평소 생활은 엄청나게 편리해지고 쾌적해졌다. 허나 오히려 200년 전보다도 사람들은 쉽게 무기력해지고 인생이 다 허무하다는 우울증은 너무나 쉽게 사람들 사이에서 전염병처럼 퍼지고 있는 게 아닐까. 그래서 니체의 사상은 21세기에 세계 각국에서 이 우울이라는 전염병에 대항하는,  '대지의 백신'으로써 확산되고 있는 건 아닐까.


허나 이백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좀처럼 무-의미와 싸운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기에 위대한 베푸는 덕이 그랬듯이 정신 또한 백 번이나 날아가다가 떨어지곤 했다고 차라투스트라는 다소 서글픈 어조로 강조한다. 그렇게 길을 잃고 헤매는 사이 심지어 무지와 오류가 우리의 신체 자체가 되어버리기도 했다고.


그래서 이렇게 헤매며 방황하는 동안 이성적인 지혜만이 우리의 신체에 축적되는 것이 아니라 무지와 오류, 이성과 대비되는 광기 또한 수천년동안 우리 몸에 축적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니체는 이미 이전에 선과 악의 가치를 전도시켜서 설명한 바가 있듯이. 이성과 광기를 단순히 이분법적으로 사유하는 철학자는 아니다. 허나 결국 철학이란 무지에서 벗어나서 더 알게 되고 더 자유로워지는 방법을 알아가는 학문이다. 무지 자체를 쫓아가는 것은 니체가 그렇게나 극도로 거리를 두고 비판하는, 자기 신체를 믿지 못하고 사물을 신처럼 모시는 거지 떼거리나 다를 바 없으리라. 그렇기에 이 무지와 오류라는 광기에 맞서 이성적인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전사가 되어야 하고 전쟁을 벌여야 한다고 니체는  이전에 차라투스트라 1부에서도 역설한 바 있다.


이렇게 이성의 지혜를 상속받고자 하지만 항상 그 상속 광기를 동반하는 것이기도 하다. 무지 없이는 지혜 또한 성립하지 않으니까. 고통 없이는 쾌락 또한 존재할 수 없듯이 말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니체가 말하듯 신체는 앎, 진리를 통하여 자기 자신을 정화하고, 의사는 자기 자신을 먼저 돌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바로 이런 지혜를 제대로 깨닫고 실천한 존재가 바로 아이언맨2에서 제대로 몰락한 이후의 토니 스타크가 아닐까?



토니는 계속된 아이언맨 슈트 사용으로 인해 팔라듐 중독이 쌓여 망가진 몸으로 무리를 하다가, 자기 생일파티에서 잔뜩 취하고아이언맨 슈트를 매우 사사롭게, 장난질하듯이 사용하는 실로 이성적이지 못한 광기스러운 실수를 저지른다. 결국 애인인 페퍼와 유일한 친구인 로드 중령에게마저 토니 넌 슈트를 입을 자격이 없다고, 완전히 신뢰를 잃고는 망가진 자기 집에서 쓸쓸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 그런 와중에 쉴드의 국장 닉 퓨리가 이 몰락한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에게 가방 하나를 들고 찾아온다.






닉 퓨리는 아이언맨의 아크 원자로 기술이 아직 미완성이며, 토니의 아버지 하워드 스타크가 너를 위해서 남겨준 것이 있으며, 전에 하워드는 토니를 매우 신뢰했으며 나의 아들 토니에게 미래가 달려있다는 말을 남겼다고 강조한다. 허나 토니는 코웃음을 치며 닉퓨리의 말을 반박한다. 니체가 아까 말한 것처럼 역사의 상속을 받는다는 것은 사실 이성과 함께 광기를 물려받는 것이라는 현실을, 토니 자신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아버지에 대한 의문
아버지에 대한 슬픔
아버지에 대한 분노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실로 뛰어난 대배우라는 것을 아이언맨2의 이 장면을 천천히 다시 보면서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이 많은 대사를 빠르게 말하면서도 토니의 얼굴은 온갖 인간의 감정이 시시각각으로 변해감을 표현한다. 차갑고 계산적이던 아버지에 대한 의문, 슬픔, 분노...



그렇지만 유일한 친구 제임스 로드 중령에게도 신뢰를 잃고, 스타크 인더스트리 CEO 사장 자리는 비서였던 애인 페퍼 포츠에게 넘겨줘서 할일도 없어진 백수 토니는 어차피 이제 잃을 것도 없겠다, 닉 퓨리가 남겨준 자료를 살펴보다가 아버지의 영상에서 의외의 메시지를 발견한다.  




엑스포 홍보를 위한 흔한 영상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하워드 스타크가 아들 토니를 위해 지금 자기의 시대엔 불가능하지만 미래 토니의 시대엔 상속받을수 있는, 현실적으로 구현가능한 기술을 이 영상 안에 힌트로 남겨놓았다고. 그리고 하워드 자신은 살아가면서 셀 수도 없이 수많은 엄청난 발명을 했지만, 자신이 창조한 최고의 작품은, 바로 내 아들 토니 스타크 너라고...





항상 아버지는 자신을 사랑한 적이 없었다고.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도 해준적 없는 계산적이고 차가운 아버지였다고 생각했던 토니는 아버지의 이 메시지에 큰 감동을 받는다. 그리고 이 미래를 여는 지혜를 제대로 상속받기 위해 상처받은 몸과 마음을 다시 추스리고 페퍼를 다시 찾아가기로 결심한다. 그 오만하고 자기중심적인 토니가 무려 '사과'를 하려고 간 것이다. 물론 아직 신체의 치료가 되지 않은 터라 자기 머리와는 달리 몸이 잘 따라주지는 않지만.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계의 전쟁을 억제하는 평화유지의 상징 그 자체이던 영웅이 토니였는데, 하루아침에 언론과 대중의  신뢰는 물론이고 가장 친한 친구와 애인의 믿음마저 잃어버린 토니로서는 새로운 무기 같은 것보다는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였을 것이다. 그리고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아버지로부터 그 지혜와 힘을 얻게 된다. 이 아이언맨2에서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사실 토니의 아버지 하워드는 불행한 사고로 급사했고, 토니는 그날 마지막 인사조차도 제대로 하지 않아서 이는 토니 마음속에 늘 트라우마로 자리잡고 있었다. 그래서 아버지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토니는 닉 퓨리와의 대화에서 보여지듯 이성적이지 못하고 광기어린 반응을 보였던 것이리라.



이렇게 자기 안의 광기를 극복하고 아버지가 남겨놓은 지혜를 상속받은 토니는 니체가 말한 것처럼 자기 자신을 돌보고 치료하는 의사가 된다. 마침내 팔라듐을 대체할 물질을 찾아내고 실제로 만들어낸 토니 스타크. 그 뒤는 뭐 당연히 페퍼와 로드와도 화해하고 안톤 반코가 드론 전투로봇으로 꾀한 음모를 막아내는데 성공한다. 리고 페퍼와 정식으로 연인 사이가 되는 해피엔딩.



이렇게 토니가 한번 제대로 몰락했음에도 다시금 해냈듯이, 날아보려다가 추락했음에도 과거로부터 광기와 이성의 지혜를 상속받아 다시금 용기를 내는 덕, 이런 매력이 바로 현대적 슈퍼히어로로서 토니 스타크가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아닐까. 물론 그럼에도 토니는 영화 인트로에서 스스로가 말하듯이 틴같은 고전적인 영웅의 정의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사람은 아닐 것이다.



이는 사실상 약간의 무리수를 더하면 아이언맨4 라고 이름지어도 될 큼 토니 스타크의 비중이 큰 어벤저스4 엔드게임까지 이어지는 기나긴 스토리텔링이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총기획자 케빈 파이기가 정말로 이 11년간의 스토리텔링을 처음부터 기획해서 성공시킨 것일지는 모르겠지만, 2019년 지금의 어벤저스4 엔드게임이 결국 세계 역대 흥행 1위를 아바타로부터 탈환한 현실을 생각하면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가 없는 일이다. 이제 그 누구도 슈퍼히어로 영화를 그냥 애들이나 보는 유치한 장르로 생각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마블의 영화는 이제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이 페이즈3의 마지막으로 인피니티 사가가 끝났고, 언뜻 듣기로 페이즈4와 페이즈5까지 무려 2026년까지 영화화 계획이 다 끝나있다고 한다. 한때 총잡이가 돌아다니는 서부 개척영화가 흥했지만 이젠 붐이 사그라들었듯이 마블의 슈퍼히어로 영화도 그럴 운명일까? 글쎄, 미래는 항상 속단하기엔 위험한 그대가 아닐까. 처음에도 말했듯이 인터넷의 표현을 빌리자면, 7080년대에 스타워즈 키드가 양산되었듯이 지금 시대엔 마블 키드가 만들어지고 있는 게 아닐까...


Ende.






P.S.


바로 어제는 만화속 소녀들과 페미니즘에 대한 에세이를 썼는데, 오늘은 또 쓰고 보니 굉장히 가족주의적이고 가부장적인 남성 영웅에 대한 찬양에 가까운 리뷰를 쓴 것 같다. 뭐 누군가는 박쥐같다고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댓글과 반응 또한 환영하는 바이다. 작가는 늘 독자를 궁 해한다.... 무플보다는 악플이 항상 옳으니까.



P.S. 2


뭔가를 상속받을 아버지도 돌아갈 친구도 가족도 없는 뿌리뽑힌 존재는 어디로, 가야 죠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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