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일기 161019 자작 시- 편의점 숲 고양이
161019 반백수 이상하 3년 전의 기억
by 스포쟁이 뚱냥조커 Jun 13. 2019
편의점 숲 고양이* / 161019 반백수 이상하
물을 끓이다
거리로 나갔다
편의점들이 듬성듬성 자란 숲
신라면 칠백원 진라면 오백원
가장 저렴한 떌감을 찾아냈다
카드에 남은 돈은 1028원
그걸보고 헤진 털가죽의 길냥이가 웅크리며 숨었다
아침에는 아침을 먹어야지
저녁에는 저녁도 먹어야지
천 원짜리 참치캔을 슬며시 밀어넣었다
밤이니까, 어떻게든 눈을 감았다
가난해도 배고파도 외롭지 않는 꿈이었다.
무화과 숲 / 황인찬
쌀을 씻다가
창밖을 봤다
숲으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그 사람이 들어갔다 나오지 않았다
옛날 일이다
저녁에는 저녁을 먹어야지
아침에는
아침을 먹고
밤에는 눈을 감았다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
*3년 전에 황인찬의 시를 보고서 모작 또는 패러디를 했었다. 황인찬의 시들을 보면서 멋지다고 부럽다고 생각했으나 나는 그런 시를 쓸 수 없었다. 허나 지금 생각해보면 애초에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이다. 황인찬은 황인찬이고 이상하는 이상하니까 당연히 다른 글이 나오는 것이다. 황인찬 시인이 고양이를 좋아하시는 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고양이를 보기만 해도 즐거워진다. 어쩌다가 동네의 길냥이가 등을 내어주시면 쓰담쓰담 하다가 우주의 등뼈를 느끼기도 하며 파르르 기쁨에 떨었다. 냥님의 은혜로 참치캔을 여는 환희를 알았노니
오늘도 츄르 하나가 내 가방을 스치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