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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열 Sep 02. 2021

반찬투정

고추멸치볶음


어렸을 적,

반찬 투정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엄마가 주시는대로 맛있게 먹는 게 착한 아들의 기본이었다.

결혼해서는 마누라가 차려주는 대로 먹는 게

착한 남편의 예의였다.


이제 나이가 50이 되고 보니...

굳이 먹고 싶지 않은 반찬은

젓가락이 가질 않아도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

딱히 먹고 싶은 반찬도 그리 많지는 않다.

그냥 한끼 먹을 때 입에 맞는 반찬 하나 있음 좋다

뭐 그 정도랄까...


30년 넘게 밖에서 거의 밥을 사 먹는 생활을 하다 보니,

이제 반찬만 먹어 봐도 그 식당의 음식솜씨를

가늠할 정도의 수준은 되었다.



[고추 멸치 볶음]


아침부터 매운 고추와 간장의 냄새가 적절하게 섞인

맛있는 냄새가 난다


내가 요즘 가장 좋아하는 반찬이다.

거짓말 안 하고 흰밥에 고추멸치볶음만 있으면

다른 반찬이 필요없다.


짭조름하며 알싸하고 적절하게 부드러운

멸치의 식감이 너무 좋다.


가끔 여기에 어묵을 넣으면 보너스를 받은 기분이랄까... 너무 맛있다.


가끔 혼자서 소주를 기울이고 싶을 때,

요놈만 하나 있으면 한 병은 후딱 할 정도로

안주로도 훌륭하다.


처음 가는 식당에서 요놈이 반찬으로 나오는 곳은

일단 50점은 먹고 들어간다.

내 입맛을 알아주는 고마움이랄까?

메인 메뉴가 나오기 전에 따한 공기밥 반 정도는

 이미 요놈의 반찬 덕분에 사라진지 오래다.


달달해서 좋다

짭조름해서 좋다

매콤해서 좋다

질리지 않아서 좋다

아직도 엄마가 직접 해줘서 좋다


반찬투정이라기 보다는

반찬애정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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