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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열 Feb 25. 2022

표현의 자유

퀵 실버(Quick Silver) 3 - 생각보다 빨리 실버가 되었다

“나는 우리 한국 사회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자유’와 ‘다원’이라고 생각한다.우리문화는 모든 것이 너무나 획일적이고 유행 추정적이다”

자료출처: YES24 <즐거운 사라 - 마광수>


하루키의 소설은 생각보다 성에 대한 묘사의 수위가

높다라는 생각을 가끔 하곤 했다. 한편 작가로서 성에 대한 부분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그의 문체와 표현 방식이

부럽기도 한건 사실이다. 암튼 이건 소설이니까 창작이니까...


1992년 성욕을 자극, 흥분시키고 사회 일반인의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과 선량한 성적 도의관념을 해치는 이유로 ‘즐거운 사라’의 저자인 마광수 교수가 법정 구속되는 사태가 있었다.


당시 대법원 결정문의 일부는 아래와 같다.    

“문학작품이라고 하여 무한정의 표현의 자유를 누려 어떠한 성적 표현도 가능하다고 할 수는 없다. 또한 그 작품이 건전한 성적 풍속이나 성도덕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위 각 형법 규정에 의하여 이를 처벌할 수 있다.”


30년이 지났다.

요즘 세상에 너무 어처구니 없는 코미디 아닌가?

말도 안되는 이야기 같지만 누군가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받고 상처받았다.


서론이 너무 거창했나?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실버들의 <표현의 자유>다.

실버가 되면서부터 자주 듣는 말 중에 하나, 말을 줄이라는 것.별 말도 안 했는데, 있는 그대로만 말 했을 뿐인데, 심지어는 칭찬을 해준 것 뿐인데... 나의 생각을 단지 표현했을 뿐인데...


요즘 세상은 그것들을 하지 말라고 눈치를 준다.

꼰대 같다고, 젊은 사람들이 싫어한다고, 잔소리 같다고...

온갖 이유를 다 붙여 가면서 말을 하지 말라고 압력을 준다.     


말을 하면 말이 많다 하고,

말을 안 하면 까다롭다 하고,

좋은 말을 하면 생각 없다 하고,

사실을 말 하면 지적 한다 하고...

    

처음엔 그 부분에 동의하고 더 조심하자고 다짐도 했다.

라떼 이야기부터, 했던 말을 하고 또 하는 것들이 실버인 내가 봐도 싫었으니까.

그러다보니 차츰 내 생각을 숨기게 되는 나를 발견했다. 특히 나 보다 어린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들이 부담스러워 졌고, 그 자리를 회피하기까지... 같이 있으면 혹시라도 말 실수 할까 걱정되었다.


얼마 전 선배와 차 한잔을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었다.

10분만에 우리의 주제는 자연스럽게 “말”로 집중되었다.요즘엔 점심 같이 먹자고 아랫사람에게 말을 하면 안된다고 했다. 무슨 영문인지 몰라 자세히 물었다. 이유는 많았다.


첫째는 점심 약속을 하려면 최소 3일 전에 해야 되며, 강압적인 느낌이 들어서도 안 되고, 일방적인 제안도 안 된다는 것이다.


둘째는 점심 시간은 본인의 자유시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방해 받는 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점심시간까지 당신과 얼굴을 봐야 할 의무는 없다는 것이다.


소위 점심 시간은 자유이므로 터치 받고 싶지 않다는 것, 그러니 각자 알아서 해결하자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선배는 말했다.     


밥 한번 먹자는 말은 커녕 이제는 밥이라는 말 조차 꺼내면 꼰대가 되고 부담을 주는 세상이 되버렸다.

사 달라는 것도 아닌데...

     

50이라는 인생을 살아오면서 알게 모르게 배운 것 중 하나가 하지 말아야 할 말은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것이다.가족, 친구, 연애, 직장 등 다양한 인간 관계 속에서 듣고 가슴 아팠던, 화가 났던 수 많은 말들의 기억들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나이를 먹을수록 하고 싶어도 해서는 안 될 말들을 알기에 조심하고 또 조심한다.


점점 쓰면 안되는 말들이 많아 지는 것 같다.

실버들에게는 정말 좋은 의미의 말들인데, 젊은 사람들에게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부담이 된다고 하니 더 입을 닫을 수 밖에 없다.오히려 배워야 할 신조어(축약어)들은 계속 늘어나서 그 뜻을 모르면 소통조차 안되는 세상이다. 낄끼빠빠 하는 센스를 가져야 그나마 어른으로 대접받는 세상.좋다라는 말대신 찢었다를 써야 엄지척을 받는 세상.     


왜 실버들은 젊은이들의 눈치를 보고, 그들의 문화를 따라가고, 뒤처지면 안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 잡힌 것인가? 생각보다 빨리 실버가 된 것도 속상한데, 이제 표현의 자유까지 억압 받는 다는 느낌이 들어서 씁쓸하다.     


Old? Alled!

사람은 모두 늙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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