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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열 Feb 10. 2022

알콜과 앵콜

퀵실버(Quick Silver) 2 - 생각보다 빨리 실버가 되었다

“인간에게 결핍된 혈중알콜농도 0.05%를 유지하면 적당히 창의적이고 활발해진다”     


자료출처: 영화 ANOTHER ROUND


영화 <Another Round>의 시작은 무료해진 중년의 삶에 조금이나마 알콜이 활력제가 될 수 있음을 말한다고 할까? 귀가 쫑끗해지고 호기심이 갈 수 밖에 없는 명제를 나에게 던졌다. 나 같이 술을 예찬하는 주당에게는 충분히 그럴만 했다.액션영화도 아니고, 미스테리 영화는 더더욱 아닌 이 영화는 끝날때 까지 한번도 긴장을 놓지 않고 보게 된영화다. 뻔한 술을 예찬하는 영화도 아니었고, 알콜중독의 초라한 말로를 보여주는 영화도 아니었고, 술에 관한 다른 해석을 보여준 영화는 더더욱 아니었다. 그냥 덴마크에 사는 나 같은 중년 남자들의 인생 이야기 였다. 그들도 삶에 재미를 잃었고 하루하루 똑같은 삶을 반복하는 남자들이라는 것.

극중 그들의 나이는 40으로 나오지만 한국의 50이라고 보면 딱 좋을 만큼 많은 부분이 나에게 오버랩되었다.


말이 길어졌다.

영화 리뷰를 하려고 글을 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영화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해야겠다.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실버들이 술을 마시는 이유이다.     

칠순이 넘으신 아버지와 가끔 술을 한잔 기울이면서 대화를 하다보면 평상시에는 보이지 않았던 아버지의 기운이 보인다. 뭐라고 할까? 어릴적 내가 기억하는 아버지의 에너지라고 해야할까?

맞아, 예전 밤 새우며 동생과 아버지와 술 먹고 해장국사러 가던 그때 젊은 시절의 아버지의 늠름하고 멋지고 쿨한 모습이 나타난다. 그래서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아버지와 소주를 기울이곤 한다.     


평상시에 말이 없다 보니 무뚝뚝하다는 말을 많이 듣다가 술 한잔 먹으면 그제서야 입이 트여서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타입이다. 나 역시 혈중알콜농도 0.05%의 위력을 인정한다.술이 조금 들어가면 말도 술술 나오고 농담도 잘 하고 유머스럽기까지...     


우리 같은 실버들에게 알콜이란 어찌보면 잠시 잊고 지냈던 나의 낭만과 위트와 유머, 수다스러움, 장난,용기,도전이라는 것들을 슬며시 꺼내어 시도하게 하는 <앵콜>이라고 할 수 있다. 무대에서만 들려지는 연주자에게 허락된 앵콜의 소리가 현실을 살아가는 수 많은 실버들에게 때론 알콜은 삶의 활력제가 될 수 있다.


적당한 알콜은 우리의 인생을 적당히 앵콜하게 하는 마력이 있다. 분명히 말 할게 있다. 술만 먹으면 한소리 또 하고 또 하는 그런 앵콜이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이런 앵콜은 나도 반대. 내가 말한 앵콜의 의미를 오해 마시길 바란다.

     

이젠 술을 잘 마신다고 자랑하지도 않고, 죽으라고 먹지도 않고, 속이 쓰릴 만큼 과음도 하지 않는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고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내 몸이, 내 맘이 그렇게 알콜을 대하고 있다.     


생각보다 빨리 실버가 되었지만 일에 대한 열정이나 의욕이 줄어든건 아니다. 솔직히 머리가 예전보다는 빨리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은 인정한다. 말하고자 하는 단어가 갑자기 입에서 맴돌 때도 있다는 것도 인정한다. 나이를 먹은 것도 인정한다. 하지만 너무 올드하다는 단어로 우리 실버들을 내몰지 않기를 바란다     


Old? Alled!

사람은 모두 늙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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