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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열 Dec 21. 2022

이혼 할 때 만나게 되는 사람들_10

친구들

[친구들(부산 벙개)]


그 때 울리는 핸드폰,

발신자는 엄마다.

받을까 말까를 고민하다가 통화 버튼을 눌렀다.

“민석아, 얘긴 다 들었다...나 좀 보자”

“무슨 얘길 들어요?”

난 마치 아무것도 모른다는 식으로 대답을 했다.

“민지에게 다 들었어. 너 오늘 언제 끝나니? 정 바쁘면 내가 회사 근처로 갈게”

“그놈의 기지배는 잘 알지도 못 하면서...”

“7시? 8시?”

“엄마, 사실은 저 지금 부산에 있어요. 휴가 내고 혼자 바람 쐬러 왔어요.”

“뭐, 부산? 애들은?”

“애엄마가 데리고 친정 갔어요”

“넌 지금 정신이 있니? 없니? 넌 아무치도 않아?....

니 애미는 지금 속이 터지다 못해 쓰러지기 일보 직전인데...지금 부산에 갈 생각이 드니?”

“엄마까지 도대체 왜 그래요? 날 보고 그럼 어쩌라구요?

나도 답답해서 미칠 것 같아요~~~

좀 놔둬요...내가 알아서 정리할테니까....”

핸드폰을 강제로 종료하고 바다만 멍하니 바라보았다.

철석~철석~ 파도소리만 더욱 크게 들린다.




아,맞다. 정석이가 지금 부산지검에 있지...

며칠전 새벽에 통화 했던 정석이가 생각났다.

“오늘 몇시에 끝나냐? 나 지금 부산이다”

“회사는 어쩌고? 아니 그 일은 해결한거야?”

정석이와 저녁 약속을 잡았다.

생각해보니 부산에 아는 사람이 있었다.

정석이가 말한 횟집에 도착하니, 뜻밖에 친구들이 와 있다.

기자를 하는 환기와 연구원 제국, 컨설턴트 경태 갑자기 동창들을 부산에서 보게 될 줄은 전혀 예상 못했다.

정석이가 급하게 벙개를 쳤고, 나중에 알고 보니 환기는 부산에 취재 때문에 와 있는 터였고, 제국이는 워크샵 때문에, 경태는 이미 2주전부터 부산 파견 근무중이었다.

서울에 있으면서도 1년에 한번 보기가 힘든 친구들인데...

갑자기 부산에서 이렇게 오늘 운명인 것처럼 만날줄이야...

정석이가 나의 눈치를 살짝 보더니 나머지 친구들에게는 아직 말 안했다는 사인을 준다.

정말 5명이서 옛날 이야기 하면서 즐거운 술자리가 이어졌다.

나도 지금 만큼은 아무 생각없이 친구들과 웃고 떠들고 그냥 시간을 즐기고 있다.

“아니 글쎄, 마누라가 나 코고는 소리에 잠을 못 잔다면서 각방을 쓰자는데....

이게 말이 되냐? 벌써 각방을 쓰자고 하면 나중엔 어떡하려고...”

제국이가 목소리를 높여 불만을 토로했다.

옆에 있던 경태가 맞장구를 치며 거들기 시작한다.


“그래도 각방은 아니지...부부는 싸워도 잠은 한 이불에서 자야된다구...

정 그렇게 못 참겠으면 잘 때 머리를 반대로 두고 자봐...나는 이미 그렇게 하고 산지 2년 넘었어...나도 코 고는 거 장난 아니거든..”

“듣고 보니 말 되네...반대로 자면 소리가 좀 덜 들리겠네...”

그때 환기가 끼어들며 애들을 나무란다.


“야, 그럼 코를 안 골면 되잖아...요즘 약도 있고, 치료기도 많고,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너희가 다 살이 쪄서 그래...살들 좀 빼라...아저씨들처럼 그게 뭐냐? 운동도 좀 하고...코 고는 건 다 고칠 수 있어...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동시에 제국이와 경태가 환기를 바라보고 반격을 한다.

“야, 미친 놈아 니가 제일 우리 중에 아저씨 같거든...그리고 날 봐봐.. 나 뼈 밖에 없어...

살찐거랑 코고는 거는 별게야...이런 기자나부랭이...입만 살았다니까...”

“우리 집에 코골이 방지 벼게, 입마게, 먹는 약...없는게 없어....다 헛짓이라니까”

마치 초딩들 마냥 아웅다웅이다.

나는 듣고 웃기만 했다.

그때 정석이가 입을 열었다.

“알콜을 줄이고, 머리 각도는 15도 유지하고, 늘 자기 전에 5분 명상을 해, 그리고 자기 전 야식은 절대 안돼고, 최대한 뇌 안에 스트레스를 쌓지 말고, 위 안에 야식을 쌓지 말고, 마누라 말 잘 듣고...

그럼 코 안 골아...”

동시에 환기,경태,제국이가 정석을 향해 묻는다

“뭐뭐... 뭐라고 알콜을 줄이고...그 다음에 뭐? 그리고 그걸 매일 어떡게 다 기억하냐?...”

정석이는 시크한 표정을 지으면서 답했다


“그냥 외워~” 

“저 새끼는 옛날부터 그랬어...수학도 무조건 외우라고...아마 고시도 다 외워서 붙었을거야~”

환기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그때 제국이가 나에게 불쓱 질문을 던졌다

“민석이 너는 왜 한마디도 안 해? 니 생각은 어때?

각방을 쓰는게 말이되냐?”

나는 소주잔을 원샷을 하고 말했다.

“이혼해~그럼...”

다들 일시 동작이 멈추었다.

마치 잘 못 들었다는 것처럼 두눈을 크게 뜨고 나를 다시 쳐다 본다.

“이혼하라구...뭐 그리 힘들게 자냐?....원래 사는것도 힘든데...자는 것도 내 맘대로 못 자고...그럴려고 결혼 한 거 아니잖아?”

잠시 조용해졌다.

정석이가 소주를 따라주면서 다른 이야기 하자고 분위기를 바꾸려하는데, 

눈치 빠른 환기가 아니 누가 기자 아니랄까봐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민석이 너 무슨 일 있구나? 왜 이혼하게?”

“응...이혼하려고....요즘 이혼이 트렌드잖아....”

“야, 새끼야 지금 농담하지말고...”

“농담아니야...”

그리고 역시나 나의 며칠전 이야기를 본의 아니게 또 친구들에게 설명을 해야 했다.

이야기를 듣는 친구들이 표정은 처음엔 놀람으로 시작되었다가 나중엔 각자의 고민으로 전환되었다.

친구들은 어찌 되었건 나를 위로해 주려는 것 같았다.

“갑자기 분위기 싸해졌다....술이나 마시자”

나는 친구들에게 괜찬다는 듯이 더 웃으며 잔을 부딪쳤다.

그 이후로 더 이상 이혼얘기는 나오지 않았다.

2차 호프집에서 맥주를 마시면서도 이혼얘기는 하지 않았다.

친구들 모두 나를 걱정해주는 분위기가 계속 되었다.

나도 친구들에게 어떤 대답을 듣길 원하지 않았다.

그들도 아직 이혼이란 것을 경험 해 보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막상 본인들게도 그런 일이 닥치면 쉽게 결정 할 수 없다는 것을 그들도 알고 나도 아니까....

단지 지금은 그냥 이혼 생각에서 벗어나고 싶을 뿐이었다.

그렇게 오랜만에 친구들과의 부산벙개는 마무리 되었다.



부산에 오면서 나의 고민은 하나였다.

내가 정말 이혼을 할 수 있을까? 였다.


그런데 지금은 고민이 조금 변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잘 할 수 있을까가 나의 고민이 되어 가고 있다.


이혼은 이제 마음을 굳혔다.

이혼을 잘 하고 싶다....

그게 지금 나의 고민이다.

<11부에서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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