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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신 Dec 07. 2022

끝자락




아무것도 흘러나오지 않는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카페에서 나오는 이름 모를 노래가 썩 괜찮다. 난 이따금 이렇게 빈 이어폰을 꽂곤 하는데, 이럼 꼭 아무도 방해하지 못할 것만 같은 일종의 방어막 느낌이 난다. 마치 카페에서 나오는 이 음악이 내 귀에 그대로 꽂히는 착각마저 든다.


혼자라고 하면 어색하던 시절이 무색하게도 이제는 너무나 익숙하고 편안하다. 그래도 아직 붙잡고 있는 왠지 모를 쓸쓸함의 끝자락까지 놓아버리고 나면, 후엔 혼자가 아닌 것이 어색해질 지경에 이를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물론 오랜만에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심하게 들떠버린 나를 발견한 후 그런 걱정은 온데간데없었다.


나는 게으르다. 게으르면서도 나만의 기준을 정해놓고 산다. 그 기준에 미치는 것이 내가 됐던 타인이 되었건 선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함이 엄격하다. 말하자면 아주 피곤하다.


'당신이 팝을 좋아하니까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어.'

'나도 요즘은 가요를 찾아들어.'

팝을 즐겨 듣던 그와 가요 외엔 영 감흥이 없던 나.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서로를 향해 맞춰가는 것도, 비슷해지는 점도 많아졌다. 더 나은 길을 찾아가고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저 재미있고 즐거운 일로 남았다면 좋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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