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
저는 SF소설 애독가입니다. 이 장르를 좋아하는 이유는 SF소설이 전문 과학 안에서 상상하는 것을 뒷받침해 주고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허황된 꿈이나 이야기들을 현실화시켜 주기 때문입니다. 이걸 과학의 날 글짓기의 상당한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제가 답답하네요.
하지만 이런 표현조차 SF소설의 진짜 매력을 제대로 담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SF를 단순히 "미래를 상상하는 장르" 정도로 치부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깊이 있는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SF소설은 과학이라는 견고한 토대 위에서 상상력의 날개를 펼치면서, 동시에 인간 본성의 가장 어두운 구석까지 들여다보는 장르거든요.
어릴 적 과학의 날 글짓기에서 미래의 세상을 그려내던 그 순수한 호기심이, 이제는 훨씬 정교하고 날카로운 질문들로 발전한 것이 바로 SF소설입니다. 만약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면 인간은 과연 행복할까?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선다면 우리의 존재 의미는 무엇일까? 외계 생명체를 만난다면 우리는 과연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을까?
책을 펼치는 순간, 나는 더 이상 지금 여기에 있지 않습니다. 어느 때는 과거로 돌아가기도 하고 미래로 나아가기도 하며, 어느 때는 은하계 끝자락 우주정거장에서 외계 생명체와 첫 조우를 하죠. 지하철에서 책을 읽고 있으면 옆 사람들은 그냥 출근하는 직장인을 보겠지만, 사실 저는 다른 행성을 탐험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 시공간 여행에서 가장 놀라운 건, 아무리 먼 미래나 낯선 행성이라도 결국 인간의 이야기라는 점입니다.
SF소설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불가능이라는 단어에 의문을 품게 됩니다. 쥘 베른이 상상했던 잠수함이 현실이 되었고, 아시모프가 그려낸 로봇들이 이제 우리 곁에서 청소를 하고 있으니까요. 어제까지 불가능했던 것들이 오늘은 당연한 일상이 되어 있습니다.
이런 경험들이 쌓이다 보니 일상에서도 자꾸 "만약에"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만약 이 기술이 발전한다면? 만약 이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SF소설이 키워준 상상력은 현실의 한계를 뛰어넘는 사고방식을 만들어줍니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을 가능하다고 믿게 만드는 힘, 그것이 바로 SF소설이 주는 가장 소중한 선물입니다.
사람들은 SF를 미래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SF는 현재를 가장 날카롭게 해부하는 장르입니다. SF 작가들은 현재의 문제점들을 극단적인 미래 상황으로 증폭시켜 보여줍니다. 환경오염 문제를 다룰 때는 지구가 완전히 황폐해진 모습을, 불평등 문제를 다룰 때는 계급이 완전히 고착화된 사회를 그려내죠. 이런 극단적인 설정을 통해 우리는 현재 우리가 놓치고 있는 문제들을 더 선명하게 볼 수 있게 됩니다.
SF소설을 좋아한다는 것은 단순히 상상 속 이야기를 즐긴다는 뜻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과학적 사고와 무한한 상상력으로 인간과 사회를 더 깊이 이해하려는 시도이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힘을 기르는 과정이며, 현실을 더 예리하게 바라보는 눈을 갖는 일입니다. 어쩌면 SF소설 작가들이야말로 가장 현실적인 사람들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