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려나 봐요

73

by 조녹아




공기가 달라짐을 실감하는 아침입니다. 밤공기도 시원해져 한결 숨통이 트이더라고요. 밖엔 가을을 맞이하는 비가 내리고 있고 어느덧 9월이 되었습니다.


10대에는 10km/h, 20대에는 20km/h, 30대에는 30km/h로 세상이 빠르게 느껴진다고 하죠. 저는 현재 30km/h의 속력으로 시간을 달리고 있습니다.


30km/h의 속도로 달리는 삶에서는 풍경이 빠르게 지나갑니다. 꽃이 피었다 싶으면 벌써 지고, 잎이 푸르렀다 싶으면 어느새 노랗게 물들어 있습니다. 아름다운 순간들을 천천히 음미할 여유가 없어요. 마치 기차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는 것처럼.


그래서일까요, 가을이 오는 이 순간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이. 잠깐이라도 속도를 늦춰 이 시원한 공기를, 이 부드러운 빗소리를, 이 묘한 그리움을 온전히 느껴보고 싶어 집니다.


어쩌면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라지는 것은, 우리가 삶에 익숙해져서일지도 모르겠어요. 처음 경험하는 것들로 가득했던 어린 시절과 달리, 이제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특별함을 찾기 어려워졌으니까요. 새로운 것에 대한 경이로움이 줄어들면서, 시간도 함께 압축되어 버린 건 아닐까요.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가을비 내리는 아침에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다르네요. 30km/h로 달리던 시간이 잠시 20km/h, 아니 10km/h로 느려진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속도 변화 속에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여전히 소중한 것들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삶에서 달리는 속력은 점점 빨라지겠지만, 가끔은 이렇게 속도를 늦춰 주변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겠어요.


창밖의 비가 조금씩 그치고 있습니다. 가을이 성큼 다가오고 있네요.

keyword
이전 12화아침을 여는 새로운 의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