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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바람이 조금 시원해졌길래 창문을 열고 잠든 날이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바깥에서 누군가 틀어 놓았는지 어딘가에서 노랫소리가 들려오더라고요. 그 음악에 출근임에도 기분 좋게 일어났던 기억이 있습니다. 덕분에 요즘은 음악으로 아침을 열고 있어요.
그날의 노래가 무엇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다만 멜로디가 바람을 타고 스며드는 순간의 기분만이 선명하게 남아 있어요. 알람 소리에 깨는 것과는 전혀 다른 깨어남이었습니다. 이제는 눈을 뜨면 음악을 틀고, 기지개를 켜고, 물을 한 잔 마신뒤, 씻고 몸 단장을 하고, 커피를 마십니다. 처음에는 그날의 기분을 재현하고 싶어서였는데, 어느새 하나의 의식이 되어버렸어요.
그동안의 저는 무색, 무취의 삶을 추구하였습니다. 흔히 틀어놓는 TV조차 소음으로 느껴져 집에서는 조용히 있는 것 만이 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음악으로 하루를 시작해 보니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음에도 이미 뭔가 특별한 하루가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급하게 알람을 끄고 바삐 준비하던 예전의 아침과는 완전히 다른 시간이었습니다. 음악이 흐르는 동안은 서두르지 않게 되고, 멜로디에 맞춰 천천히 몸을 일으켜 리듬에 따라 자연스럽게 움직이게 되죠. 음악으로 시작하는 아침의 가장 좋은 점은 하루가 이미 아름다운 것으로 시작된다는 느낌입니다. 음악이 하루에 대한 기대감을 불어넣어 주는 것만 같아요. 음악에 깊이 빠져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달까요.
가끔은 그 익명의 이웃이 궁금해집니다. 그날 아침, 내 하루를 바꿔놓은 그 음악의 주인 말이에요. 그 사람도 음악으로 아침을 시작하는 사람이었을까요? 어쨌든 그 우연한 선물 덕분에 저는 새로운 아침을 발견했습니다.
물론 여전히 힘든 날도 있고, 음악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일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하루의 첫 순간만큼은 아름답게 시작할 수 있다는 것으로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창문 너머로 들려온 우연한 멜로디가 가져다준 작은 깨달음. 음악은 단순히 듣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방식일 수도 있다는 것을 그날 아침에 배웠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저는 음악으로 아침을 열고, 하루의 피로를 그 멜로디에 기대 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