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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배 Zoe Sep 28. 2023

윤슬이 보이는 풍경

23-02-14


어제는 농장으로 출근했다. 나는 보통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농장 출근을 배정받는다. 농장은 해가 뜨기 전에 도착해야 한다. 그래야 해가 떠 있는 동안 일을 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출근길에는 항상 해 뜰 무렵의 노을을 볼 수 있다. 그러면 나는 그 길목에서 또 감탄을 한다. 세상이 너무 아름답다.



네팔에서 온 람샤가 준 디저트(?)다. 향신료의 향이 세다. 하지만 이 친구의 호의가 너무 고마워서 눈앞에서 아주 맛있게 먹었다. 너무 맛있게 먹었는지 한 개를 더 받았다. 두 개 먹기엔 무리라서 "하나는 집에 가서 먹을게~ 고마워~" 하고 챙겨 왔다.


람샤는 공장보다 농장이 좋다고 한다. 나는 농장의 아침이 너무 추워서 차라리 냉장고인 샐러드 공장이 더 낫다고 생각했는데 농장은 정말 농장 나름의 장점이 있다. 전에는 메인랜드에서 들어오는 배가 연착된 바람에 육지에서 모종을 못 받아서 2-3시간을 그냥 놀기도 했다고. 오늘은 작업이 생각보다 일찍 끝나서 30분을 일하는 척 땅 앞에 쭈그려 수다를 떨었다.


그리고 오늘은 이름에 베리가 포함되어 있는 공장으로 출근을 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공장이다. 람샤 같은 워커들은 슈퍼바이저에게 농장으로만 출근하게 해달라고 말한다. 그러면 비교적 안정적으로 출근을 배정받을 수 있다. 시간도 얼추 비슷한 편이고. 나는 베리 공장이 너무 좋아서 공장과 농장을 섞어 출근한다.



전에 포장할 때 꼭 먹어 보고 싶었던 거였는데, 이게 베리 공장의 스페셜티다. 오늘 보스인 안드레아에게 이곳의 주력상품을 물어보니 바로 이 파나코타란다.


나는 항상 뭘 보면 그것들에 얽힌 이야기가 궁금하다. 예를 들면 파나코타가 주력 공장인데 이름에 왜 베리가 들어가 있는 건지 같은. 베리잼을 만들기 때문에 베리가 들어간 건가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원래는 서머푸딩이라는 영국식 베리푸딩을 만들던 공장이었단다. 그래서 이름에 베리가 들어간 거라고.



해가 질 때면 내 방에서는 이렇게 반짝이는 윤슬을 볼 수 있다. 이 풍경에 난 감동하고, 이 집에서 지낼 수 있는 것에 또 감사를 한다.



방 안의 풍경도 멋있지만 나는 방 안에만 있으면 안 되는 사람이라서 어제오늘 일이 끝나자마자 해변가를 산책했다. 역시 나는 걸어야 하는 거였다. 집 안에만 있다 보니 자꾸 축축 쳐졌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태즈메이니아가 너무 그리워질 거라는 걸 알아챈다. 시드니는 사실 가려면 다시 갈 수 있겠지만 내가 살면서 태즈메이니아에 다시 오게 될 날이 있을까?


그러면 더 최선을 다해 이곳을 만끽하기로 다짐한다. 돌아간 어느 곳에서든 이곳을 충분히 누리고 만끽하지 못했음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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