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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배 Zoe Oct 01. 2023

쨍하고 해 뜰 날 돌아온단다

23-02-18

주말이면 바삐 여행을 다닌다. 오늘의 목적지는 포트아서. 태즈메이니아, 호바트 여행하면 빠지지 않는 관광 명소다. 그런데 나는 이 포트아서에 갈지 말지 한참을 고민했었다. 별로 기대가 되지 않았다. 호주의 시작이나 다름없는 곳인데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고 할까?


포트아서는 호바트에서는 한 시간 반 정도 굽이굽이 산길과 대지를 넘어가야 있다. 태즈메이니아의 한쪽에 위치한 타즈만 반도로 간다. 태즈메이니아는 섬인 만큼 바다와 가까운 곳이 많다. 드라이브를 해서 가는 중에 요트가 떠 있는 바다를 만나면 또 그 정취가 마음을 흐뭇하게 한다.



타즈만 반도는 특히 바다를 면하고 있는 곳이 많아, 가는 길마다 갈색 표지판이 많다. 호주에서 나는 갈색 표지판이 있으면 즉흥적으로 들어가 보려 하는 편이다. 유적지나 자연이 아름다운 관광지가 나온다. 굳이 표지판이 없더라도 옆에 보이는 바다가 멋있으면 멈춰 선다.



포트 아서 전에 있는 타즈만 아치다. 커다란 절벽의 아래에 침식이 생기면 풍화작용에 의해서 구멍이 저렇게까지 커진다. 호주는 정말 자연의 힘이 대단하다. 자주 웅장한 자연의 힘을 느낀다. 저 구멍이 커진 데까지의 시간의 힘 또한 느껴지고 말이다.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으로 나도 따라나섰다. 역시, 사람들이 많이 가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옆으로 가이드가 이곳에 대한 설명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동물이 어떻다든가. 뭘 볼 수 있다든가.



포트아서에 가서 입장권을 끊으니 박물관을 들렀다 가라 한다. 포트 아서 전반에 대한 설명을 꽤 재치 있게 풀어뒀다. 호주는 영국의 죄수들을 가두기 위한 장소로서 개척 됐다. 시드니에서 함께 일하던 레이에게 듣기로는 지금 호주는 영연방이지만 호주를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은 독일인이랬다. 아무튼 영국인은 호주를 감옥으로서 사용하기 위해 터를 잡기 시작했고, 그 첫 감옥이 바로 이 포트아서다. 호주 역사의 시작인 셈이다. 그래서 태즈메이니아가 여행지로서 더욱 발길을 이끈다. 태즈메이니아는 호주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무언가가 많다.



입장권에는 페리 투어가 포함되어 있다. 마치 영어 듣기 시험을 하는 듯했다. 대충은 알아들었지만 아주 자세히는 모른다. 이 작은 섬에는 누가 벌을 받기 위해 있었다고 했던가. 죄수들과 얽힌 이야기들을 쭉 풀어 이야기해 준다. 배를 만들고, 돌을 다듬고, 벌목을 하고, 감옥을 만들었던 그런 역사 이야기다.



포트아서는 죄인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풀어뒀다. 주인에게 불손하게 군 하인들이라던지, 물건을 훔친 사람이라던지, 죄인들의 죄명을 써놓고 그림으로 표현해 둔 게 꽤 재밌었다. 마치 찾기 놀이를 하는 것만 같았다.



비가 조금씩 오기 시작해 카페에 앉았다. 마침 오늘 글도 조금 적어볼 요량으로 왔으니 앉아서 글을 좀 썼다.



그런데 바깥으로 빗줄기가 거세지기 시작한다. 포트아서 입장권은 이틀권이라 내일 다시 와도 무방하다. 그냥 집으로 돌아갈 작정으로 차를 끌고 나왔다.



나오는 길에는 라벤더 아이스크림이 유명한 카페가 나온다. 원래 옆에도 라벤더가 잘 심어져 있는데, 지금은 라벤더 철이 조금 지난 때이다. 카페에서 조금만 더 늦게 나왔으면 이 아이스크림을 못 먹을 뻔했다. 다행이다. 그리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생각한다. 내가, 다시 돌아오려나? 포트아서에 다시 오려나? 아니, 어쩐지 안 올 거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비가 오지만 그냥 포트아서로 다시 차를 돌렸다.



그리고 이런 신기한 풍경을 만나게 된다. 분명 비가 오는데 해가 쬔다. 그렇게 날은 조금씩 개어간다. 한 곳 한 곳마다 인물들의 죄목을 설명해 둔 이곳이 너무나도 흥미롭다.


나는 호주에서 거의 모든 걸 시작할 때 기대를 많이 내려놓으려 하고 있다. 시드니에서 태즈메이니아로 옮길 때도 코워커들은 "기대되니?"란 질문을 많이 했지만 난 그때마다 "아니, 나는 기대하지 않으려 해. 기대는 하면 할수록 실망을 불러오니까"라는 답변을 했다.


그런데 이 태즈메이니아는 내가 기대하지 않으려 해도 만나는 사람마다 얼마나 좋다고 말하는지 내 기대를 부풀게 했다. 그리고 만난 첫인상은 너무 관광지 같고, 그저 호주의 다른 곳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모습에 실망도 했던 것 같다. 기대가 불러온 참사다.



그리고 기대를 내려놓고 다시 이곳을 바라보면서 아름답고 대단한 이곳을 느낄 수 있게 됐다. 포트아서도 전혀 기대가 없었기에 이곳이 더 좋았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래서 내 여행기에 너무 자세한 설명은 쓰지 않으려 노력한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참고해 여행을 결정하게 된다면 이곳의 너무 세세한 일부까지는 몰랐으면 좋겠다. 대충 알고 와서 더 멋진 여행을 누리게 되면 좋겠다. 여행은 예측불허할 때 생생하고, 재미있어진다. 그런 여행은 꼭 인생을 닮아 있기도 하다.


그리고 인생은 오늘 하루와도 비슷하다. 비가 와서 돌아가려 했던 이곳은 언제 쨍쨍해질지 모를 곳이었다. 낙담하고 돌아섰더라면 만나지 못했을 오늘 하루, 인생에 이런 때가 얼마나 많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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