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2-20
The wealthy man is the man who knows he has enough. 안드레아가 알려준 중국 속담이다. 찾아보니 노자의 지족상락을 영어로 표현하자면 이렇다.
안드레아는 150가지가 넘는 종류의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의 보스다. 장난기가 많아서 안드레아는 나에게 "보스를 만났었니?" 같은 장난 섞인 말을 건네기도 했다. "당신이 보스잖아요!" 했더니 아닌 척 시치미를 떼기도 하는 사람이다.
안드레아는 공정이 바쁘고 밀리는 거 같으면 급하게 와서 빠르게 일을 쳐내고 다시 보스의 일을 하러 갔다. 그러니 워커인지 보스인지 헷갈릴 법했다. 하지만 공장에서 위생복을 입지 않는 사람은 역시, 보스뿐이었다.
안드레아는 항상 Smile과 Happy를 강조한다. 그래서 행복을 한참 찾고 다니던 사람으로서 안드레아에게도 물어보고 싶었다. 안드레아가 생각하는 행복이란 도대체 무엇인지.
그리고 받은 답변이 바로 지족상락이었다. 처음에 영어로 안드레아의 말을 들었을 때는 내가 "많이 가진 사람이 부자다"라고 잘못 해석해서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안드레아의 다음 말들을 들으면서 제대로 문장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안드레아는 세 자녀와 일곱 손주들이 있고, 정원이 있고, 공장에서 20년, 14년, 7년을 일해준 바네사, 헤이미쉬, 키리, 그리고 자신을 위해 일해주는 로라가 있다고 했다.
보통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행복에 대해 물었을 때는 자신이 소유하고 경험하는 것들에 대해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 안드레아의 답변은 내가 배운 행복의 진리에 더 가까운 대답이라 할 수 있겠다. 가진 게 중요하다기보다, 가진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안드레아는 본인이 가진 것들에 얼마나 충분히 만족하고 감사해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공장을 가졌으니 행복하겠지"라는 말은 땡이다. 오늘 함께 일한 워커 루시는 "안드레아. 우리랑 같이 여기서 패킹하고 있지 말고 보스는 좀 쉬어. 해외여행도 좀 가고! 나라면 여기서 일 안 하고 놀러 다녔을 거야!"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호주에서 현명한 노인들을 몇 만나며 알았다. 그들이 캐주얼 워커가 저런 장난 섞인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소통하고, 가까이서 일하기 때문에, 쉬는 것보다 일을 택했기에, 그만한 부를 얻을 수 있었단 사실을. 안드레아가 여행에 미쳐있는 사람이었다면 글쎄? 그 공장이 그렇게 돌아갈 수 있었을까? 20년을, 14년을 7년을 그렇게 한결같이 묵묵하게 일해주는 워커들이 있었을까?
안드레아의 삶은 언제나 충분히 행복했다. 보스지만 패킹을 하는 게 그리 불만스럽지 않았다. 그렇기에 가질 수 있었던 것들이 있고, 그렇게 가진 것들이 안드레아의 삶을 풍족하게 만들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