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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배 Zoe Mar 02. 2023

매주 금요일만 기다리는 사람

Tommy는 오지다.

토미는 호주 사람이다. 호주에서는 호주 사람을 Aussie라고 한다. 하지만 토미는 엄연히 말하자면 폴란드에서 이주해 온 이민자다.


나는 처음에 토미를 좋아하지 않았다. 토미는 요란법석해 보였다. 누군가를 놀리고 비난하고, 갑자기 소리를 지르기도 하면서 욕을 많이 했다. 나는 욕인 줄도 몰랐는데 영어를 잘하는 션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물어보면 항상 토미는 십 대들이나 하는 욕을 했다고 했다. 내가 정말 싫어하는 사람의 표본이다.


하지만 토미는 배려심이 깊다. 너무 거칠어 보이는 사람이라 말도 안 걸었는데, 처음 길게 이야기를 해본 토미는 내가 이야기해 본 그 누구보다 쉬운 단어로 내게 이야기를 풀어줬다. 나중에 듣기로는 어렸을 때부터 호주에서 자라 영어를 쓰는 데는 어려움이 전혀 없지만 부모님과 얘기할 때 종종 폴란드어로 이야기해야 했기 때문에 제2외국어를 할 때의 기분을 안다고 했다. 토미는 눈치도 굉장히 빠른 편이라 누군가 불편해하는 기색을 금방 알아차린다. 그리고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려고 노력한다. 토미는 농담을 자주 하고 소리를 지르는 것처럼 크게 노래를 불렀다. 그건 나쁜 기운을 풍긴다기보다 즐거운 기분을 들게 하는 흥얼거림이었다. 처음에는 토미가 싫었지만, 토미와 친해지고 나서 나는 토미가 더 행복해졌으면 했다.


토미는 매일 같이 나에게 아직도 금요일이 안 되었냐고 물었다. 심지어는 금요일에도 퇴근 시간이 아직 되지 않았으니 진정한 금요일이 오지 않았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 토미는 로또에 당첨돼서 은퇴하는 게 꿈이었다. 나는 처음 이 이야기를 듣고 속으로 많이 웃었다. 우리나라 사람들과 그리 다를 바 없다.


토미가 집에 가서는 어떻게 행복한 지에 대해 제대로 들은 적은 없으나 토미는 회사 바깥만 가면 행복하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토미가 진정한 행복을 누렸을 거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남의 행복에다 대고 저울질을 하는 게 우습지만, 내 생각에는 그렇다.


토미에게 로또에 당첨되면 무얼 할 건지 물었다. 토미는 1등석을 타고 해외여행을 다니고, Alcohol과 Drugs를 잔뜩 할 거라 했다. 그러면 행복할 거라 했다. 그게 정말 사실일까?


자산 정도는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자산이 일정 부분 이하일 때는 행복의 수준이 증가하지만 결국 어느 선에 가면 행복의 증가 수준이 거의 미미해진다. 게다가 재미있게도 우리나라는 오히려 가난할 때 행복했다가 돈을 일정 수준 벌기 시작하면서 조금 행복이 감소하고, 돈을 어느 수준까지 벌고 나면 가난할 때의 행복 정도를 되찾는다는 연구 결과를 봤다. 그러니 돈으로 할 수 있는 행위는 절대적인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 거다.


하지만 토미는 자꾸 내게 돈이 없으니 그런 말을 하는 거라고 했다. 토미의 수중에 돈이 1000억이 생긴다면 그때 나에게 “맞아 조이, 네 말이 맞아. 돈은 절대 행복을 만들어 주지 않네. "라고 말할 거라 했다. 그러니 토미는 절대 그전까지는 행복을 실천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나는 토미를 붙들고 그 직장을 떠나기 전 며칠간 일장 연설을 펼쳤다. 나처럼 직장에 있으면서도 행복해질 수 있는 법을 알려주는 책을 추천해 줬다. 그 책의 내용을 조금씩 풀어 토미에게 건네줬다. 내가 토미에게 그렇게 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토미가 좋아서도 있었지만, 토미는 그릇이 이미 잘 닦여 있는 사람이란 걸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겉으로 괴팍하게 구는 것과 달리 섬세함이나 사람을 다루는 걸 보면 큰 사람이란 걸 알 수 있었다. 토미를 계속 설득하다 보니 토미가 그런 말을 한다. 토미는 원래는 사업을 했었다고. 사업을 하는데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그만두고 지금 일을 하는데, 그저 페이를 받으며 일하니 스트레스도 없고 좋다고 했다. 하지만 토미는 그 직장에서 스트레스가 많아 보이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어찌 되었건, 나는 토미를 맞게 본 거였다. 토미를 설득한 건 더 쉽게 그 자리에서 나올만한 사람인게 보여 그런 거였지만, 나는 모든 사람들이 다 그릇을 다지고,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다는 걸 믿는 사람이다. 그래서 자꾸 주변인들에게 말을 거는 거다. 모두가 성장하고 발전하며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성장과 발전은 진정한 나를 찾게 하고 그게 큰 행복을 만든다는 게 내 지론이다.


나는 토미에게 Plant the seed를 했다. 토미의 마음에 씨앗하나를 꼭꼭 잘 묻어 두고 온 거다. 그 씨앗에는 행복을 담아두었다. 토미가 원한다면 그 행복에게 물을 주고 무럭무럭 키울 수 있다. 물을 줄지 말지는 토미에게 달렸다. 마음에 심은 거라 물을 주지 않으면 그 행복은 크지 않고 그대로 씨앗으로 머무를 거다. 나는 토미의 씨앗이 싹을 틔우고 점점 자라나 결국 커다란 나무가 되기를 바란다. 토미의 나무의 열매가 열린다면 그건 분명 탐스럽게 잘 영글어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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