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즈메이니아 한인봉사연합회 - 2
태즈메이니아의 호바트시 한쪽에는 INTERNATIONAL WALL OF FRIENDSHIP 이란 곳이 있다. 우리나라 말로 하면 우정의 벽이다. 이곳은 1984년 중국을 시작으로 63개국과의 우정을 기념하는 화합의 장이 되었다. 한인회 회장님이 처음 이곳에 대한 소식을 들었을 때는 59개국의 국기가 걸려있었다. 그중에는 당연히 우리나라가 없었다. 그래서 회장님은 City council에 대한민국을 새겨 줄 것을 요청했지만 개인은 받아주지 않는다고 했다. 당시에는 한인회라는 조직이 없었을 때였고, 그 일을 위해 회장님은 한인봉사연합회라는 단체를 결성했다. 그런데 그 단체를 결성하는 과정이 길었던지 다시 Council에 갔을 때는 마지막으로 비어있던 자리를 아프리카에 위치한 남수단이라는 나라가 차지하고 말았다.
그래도 새로 새겨 줄 것을 요청했지만 Council에서는 거절했다. 공교롭게도 이 소식을 들은 우리의 옆 나라에서도 자국을 넣고 싶다고 Council에 민원을 제기했다. 덕분에 의회에서 안건으로 다루어져 우정의 벽에는 색이 다른 새로운 벽이 세워지게 됐다.
급하게 생겨난 조직인만큼 한인봉사연합회의 주머니 사정은 별로 넉넉지 않았다. Council에서 현판을 걸어줄 것을 약속받았지만 한인봉사연합회에서는 그 현판을 제작할 비용을 위해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그러다 누군가 가평군을 떠올렸다. 태즈메이니아에서 연관이 깊은 우리나라의 지방 도시라 하면 가평전이 있던 가평군이 제격이었다. 그래서 가평군에 연락을 하고 회장님은 한국으로 날아갔다. 처음에 한국으로 갈 때만 해도 현판을 제작해 줄지 확실하지 않은 것이었는데, 직접 가서 설명을 하니 군수는 제안을 환영하며 받아들였다. 그래서 바로 석재사를 찾아 디자인까지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했다.
Council에서의 현판을 부착하고 나서야 회장님은 우리나라의 현판이 일본 아래에 자리하게 된 것을 확인했다. 누군가는 덤덤했지만, 누군가는 우리가 또 일본의 아래에 있다는 것을 비통해했다. 당연히 자리 변경을 요청했지만 한 번 붙은 현판을 이동시킨다는 것은 뚝딱하고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한인 봉사연합회는 또 운동을 펼쳤다. 결국 현판은 시간 지나 일본의 왼쪽으로 이동하게 됐다. 원래 새로운 현판은 아래 자리를 채우고 옆으로 이동하는 것인데 Council에서 특별히 예외를 허용해 준 것이다. 그런데 이 현판이 새겨진 모양을 보면 또 재미있는 구석이 있다.
가평에 가서 급히 디자인을 생각해 내면서 회장님은 생각했단다. 분명 옆 나라도 국기를 새겨 넣을 텐데 그 국기의 중심에 커다란 원이 우리의 갈라진 태극 문양보다 커 보일 것이 걱정스러웠다. 그래서 국기를 아주 크게 넣어달라고 했다. 그 위로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말, 한글을 새겨 넣고 양옆으로 우리의 얼을 표현할 수 있는 거북선과 우리의 문화를 대표할 만한 첨성대를 그려 넣을 생각이었다. 여기서 거북선과 첨성대의 위치를 가지고도 고민했다고 한다. 어쩐지 그때 오른쪽으로 거북선을 넣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 우정의 벽에 위치한 우리의 현판은 옆 나라의 아래에서 왼쪽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고, 그 나라 방향으로 거북선을 두고 있는 형상이다. 그런 재미있는 일이 호주의 작은 섬에서 벌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