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0-28
오늘도 먹이를 얻기 위해 일찍 일어난 새다. 백패커스 처음 숙박기간이 지나 체크아웃도 해야 했다. 앞으로 호주에서 먹고살려면 기술이 있는 게 좋을 테니 피곤한 몸을 이끌고 나왔다. 체크아웃에서 문제가 생길까 봐 어제보다 더 여유롭게 출발했더니 오늘은 버스 정류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가자마자 바로 면허 발급을 위한 임시 테스트를 봐야 한다. 아침부터 굴러가지 않는 머리를 열심히 굴려가며 벼락치기에 열을 올렸다. 머리에 쥐가 난다.
시험은 약간 날로 먹었다. 내 앞에서 선생님이 수강생들의 답안지를 채점했다. 몇 점 이상이 안되면 테스트 통과를 안 시켜준다. 그러면 다음 주에 있을 진짜 시험에 응시 불가다. 그래서 선생님은 다른 사람이 틀린 문제를 고쳐 낼 수 있도록 힌트를 줬다. 나는 그 덕에 계속 커닝을 해서 답안지를 완성시켰다. 분명히 선생님이 그냥 내 앞에서 말한 거다. 아주 양심을 벗어난 치팅은 아니었다. 힌트를 듣고 답을 생각해 낼 정도의 공부를 했기에 가능했다. 어제 그만큼 공부하고 오늘 이 정도 성적이면 아주 만족스럽다. 선생님한테 칭찬도 받았다.
호주에는 비건 옵션이 잘 되어있다. 이 샌드위치는 팔라펠이 들어가 있다. 팔라펠은 병아리콩을 튀겨 만든 중동의 음식이다. 조금 독특한 향신료가 느껴지는 고로케 같다. 한 번쯤 꼭 먹어보고 싶었는데 한국에선 서울에 가지 않는 이상 맛보기 어려웠다. 이런 비건 음식이라면 대환영이다!
포크리프트 학원 이번 강좌에는 우연히도 한국인이 나 포함 4명이다. 그렇게 만나게 된 샌디언니와 이삭. 샌디언니에게 좋은 정보도 많이 얻고, 알디 마트에 같이 가서 쉬라즈 와인도 하나 샀다. 와인이 6달러쯤 됐다. 알디는 다른 식료품도 저렴하고 좋단다. 음식 추천도 많이 받았다. 음식은 한국인에게 추천받아야 진짜를 알 수 있다.
오늘은 방을 옮겼고 내일이면 내가 다른 백패커스로 간다. 그래서 마지막 파티처럼 푸짐하게 차렸다. 외국에서 먹는 라면의 맛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라면은 외국에서 먹을 때 백 배는 더 맛있다. 아래쪽으로 보이는 크림치즈도 아주 끝내줬다. Spring onion & Chive가 들어가 있는데 파와 부추 같은 허브류라고 생각하면 된다. 손이 계속 가서 내가 거의 다 먹었다. 마성의 맛이다.
쉬라즈 와인을 보니 이런 질문지가 있었다. 그래서 나의 호주 첫 친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눴다. 첫 질문 해석을 잘못해서 15년 후로 타임캡슐을 보냈다. 그 덕에 우리는 꽤나 진지한 서로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우리가 미래로 보내는 타임캡슐은 내 핸드폰에 묻었다. 15년 후를 생각해 본다는 게 쉽지 않았지만, 우리에게 15년 후는 분명 찾아올 것이다.
그때 지금을 떠올려 본다면 어떨까? 그때로 가보지 않았는데도 목이 간질간질하고 뜨거워진다. 이 순간이 많이 그리울 것 같다. 아마 한참을 생각해 볼 것 같다. 지금 이 순간이 정말 소중해서 이렇게 흘러가버리는 게 너무나도 아쉽다. 믿을 수 없게도 이별의 순간이 어느새 한 뼘 앞으로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