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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배 Zoe Aug 01. 2023

11월을 앞둔 시드니는 춥다

22-10-30


5시에 깼다. 엉엉 울며 캐리어에서 경량패딩을 꺼내 입었다. 11월을 코앞에 두고 있는 시드니는 여전히 춥다. 우리나라로 치면 5월을 앞둔 셈인데 오기 직전 10월의 한국보다 더 춥다. 이곳은 여름이 건기라 그런지 찬 기운이 뼛속까지 스민다. 나는 호주에서 겨울을 지낼 계획이 없다. 덕분에 반팔만 잔뜩 챙겨 와서, 있는 긴팔을 모조리 껴입었다. 나는 호주에서 춥찔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옮긴 더 팟은 침대가 넓고 아늑하다. 하지만 기운은 YHA에 비해 냉기가 심하게 돈다. 각 침대는 철저히 분리되어 있고 같은 방 사람들의 얼굴조차 모르겠다는 점은 장점이자 단점이다. 첫날에 이곳으로 왔으면 외톨이 같은 기분을 느끼지 않았을까? 이렇게나 추운데 혼자라는 기분은 어쩐지 더 서글펐을 것 같다.



나는 커다란 가로수를 보면 마음을 빼앗긴다. 싱가포르의 가로수는 언제나 내 마음속 1위 가로수였는데, 호주의 나무들이 그 뒤를 바짝 추격한다.



샌디언니가 말해준 NSW 주립 도서관에 왔다. 마치 해리포터 같은 느낌의 도서관이랬다.



어디가 해리포터 같다는 거지? 나는 그곳을 찾지 못했다. - 다음번 방문 때 찾게 됨-


오늘은 중간고사를 봐야 한다. 호주에 와서 바삐 도서관을 다닌 이유는 바로 중간고사 때문이었다. 무모하게 호주에 오기 전 학점은행제로 18학점을 수강신청 했다. 도서관에서 강의 3개를 듣고 시험 4개를 겨우 쳤다. 아직 시험이 2개나 더 남았다. 이 시험 때문에 내 호주 생활은 아직 집도 잡도 크게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호주 치안이 어떻냐면, 노트북을 두고 화장실을 다녀도 괜찮은 정도다. 내 옆자리 사람도 나를 믿는 듯 노트북을 두고 자리를 비운다. 한국에서만 가능한 줄 알았던 풍경을 이곳에서 만났다.



어제 추천받은 레스토랑이다. 말레이시아 음식점의 차퀘테우와 락사는 무난하고 맛있다. 호주에서는 동남아 음식점을 선택하면 크게 망하지 않는 식사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곳은 호화로운 비주얼과 함께 지갑걱정이 안 될 수가 없는 가격의 음식을 선보였다.



시험 종료가 얼마 남지 않아서 라운지에서 강의를 듣는다. 키친 쪽은 소란스러웠다. 라운지는 좁지만 그래도 이렇게라도 공부할 수 있는 게 어딘가.


생활환경은 호주인데 묘하게 한국과 가깝다. 같이 지내던 친구들은 집을 구하고, 잡도 구하고 있다. 이런 내 상황에서 초조해야 하나 싶기도 하지만 잘 모르겠다.


정해진 건 여전히 없다. 시드니가 정말 추워서 퍼스에 갈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제까진 멜버른이었는데 멜버른은 이곳보다 더 추울 거다. 계획도 매일 바뀌고, 같은 길을 다니면서도 매일 한참 헤매고 있다. 모험과 탐험의 생활을 하고 있달까? 그런데 이 생활이 그리 불안하지 않다.


우선은 다음 주에 포크리프트 자격증을 따는 게 나의 1순위다. 그 후로 어떻게 될지는 그냥 운명에 맡겨보려 한다. 걱정을 해서 크게 달라질 게 없다. 그래서 마음이 크게 불안하지 않은 건지도 모른다.



그저 주변 풍경에 감탄하며 여행자처럼 지내고 싶다. 당분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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