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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배 Zoe Aug 06. 2023

시드니에는 푸른 산이 아닌 파란 산이 있다

22-11-04, 시드니 근교여행


블루마운틴, 유칼립투스의 유액이 증발해서 산을 파랗게 보이게 한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유칼립투스 나무에서는 한 번쯤은 들어봤을 유칼립투스 오일이 흐른다. 유칼립투스 오일의 색은 파랗고 이게 공기 중으로 증발하면 저 멀리 보이는 파란 산맥이 완성된다.



차가 없는 나와 주디는 블루마운틴을 뚜벅이로 다녀왔다. 스트라스필드역에서 아침 7시 반에 출발해서 블루마운틴과 가까운 카툼바역에 9시 15분쯤 도착한 꽤 긴 여정이다.



역에서 나오니 바로 이런 간이 판매대가 보인다. 빵들이 휘황찬란하게 눈을 사로잡고, 위장을 꼬아놓는다. 우리에겐 빵이 있으니 겨우 참고 커피 한잔을 주문했다. 카툼바 역에서 버스를 하나 더 타야 블루마운틴을 볼 수 있는 곳으로 갈 수 있다. 블루마운틴 옆에는 씨닉월드라는 작은 테마파크가 있는데 거길 가볼 작정이다.



버스에서 내리면 이런 증기 시계가 보인다. 안타깝게도 시간이 맞지 않아 증기를 내뿜는 모습을 보진 못했다.



씨닉월드는 놀이기구 같은 관람차들 여럿으로 이루어진 테마파크다. 그래서 이용권을 끊어야 한다. 성인은 49.9$, 어린이(3-15)는 29.9$다. 이용권을 끊으면 손목에 팔찌처럼 채워준다. 한국인 관광객도 많이 찾는 곳이라, 한국어로 된 책자도 있다. 어느 나라사람인지 물어보고 책자를 주니 꼭 받아 보면 좋다. 직원분들이 어떤 루트대로 걷고 기구들을 타면 좋은지 알려준다. 화장실 위치도 알려준다.


그 옆으로는 기념품샵이 있다. 귀여운 캥거루 인형들과 코알라 인형들이 많다.

 


Railway 어트랙션을 타기 위해 기다린다. Railway를 먼저 타면 좋다는 추천을 받았다. 기다리는 중에도 멀리 보이는 유칼립투스 나무들이 멋스럽다.



레일웨이는 생각보다 경사가 져 있어서 꽤 놀이기구를 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앉는 자리 옆쪽으로 좌석 기울기를 조절하는 레버도 있었다. 가파르게 설정해 놓으면 꽤나 무서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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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 내려가면서 앞으로 보이던 풍경이 정말 멋졌다. 더 오래 보고 싶었는데 순식간에 지나가 아쉬울 따름.



씨닉월드는 원래 광산이었던 곳을 테마파크로 조성한 곳이다. 평일인데도 단체 관광객들이 많아서 자주 인파에 휩쓸렸다. 가끔은 가이드 분들 옆에 멈춰 서서 설명을 엿듣기도 했다. 그래도 우리는 따로 움직이면서 천천히 걷고, 또 설명된 안내판들을 정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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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bleway를 탈 때는 관광객들이 많아서 정신이 없었다. 오른쪽 저 멀리 보이는 작은 봉우리 세 개는 블루마운틴에 엮인 전설, 세 자매 봉이다. 마법사가 전쟁에 나서기 전 세 자매를 봉우리로 만들어 두었는데, 전쟁에서 마법사가 죽는 바람에 그대로 바위로 남게 되었다라나 뭐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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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way를 탔다. Railway에 비해서 아주 천천히 지나간다. 발아래로 보이는 나무들의 모양이 역시나 낯설다. 해외라 그런지 역시 산에서도 이색적인 풍경을 만난다. 씨닉월드는 이렇게 어트랙션들이 있고 걷는 길도 데크로 이루어져 있어서 등산과는 전혀 거리가 먼 산책 같은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이후에 가게 된 에코포인트 또한 마찬가지라서 따로 등산복을 챙겨 입을 필요까진 없겠다.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하도 배가 고파서 가방 안의 쿠키를 꺼내 먹었다. 아직 갈길이 멀다. 이때는 뭣도 모르고 걸으면서 쿠키를 먹었다.



걷다 보니 점심을 먹기 딱인 테이블이 나왔다. 주디가 "여긴 신기하게 새가 없다~"란 말을 하자마자 저 새가 날아왔다. 우리는 "오~ 새다!" 하며 가방에서 먹을거리를 주섬주섬 꺼냈다.



우리의 점심거리를 꺼내놓자마자 다른 새 하나가 날아왔다. 와, 후각이 엄청 발달해있나 보다. 저 멀리서 잽싸게 날아왔다. 이 새는 코카투라는 이름의 앵무새다. 호주에서는 우리나라의 비둘기 같은 취급을 받기도 한다고. 비둘기에는 비할 데 없이 영특한 새 이기도 하단다.


너무 놀란 우리는 꺼내놓은 음식을 마구 가방에 넣고 자리를 피했다. 우리 음식을 다 빼앗길 것만 같았다. 코카투의 눈빛이 너무 무서웠다. 코카투 덕분에 주디는 가방에 우유를 다 쏟았다. 이후로 우리는 더이상 보이지도 않게 된 코카투를 향해 계속 씩씩거렸다.



어쩔 수 없이 배는 고프지만 계속 걸었다. 이런 폭포 하나를 만나고, 우리는 에코포인트로 향해 걸었다. 원래는 에코포인트로 향하는 조금 빠른 길이 있었지만 그 길이 공사 중이다. 구글맵에서는 저 멀리 둘러가는 길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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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은 더 이상 등산길이 아니다. 인도가 없는 도로변을 걸으며 이곳의 정취를 느꼈다. 세 자매봉을 모티브로 한 모텔도 보이고, 엄마 오리를 따라가는 아기 오리들도 봤다. 정겨운 풍경들이다.



블루마운틴 여행은 씨닉월드와 에코포인트가 핵심이다. 이 에코포인트는 호주에서 몇 안 되는 메아리(Echo)가 울리는 곳이라고.



에코포인트에서는 세 자매 봉이 한결 더 가까운 데다 저 멀리 파란 산맥이 더 잘 보인다. 씨닉월드에 관심이 없다면 에코포인트만 들렀다 가도 충분할 듯하다. 차가 있다면 킹스테이블이라는 포토스팟을 들러보는 걸 추천. 우리는 뚜벅이라 그곳까진 갈 수 없었다.


호주와 낯가림을 하던 때라 '야호' 한 번을 외치지 못한게 아쉽다. 다음번에 가게 되면 꼭 한 번 이 파란 산맥에 한국의 말소리를 심어놓고 올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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