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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배 Zoe Aug 07. 2023

토요일은 마켓을 위한 날

22-11-05, 시드니 3대 마켓 중 록스 마켓과 글리브 마켓


하루가 다르게 자카란다의 보랏빛이 범위를 확장한다. 써큘러키 역 앞의 자카란다 나무가 보랏빛을 한껏 뽐내고 있다. 자카란다가 제철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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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주말 플리마켓을 구경하기로 작정하고 친구들을 만난다. 첫 번째 행선지는 써큘러키역 주변의 록스마켓이다. 써큘러키역은 오페라하우스와 가장 가까운 역이기도 하다. 써큘러키 역내에 진입하는 순간 하버브리지가 보인다. 그 옆으로 큰 크루즈선이 보이자마자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한다.



주디와 함께 가벼운 아침을 먹기 위해 팬케이크 가게에 들렀다. 간단하게 테이크아웃정도 할 수 있는 곳인 줄 알았더니 꽤 차림새 있는 식당이다. 하는 수 없이 가지 피자도 하나 시켰다. 이 집은 펜케이크보다 가지피자와 카푸치노 맛집이었다.



록스 마켓에 가는 길 이런 갤러리가 있어서 한두 군데 들러봤다. 하나같이 따뜻한 작품들을 만났다.



이런 뜨개 상점도 있다. 카페 사장님이 뜨개를 좋아하시는 건지, 콘셉트가 뜨개자수인 건지는 모르겠다. 푸근한 인상의 카페인 건 틀림없다.



록스 마켓은 핸드메이드 제품들을 주로 판매하는 마켓이었다. 그래서인지 예술적인 작품들도 눈에 띈다. 아기자기 귀여운 소품들도 많다. 생각보다 크지는 않은 규모의 마켓이다. 하지만 작가들의 취향이 한껏 반영되어 있기에 구경하는 재미는 쏠쏠하다.



록스 마켓은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열린다. 호주는 대체로 어딜 가나 오전 시간이 더 붐비고 사람이 많다. 생기 있는 마켓을 원한다면 오전에 방문하는 게 좋겠다. 주말에 시드니 여행을 가게 된다면 기념품은 록스마켓에서 준비해도 좋을 듯하다. 오페라 하우스가 그려진 멋진 그림들과 엽서들을 잔뜩 만날 수 있다.



록스 마켓의 끄트머리에는 푸드 트럭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이 또한 규모가 그리 크진 않다. 푸드코트가 아닌 일반 식당도 있으니 그곳을 이용해도 좋다. 현지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그곳에서 여유롭게 식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푸드트럭 어딘가 팔라펠을 시식해 볼 수 있는 곳이 있었다. 내 친구들은 병아리콩으로 만든 튀김인 팔라펠을 절대 돈 주고 사 먹어보지 않을 것 같아서 시식을 권했다. 친구들의 세상이 조금은 더 넓어지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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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스 마켓이 끝나는 지점에서 보니 저 멀리 바다가 보인다. 걷다 보니 이런 울창한 나무와 함께 공원이 나온다. 햇빛이 눈부시게 우리를 비춘다.



오늘의 시드니 날씨 아주 맑음. 오늘도 평화가 나를 감싼다. 호주에 온 지 며칠 안 됐는데 이런 기분을 어찌나 자주 느꼈던지. 오페라 하우스는 볼 때마다 가슴이 웅장해진다. 멋진 풍경을 보고 있는 내가 괜히 더 멋있어진 것 같은 이상한 착각도 든다.



둘은 눕고, 하나는 재롱을 부리며 주말 오전을 만끽했다. 공원에서 시드니를 마음껏 누리는 호사를 즐긴다. 웃음이 자연스레 새어 나온다.


지나와 주디는 지금 집을 구했지만, 그전에 여러 집들을 둘러보고 다녔다. 비슷한 예산 내에서 시티 안에 집을 구하기란 쉽지 않다. 트레인을 타고 20-30분 가는 지역보다 시티가 더 가격이 비싼데도, 방의 컨디션은 말을 잇지 못하게 했다고.


그중 기억에 남는 방은 스터디룸과 썬룸이다. 스터디룸은 창고 같은 방을 개조한 건지, 지금 우리나라 아파트의 팬트리 룸 정도 같은 곳을 내놓는다고 한다. 사람 몸 하나 겨우 뉘일 수 있고, 창문은 없는 곳이다. 그런 곳을 어떻게 스터디룸으로 이름 붙여 셰어 하는지 참 똑똑하다는 생각이 든다. 주디가 다녀온 썬룸은 베란다 방이었다고 했다. 낮에는 햇빛에 쪄 죽을 것만 같았고, 제대로 된 문도 없었다고. 그런 방도 독방이라고 1주에 200불 언저리다.


처음에 주디와 지나에게 그런 컨디션을 들었을 때는 도대체 시티가 뭐길래 그런 곳에서까지 살아야 하나 싶었다. 그런데 오늘 이 공원에 누워있자니, 이런 환경이라면 썬룸도 괜찮겠다는 눈먼 생각이 얼핏 든다. 햇빛이 따사로울 때는 아예 밖으로 나와 공원에 누워있으면 될 테니. 혹은 하버를 따라 러닝을 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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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브리지에는 클라이밍 투어가 있다. 누워서 보니 저 멀리 하버브리지를 오르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 옆으로 호주 국기와 정체 모를 깃발이 흔들린다. 빨간색과 검은색이 반반 섞인 데다 가운데 노란 원이 그려진 이 깃발의 정체는 5개월 후쯤 알게 됐는데, 호주 원주민들의 깃발이었다.



써큘러키 역 부근은 확실히 관광객이 많고, 그들을 위한 버스킹 공연도 많다. 주말의 써큘러키의 정취를 이 영상으로나마 조금 느껴보시길.



다음 행선지인 글리브 마켓이다. 구글맵이 알려준 대로 갔다. 아마 버스를 탔었던 것 같다. 시티와는 그리 거리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는 구제 마켓이다. 선글라스나 의류의 브랜드 사장님이 오셔서 파는 판매대도 있었지만, 힙스터들이 본인의 옷을 내놓고 파는 빈티지 판매대도 있었다. 오후가 되고 넘어가서인지 힙스터분들의 판매대는 마감 정리 중이었다.



글리브 마켓은 글리브 공립학교 앞의 공터에서 열리는 만큼 금연에 대한 당부 표시가 있다. 개와 흡연은 금지되어 있다. 그리고 당연히 담배 피우는 강아지는 절대 안 된다! 재치 있는 포스터다.



글리브 마켓은 구제가 섞여 있다 보니 이게 구제인지 새 제품인지 헷갈리는 것들도 많다. 가격대가 조금 있었던 걸로 보아 완전 구제는 아니었던 걸로. 새 제품을 사는 것도 좋겠지만 글리브 마켓은 독특하고 품질 좋은 구제 제품을 구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마켓에는 역시 먹거리가 빠질 수 없다. 타코와 함께 속에 치즈와 야채가 들어있는 고즐렘을 시켰다. 터키식 전요리다. 먹거리는 이렇게 다양한 나라의 음식들이 나와있다. 여러 민족이 섞여 공존하는 호주답다.


고즐렘은 조금 태워준 것 같지만 시장이 반찬이라 그저 맛있게 먹었다. 식후에는 Sugar cane(사탕수수) 주스를 한잔한다. 달달하고 시원하니 갈증을 삭이기에 딱이었다.



돌아가는 길의 정취가 흥겹다. 뭐 하시는 분들 일지 궁금해진다.



우리는 헤어지기 아쉬워 공원 한 군데를 더 찾았다. 호주는 날이 건조한 만큼 햇빛이 없는 곳은 춥다. 그래서 강렬한 태양 아래 배를 깔고 한숨 푹 잤다. 시원하게 잔 따뜻한 오후다.



A little piece of serenity


록스마켓에서 만난 어느 작품의 이름이다. 작은 평온함. 오늘 하루를 대변해 주는 문장이다.


오늘은 아침의 시작부터 좋은 노래를 하나 알게 됐다. 그 노래와 함께 트레인도 타고, 공원에서 눕고, 친구들과 함께 웃으면서 나는 금방 알아챘다. 우리가 만나 함께한 이 순간이 행복한 순간으로 깊이 남을 거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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