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이배 Zoe Aug 09. 2023

심플 이즈 더 베스트

22-11-07


아침에 두뇌 회전 속도가 빠르다고 한다. 이런 때 스마트폰을 보는 건 뇌의 활동을 오히려 망가트린다고. 그래서 아침에 헛짓 대신에 책을 읽기로 결심했다. 물론 이게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바깥에서 에너지를 얻는 E형 인간이다. 그래서 주디와 함께 있을 때 좋았다. 이 작은 방 안에서 둘이 오순도순한 맛이 있었지. 주디가 가고 나니 이것도 좋다. 함께인 것도, 혼자인 것도 즐겁다.


오늘은 방을 옮기는 날이다. 소피의 쉐어하우스에서 소피의 쉐어하우스로 옮긴다. 다만 옮기는 집은 여기서 트레인을 타고 두세 정거장을 더 가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소피와 조금 멀어진다.

  


새로 온 곳 또한 한인들이 꽤 많이 모여사는 곳이다. 역사에 한국어 간판도 많이 보인다. 이곳은 내가 들러본 도서관 중에 한국책이 가장 많다. 아직 도서관이라 해봤자 여기 포함 네 군데밖에 안 들러봤지만 말이다.



호주 유심으로 바꾸면 좋은 점이 있다. 바로, 사진을 찍을 때 소리가 나지 않는다. 도서관에서 큰 제약 없이 이야기를 나누긴 하지만, 그래도 찰칵 소리가 안 나게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공부하러 도서관을 찾았다가 구직활동으로 고스란히 시간을 보냈다. 학원에서 연계해 준 곳에서는 따로 연락이 없었다. 그래서 나 스스로 구직활동에 나서야 할 때가 왔다. 잡을 구할 수 있을지 너무 큰 걱정은 하지 않으려 한다.


급여 좋고 위치도 가까운 곳에 잡을 구하는 게 목표지만, 정 안되면 이런 곳에 지원하면 금방 뽑아줄 듯하다.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하고 무경험자도 괜찮다고 말하는 거 보면 사람이 꽤나 안 뽑히는 곳인 거 같으니까. 전화까지 직접 하면 바로 뽑아주지 않을까?


소피가 함께 지내는 동안 자주 우리에게 강조한 미덕이 있다. 심플하게 살라고. 심플하게 살 때 제일 편하고, 잘 살 수 있다고. 



이곳은 이전 동네처럼 으리으리한 집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여러 정원들에서는 여전히 꽃들이 활짝 피어 인사를 건넨다.



원래 소피는 따로따로 온 사람들에게 2인실을 내어주지 않는데, 나는 운이 좋게 그런 자리에 들어가게 됐다. 이 방에서 지내라고 보냈지만 소피가 약속했던 책상이 없었다. 옆 방과 헷갈린 거다. 마침 내일 옆 방 친구가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해서 내일 그 방으로 옮기기로 했다.




소피는 절대 앞선 걱정을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나는 이 의견에 철저하게 동의한다. 가볍게 살 거다. 생의 무게를 가벼이 여기겠다는 말은 아니다. 삶의 고난과 고통을 짊어지지 않고 최대한 가볍고 싶다. 내가 짊어질 필요가 없는 고통이라면 더욱 그렇다. 소피와 내 생각에서 걱정은, 짊어질 필요가 없는 고난이다. 어떻게든 걱정하는 일은 해결되고 말 테니까. 게다가 걱정을 한다고 더 잘 해결되는 것도 아니니까.


오늘 구직지원서를 여럿 넣었지만 연락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일하기 전에야 실컷 놀 수 있으니 이 시간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내일도 구직활동을 하겠지만 가볍게 지원서만 몇 개 넣고, 내일이 건네는 하루를 온전히 즐기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토요일은 마켓을 위한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