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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배 Zoe Aug 11. 2023

즐겁게 일을 시작해 볼까?

22-11-11


어제는 몇 군데 회사에서 양식을 보내줄 테니 작성하라는 연락이 왔다. 이제 진짜 합격인가! 했지만 합격 소식은 아직이다. 혹시 인터뷰를 바로 가야 하나 싶어 옷을 단정하게 차려입고 있었는데 말이다. 좌절하지 않고 계속 지원서를 넣고 있다. 포크리프트 운용보다 더 범위를 넓혀서 웨어하우스(창고) 관련 일이면 전부 지원했다.



어제 기다리는 시간이 가혹해 카페에 들렀고 인스타그램에 내 호주 워홀 이야기를 조금 올렸다. 올리고 보니 초반 이야기가 알차다. 하지만 구직하고 나서 이야기가 심심해지면 어쩌지? 매일 똑같은 일상에 아무런 할 얘기가 없어진다면? 아니, 이야기를 많이 만들어내자 마음먹었으니 다를 수 있겠지. 일상에 속아 이야기를 밋밋하게 만들지 않겠지.



그리고 어제 지원한 곳에서 오늘 메일이 왔다. 전화도 아니고, 메일로 Notice period를 물어본다. 지금껏 받아온 연락과 한참 다르다. 나에 대한 아무런 질문도 없이 노티스 먼저 묻다니. 이 Notice period는 그만두기 전 얼마나 미리 회사에 얘기해 줄 건지를 말한다.



요 며칠 워낙 찔러보기만 하는 회사들을 많이 겪어서 다른 전화를 받고 인터뷰를 잡았다. 아직도 차 다니는 차선이 헷갈려서 반대편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다 버스를 놓칠 뻔했다.



도착해서 내 이름을 말하니 약속을 잡은 건지 묻는다. 내가 연락받은 사람 이야기를 꺼내도 누군지 모른단다. 우선 페이퍼를 작성하라고 줘서 열심히 적었다. 지금까지 컴퓨터로 체크하던 문서를 일일이 손으로 하자니 조금 귀찮은 마음이 올라온다.


그러다 Notice Period를 물어본 회사에서 전화를 받았다. 다음 주 월요일에 출근하라고 한다. 몇 가지 간단하게 묻고 회사 소개를 해준다. 회사 근무 시간이 내가 본 근무시간들 중 제일 좋고, 시급도 높다. 게다가 걸어서 갈 수 있게 가깝다. 쓰던 페이퍼는 고이 반납하고 "나 잡 구했어. I got a job" 말하며 나왔다. 페이퍼를 건네는 손맛이 어찌나 좋던지.



집에 가려다 주디와 함께 소피가 일하는 가게에 들렀다. 쇼핑몰의 KFC 햄버거와 치킨을 사 와 배 터지게 먹었다. 역시 먹는 즐거움은 대단하다. 돌아오는 길에는 소피의 새로운 이력을 들었다. 소피의 이야기는 들을 때마다 경이롭다. 은행원 월급이 20만 원이던 시절 월에 1,000만 원을 받는 컨설턴트였단다. 그중 일하던 한 영어 학원은 여전히 누구나 이름 들으면 알 법한 곳이다. 뉴질랜드의 시민권을 받은 소피는 자동으로 호주 영주권이 생겼다. 하지만 시민권은 호주에서 몇 년 이상 거주해야 받을 수 있었는데 하도 한국에 있던 기간이 길어 그 기간을 아직까지도 채우지 못했다고 한다.


소피는 자주 직업과 그 일에 따르는 보수에 대한 얘기를 해줬다. 하지만 그 보수보다 더 큰 기쁨으로 일하는 소피를 볼 수 있었다. 어쩌면 소피는 기쁘게 일했기에 그만큼 보수가 뒤따른다는 설명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나도 거기에 동참하고 싶어 진다. 기쁘게 일하면서 그 크기만큼의 행복과 보수를 얻고 싶다.


그 시절이 얼마나 신났었는지를 얘기하던 소피와 그런 이야기가 정말 흥미롭고 재미있었던 나는 서로 역이 달라 헤어지는 순간에 큰 아쉬움을 뒤로해야 했다. 소피는 그때 느꼈던 자유와 성취감이 얼마나 컸었는지 행복에 부푼 얼굴로 이야기를 했다. 오늘 그 트레인에서 가장 밝은 빛을 띠던 사람들이 감히 우리였노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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