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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배 Zoe Aug 12. 2023

실수가 많은 나를 어떻게 믿어요?

22-11-14


나에게는 고질적인 병이 하나 있다. 일을 구하고 나면 꼭 그 옆으로 운동할 거리를 찾아본다. 스트레스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전략이었던 것이 이제는 삶의 부속품이 된 까닭이다. 봉사활동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괜히 이 페이지, 저 페이지를 기웃거린다. 물론 아침에는 독서와 뉴스레터가 함께다. 사업 강의와 심리학 강의도 듣는다. 아침의 인상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


이런 나를 가만 보면서, 사람은 어딜가나 제 모습대로 사는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재밌어 보이거나 가보고 싶었던 곳에 망설임 없이 가보면서, 책 읽고, 공부하고, 운동하고, 이런 것들을 삶에 들여 꽉꽉 채우는게 버릇이다.



가는 길에 이런 표지판이 보여 뭔가 하고 찍었다. 같은 방 룸메언니가 영어 문화권에서 오랫동안 살아서 왠지 알 것 같았다. 이 곳은 역 앞의 주정차 구간인데, 뽀뽀할 수 있을 시간만큼 잠깐만 정차할 수 있는 곳이란다. 이곳 사람들은 헤어질 때 뽀뽀를 하고 헤어지니 이런 표지판이 생긴거라고. 또 다른 문화를 이렇게 하나 배운다.



집과 가까운 곳에 아울렛들이 모여있는 지대가 있다. 그래서 오늘은 작업복을 살겸 거길 들렀다. 가는 길에 마침 운동복을 파는 곳이 있어서 수모와 수경을 샀다. 이 곳은 자동 스캔이 된다. 저 네모난 공간에 넣기만 하면 끝이다. 나는 가끔 이런 곳을 발견할 때, 호주의 전산화가 생각보다 수준이 훨씬 높다는 걸 알게된다.



오늘의 진짜 목적은 바로 안전화다. 좋은 걸 사러 들렀다. 안전화를 신고 산 세월이 길어 무릎이 많이 나갔기에 좋은 안전화의 중요성을 아주 잘 안다. 혹시 시드니에서 안전화를 사려는 사람들이 이 글을 본다면 RSEA도 좋은 선택지지만 일요일의 플레밍턴 마켓에도 괜찮은 안전화가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K마트에서 사보진 않았지만 크게 추천하고 싶진 않다.



작업복을 사고 나는 또 도서관에 들린다. 처음 와보는 도서관인데, 주말에는 이곳 도서관이 길게 운영해서 나중에 또 올 예정이다.



오늘 공부에서는 자기 확신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실수하고 안 될 수도 있지만 그래도 나를 믿는 걸 말한다. 우리를 행위로서 판단하려들 때 우리는 자꾸 확신을 잃는다. 행위로서 우리는 완벽해질 수 없다. 제 아무리 노련한 사람일지라도 실수는 생기기 마련이기 때문에. 그래도 우리는 스스로를 믿을 수 있다. 내가 "나"이니까.


나는 행동이 많은 사람이지만 그 행동들의 뿌리는 모두 생각이다. 내가 나를 믿는 이유는 열심히 공부를 하고, 운동을 하고, 뭐든 척척 해내는 사람이라서가 아니다. 이 모든 건 전부 생각에서 왔다. 누군가는 내 글을 보며 '저렇게 행동이 많은 건 난 못해, 나 같은 사람은 절대 못해'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내 주변에서 나에게 자주 해주는 말이다. 이렇게 행동이 많아지기 전에 나에겐 더 많은 생각이 있었다.


생각하고 또 고민해서 이런 삶의 결론을 내고 살고 있다. 내 인생이 모든 이들의 삶에 정답이 될 수는 없다. 다만 이야기 하고 싶은 건 내가 나의 모든 모습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사랑할 때, 진짜 나다운 모습이 무엇일지 고민하며 살게 된다. 그럴 때 우리는 원하는 것을 자율적으로 선택하며 자유롭게 살 수 있다. 그리고 기꺼이 결과에 책임질 수 있는 사람으로 완성된다.


가끔 이 과정을 반대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멋있게 살아야 그때 비로소 스스로의 모든 모습을 사랑할 수 있겠다고. 언젠가 이야기에 나오겠지만 나는 굉장히 소심하고, 친화력도 없는 사람이었다. 남들에게 툭하면 벽을 두는 게 습관이었다. 그런 시절에도 내가 나를 믿어줬던 게 지금의 내 모습이 될 수 있었던 거 아니었을까 감히 생각해 본다.



내일은 첫 출근이다. 이런 글에 써먹을 요량으로 첫출근 준비물을 찍어두었다. 지원했던 글을 다시 한 번 확인해보니 Busy한 사업장이라고 적혀있다. 포크리프트 작업도 아닌데 시급이 높다. 그만한 일이 주어지지 않을까? 약간 긴장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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