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1-20
어제는 거의 하루종일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했다. 주중에 못 들었더니 밀려있는 강의가 산더미 같다. 토론도 해야 하기에 주제에 맞는 몇 가지 답변을 달았다.
특히 호주에서 가볍게 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있다. 오기 전 차 사고가 아주 크게 난 블로거의 글을 봤다. 나는 그날 잠을 설쳤다. 머리만 대면 기절하는 내가 그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표식이었다.
지금도 그래서 대강의 계획만 짜서 눈앞에 있는 것들에만 집중하고 해결하며 지내고 있다. 불확실함을 보려 하지 않는다. 너무 앞선 일을 계획하다가 불안하고 싶지 않다. 그 불안감으로 며칠을 흘려보내는 건 더욱 원치 않는다. 나에게는 매일이 너무나도 소중하기 때문에.
오늘은 주디를 만나서 카페에 들렀다. 얼마 전에 발견한 크로플과 커피 맛집이다. 크로플을 파는 이곳은 당연하게도 한국인이 운영하는 카페다.
주디가 찍어준 사진을 보니 내가 꽤 착해 보이는 거 같다. 맑은 눈의 광인 같아 보이기도 하고. 요즘 긍정에 미쳐있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주말을 계속 이렇게만 보내도 되는 걸까? 주말에 일을 더 할까도 계속 알아봤었다. 하지만 내가 호주에서, 시드니에서만 할 수 있는 것들로 채우고 싶다. 카페에서 크로플 먹는 건, 한국에 가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오늘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해석을 바꿀 수 없다는 걸 배웠다. 내가 사실 하고 싶은 건 이런 거다. 그래서 심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건방진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불안한 청춘들의 이야기를 듣고 길잡이가 되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불안한 청춘의 탈을 써보기로 마음먹었다. 이런 모습을 하고 있다면 다들 경계하지 않을지도 모르니까.
그런 모습으로 션에게 해줄 말이 좀 생각났다. 그래서 어제 션에게 전화를 했다가 까였다. 션은 진짜 I다. 절대 어딜 가자는 요청을 들어주질 않는다. 공교롭게도 션은 소피의 다른 셰어하우스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소피의 집에 같이 가대도 싫단다. 그래서 맛있는 피자와 치킨을 못 먹고.
이 얘기를 주디에게 하면, "언니, 사람은 백 번 말해줘도 안 들어"라는 말을 한다. 나도 그걸 안다. 현명한 소피도 사람을 바꾸려 들지 않는다. 역시나 내가 이러고 다니다가 다칠까 그런지, 사람을 바꾸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게 편해지는 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내 생각엔 그렇다
괴로운 걸 전혀 알아채지 못하면서 괴로워하는데, 백한 번 더 얘기해 줘야지.
백한 번에 바뀔지도 모를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