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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배 Zoe Aug 18. 2023

마법의 인사, 굿모닝

22-11-28


아침 출근길이면 그냥 기분이 좋은 정도가 아니다. 나는 매일 실실 웃으며 출근한다. 남들 눈엔 정말 미친 사람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정말 매일 기분이 날아갈 듯 기쁘다. 주택가를 둘러 가는 길에 집집마다 다른 꽃들을 매일 새로이 발견하는 일도 빠트릴 수 없는 즐거움이다.



원래는 션이 쉬는 시간만 되면 칼 같이 와서 얘기해줬는데 이제 혼자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만 한다. 휴식시간과 점심시간을 절대 놓칠 수는 없지. 다른 워커들이 휴식시간도 챙겨주지 않을 정도로 야박해서가 아니라 서로 시간이 달라서 그렇다.



이 물건들은 지난 주 금요일에 내 혼을 쏙 빼놓은 장본인들인데 이상한 부분이 있었다. 피터가 분명 주문 종이를 확인하고 그대로 내버려 뒀던 주문 건이다. 그래서 나도 별 신경을 쓰지 않았던 건데 라쟈가 내게 와서, "조이, 내가 도와줄테니까 걱정마, 조금 이따가 올게", "조이 내가 조금 이따가 도와줄게!" 라고 했다.


내가 이걸 해야만 한다는 얘긴지? 나를 왜 도와주겠다고 하는 건지? 제대로 알 수는 없었지만 라쟈가 뒤늦게 와서 나는 영문도 모르고 주문을 확인하기 시작했었다. 우리는 확인을 하면서 계속 어딘가 이상해서 퇴근시간을 넘길 때까지 체크를 했다. 결국 뭔가 이상한 곳을 찾지 못 해서 그냥 테이블 아래에 내려놓고 퇴근을 했었다.


오늘 아침에도 확인해보니 이상하다. 왜 일까? 너무 이상하다. 물건들을 가져온 박스에 직접가서 물품이 맞는지 확인을 해보다가 겉 표시와 내용물이 전혀 다르게 적힌 박스들을 발견했다. 대여섯 박스안에 있는 물품이 완전히 잘못 배송될 뻔한 걸 발견한 거다. 만약 그랬으면 재 배송을 수십건 했었어야 할 거다.



오늘 할 일을 다 한 기분에 뿌듯해 있었는데 퍼머넌트 워커들의 점심시간에 내가 처리할만한 주문 건이 남아있질 않았다. 그렇다고 일을 안 할 수는 없고, 변기 박스 하나를 잡고 박스 무게를 재니 27키로다. 전혀 몰랐다. 알았으면 내가 안 했을 거다. 근데 집었으니 어쩔 수 없이 내가 마무리 했다. 그리고 점심시간이 끝나고서 여기저기 사람들이 내 얘기를 하는 것만 같다. 정확하진 않다. 하지만 "트웨니세븐"이 계속 들린다.


토미가 조심스레 다가와서 앵커 같은 철덩어리들을 가리키며 "조이, 무거운 건 네가 하지마"라고 말한다. 나는 "No!"라고 했고 토미는 질색을 하며 고개를 젓고 갔다.


토미는 오늘 자꾸 "브라질!!" "브라질!!!"하며 소리를 질렀다. "Why Brazil?" 물었더니 "Troy upset"이라고 답한다. 나는 여기서 조금 놀랐다. 트로이를 화나게 하려고, 그러니까 트로이를 놀리려고 브라질을 외치고 다니는 것도 웃기지만 토미의 저 짧은 문장에 감동했다. 내가 평소에 영어를 반토막만 알아듣는 걸 알고 그렇게 얘기해주는 거란 걸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는 이유가 뭘지 곰곰이 생각해본다. 물론 내가 어딘가 이상한 걸 자꾸 찾아내고, 무거운 것도 마다하지 않고 들겠다고 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근본은 그게 아닌 것 같다.


아침이면 모두에게 환하게 웃으며 "Good Morning!!" 인사를 하고 다니는데 그게 핵심인지도. 가만보면 다른 캐주얼들은, 심지어는 퍼머넌트들 조차 인사를 그리 신경써서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사를 받으면 모두가 좋아한다. 그런 사람들을 보며 난 또 기분이 좋고, 그러다 보면 오전 내내 웃는 얼굴로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게 모든 연쇄작용을 거쳐 모두에게 호감을 주지 않았을까나? 이유없이 예쁨을 받고 있는 게 느껴져서 이상한 마음에 매일 물건을 포장하며 내린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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