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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배 Zoe Sep 05. 2023

바비큐는 역시 K-바비큐지

23-01-06


홀리데이가 끝나고 일이 상당히 많았다. 출근 직후에 보통 이렇게 물건이 쌓여 있질 않은데 주문이 밀려도 한참 밀려있다. 이 덕분인지 보스인 콜린이 바비큐 파티를 준비했다고 한다. 션이 그만두기 전부터 토미가 그렇게 노래를 부르던 바비큐 파티다. 토미는 내게 "호주식 바비큐는 먹어본 적이 없지? 코리안 바비큐와는 달라~" 하고 말했다. 바비큐를 시작하기 며칠 전부터 팀은 보스가 바비큐 때마다 질 좋은 고기를 사 온다며 한껏 기대를 높여 놓았다.



고기 종류는 소고기 스테이크, 치킨 스테이크, 소시지다. 고기를 굽는 사람이 중요한데 아무도 맡으려 하지 않아서 매니저 로키가 자리를 차지했고, 다들 고기가 탔다며 뒤에서 수군거린다.



호주식 바비큐 식사는 이렇게 준비되어 있었다. 서너 종류의 하얀 빵과 버터, 그리고 바비큐 소스. 빵에 버터를 펴 바르고 바비큐 소스와 양파와 버섯 같은 야채를 조금 곁들여 샌드위치처럼 먹는다.



소고기 비주얼이 멋졌지만 진짜 맛있었던 건 치킨 스테이크였다. 다음번에 또 바비큐를 한다면 치킨만 두 덩이 먹고 싶었을 정도다. 호주에선 이런 바비큐 문화가 발달해 있어 치킨 스테이크용 고기를 마트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마트에서 싸이 닭고기를 사면 된다. 한국에서 유명한 싸이버거의 그 싸이다. Thigh. 닭의 넓적다리 부분이다.



많이 타버린 고기였을지라도 왜 그렇게 토미가 바비큐, 바비큐, 노래를 불렀는지 알 수 있었을 만큼 다들 행복한 식사를 마쳤다. 나는 빵 한 조각, 소고기 한 덩이, 닭다리 하나를 먹고 배가 터질 뻔했는데 다른 워커들은 나의 세네 배를 먹은 듯했다.



식사를 하며 팀은 내게 이 화면을 보여줬다. 넷플릭스에서 재밌게 보고 있는 한국 드라마와 예능이 있다면서. 이걸 아는지 물어봤는데, 호주사람인 팀은 알지만 한국사람인 나는 넷플릭스를 잘 안 봐서 모르는 예능이다. 한국 콘텐츠의 힘을 이렇게 또 느꼈달까?


내가 다니는 회사는 시드니의 한인들이 모여사는 두 지역의 중간쯤에 위치해서 그런지 워커들 중 한식을 접해본 직원들이 많다. 고기를 먹으며 "역시 코리안 바비큐가 더 맛있어. 그렇지?"라고 하는 워커들도 있다. 실제로 어떤 식당 앞에서 여러 인종의 호주사람들이 K-바비큐를 먹기 위해 줄을 서있는 풍경을 볼 수도 있었다.



전에 나빈에게는 맛있는 한국 치킨 가게를 추천받았다. 토미는 치즈가 덮여서 나오는 한국식 치킨을 정말 좋아한 댔다. 그 음식을 설명하는 토미의 표정이 얼마나 들떠있었는지 모른다. 팀은 비빔밥을 정말 좋아했고, 부산에 다녀온 적 있었던 콜린은 내게 진생치킨수프가 정말 맛있었다고 했다. 인삼이 들어간 닭 국물 요리가 뭘까 했더니 삼계탕이었다.



한국식 라면의 위상 또한 대단한지라, 편의점에서 라면을 판다면 한국 라면을 들여놓는다. 한국식 라면이 인기가 있다 보니 다른 나라 생산 제품인데 한글을 적어 K처럼 위장하기도 한다. 이제는 정말 K-푸드의 위상을 가벼이 여길 수가 없다. 가장 한국적이면서 가장 세계적인, 내가 사랑하고 우리가 사랑하는, K의 힘을 여러 방면에서 실감하고 있다.



언젠가 셰어하우스 언니들과 했던 바비큐 파티에서 찍은, K-바비큐의 꽃 사진으로 마무리할까 한다. K-바비큐 얘기에 볶음밥이 빠지면 안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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