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1-19
클레어 언니가 나와 비슷하게 지역이동을 한다. 클레어언니와도, 나와도 인사를 하기 위해 소피는 우리를 중국집에 데려갔다.
소피는 원래 자주 시를 읊는다. 소피는 정말 시적이다. 하지만 이런 소피가 예전에는 스스로를 정말 부족하다고 느꼈었다고 한다. 글을 쓰고 싶었는데 멋진 글을 쓴다는 게 본인 능력 밖의 영역으로 느껴졌다고. 대신 좋아하는 시와 문학의 구절들을 읽고, 또 읽고, 달달 외워질 때까지 읽다보니 이제는 누군가 어떤 말을 했을 때 관련 된 시 한편과 문장을 통으로 왼다. 이제는 그냥 소피가 시의 한 구절이다.
소피가 만날 때마다 자주 외웠던 구절이 있었다.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 사랑을 기다리는 나를 자주 느꼈다. 그러면 괜히 이 기다림이 즐겁게 느껴지기만 했다. 나는 오늘에서야 이 문장의 뜻을 알아챘다.
'정말 많이 만나고 싶은 마음을 문장에 꾹꾹 눌러 담은 거였구나.'
저 말을 떠올린 사람은 얼마나 만나고 싶었으면 목적조차 잃어버릴 정도의 마음을 품게 됐을까? 그 마음을 품기까지 얼마나 소란스러운 마음을 견뎌내고 담담해졌을까? 그게 갑자기 마음에 꽂히는 바람에 볶음밥을 입에 넣고 눈물을 줄줄 흘렸다.
바보같은 나는 이 말이 떠날 나를 벌써부터 그리워하는 소피의 마음이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됐다. 그래서 나는 한참을 더 먹지 못하고 눈물을 닦았다. 계속 흐르는 눈물을 막을 길이 없었다. 마음을 나눈, 마음을 나눠가진 듯한 나의 할머니 친구. 소피가 앞에 있는데도 너무 많이 보고 싶고 만나고 싶다. 그 마음을 벌써부터 견디기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