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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배 Zoe Sep 20. 2023

수상할 정도로 평화로운 곳, 태즈메이니아 호바트

23-01-27


살라망카 마켓의 주차장에 주차를 해두고 나와서 본 카페의 입간판이다. 쓴 커피 한 잔보다 단 건 없다. Sweetter과 Bitter을 섞어 사용한 문구가 재치 있다.



호바트는 시드니나 멜버른에 비해 브런치 가격이 저렴하다. 그래도 지금 내 예산 안에서 먹을 수 있는 수준은 거나하지 않다.



관광의 도시에선 초콜릿 가게가 성업 중이다. 여행에 초콜릿은 어쩌면 필수적인 걸까?



이곳 또한 공원이 멋지다. 공원에는 사람들이 아무렇게나 앉아 있고 누워 있다. 그리고 길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고 있다. 이건 시드니의 해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저 아저씨가 책을 읽고 있는 풍경이 참 영화같이 멋있어서 몰래 찍으려 했는데 들킨 것 같다. 분명 카메라 소리가 안 들리는데 낌새가 느껴졌나?



호주에선 어드벤처 한 활동이 꽤 인기가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이 범선은 항해동안 자원봉사자를 받는다. 소개글에는 항해 동안 새로운 세상을 배우며 많이 성장할 수 있었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같은 후기들이 있다. 재미있을 거 같단 생각이 든다.



길을 걷다 보니 작은 갤러리들의 천국이다. 공간이 정말 신기하고 멋진 곳을 발견했다. 마치 우리네 서까래 같은 천장을 가지고 있고 화장실마저도 예술적이다.



이렇게까지 예술적인 화장실은 처음이라 잠깐 당황스러운 마음도 들었다. 건물 바깥으로 나오는 휴식 공간 같은 곳조차도 예술 작품이 뒤로 걸려있고 조형물이 앞에 설치되어 있다. 시드니에서 만났던 노부부처럼 돈을 많이 벌어놓고 이제 여유로운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의 행선지가 바로 태즈메이니아인 듯하다. 오늘 읽은 책에 이런 내용이 나왔다. 소비가 예술을 촉진시킨다고. 아마도 돈 많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니 이렇게 예술산업 또한 발달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뭔가 신기해 보여 들어선 골목에 예술 작품 같은 게 있다. 어떤 소리가 들리는 작품이라고 한다. 어떤 소리인지 내 귀에 들리진 않았지만 신한 곳이다. 그리고 무작정 골목을 올라갔다. 새로운 길을 걷는 건 내가 좋아하는 일 중 하나다.

(이곳이 꽤 역사적인 장소이며 시티에서 배터리 포인트로 올라가는 계단이기도 했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됐다)



시드니에 비하면 주택이 아주 화려하다고 보긴 어렵지만 꽃들을 정원마다 모두 알록달록 심어둔 건 다르지 않다.



이곳은 전시관 같은 곳이라 돈을 받는 곳이었다. 그런데 정원이 마치 모네의 정원 같다. 모네의 정원에 비하면 규모가 작아도 한참 작지만 그래도 정원의 구색이 꽤나 알차 보인다.



호주 시티 내에는 주차 요금을 내야 하거나 주차 시간에 제한이 걸려 있는 곳이 많다. 덕분에 나는 마켓 주차장에 댔다가 1시간 무료 주차인 곳에 차를 댔다가, 이곳을 발견하고 차를 세울 수 있었다. 앞으로는 Short Beach라는 해변이 있다. 다음번에 시티에 나올 일이 있으면 이곳 주차장을 이용하면 딱 이겠다.



해변에는 큰 개가 주인과 함께 놀고 있었다. 강아지가 뛰어노는 모습조차도 왜 이렇게 평화로워 보이는 건지 진짜 이상하다. 언젠가 호주는 이상할 정도로 평화로운 곳이라는 말을 본 적이 있었다. 정말 이 평화가 수상하다. 어떻게 이 정도의 평화가 가능한 거지 신기하다.



태즈메이니아는 호주 메인랜드보다 물가가 비싸다는 말에 조금 긴장을 했다. 그런데 마트 물가는 그냥 똑같다. 세일을 하는 것마저 똑같고. 태즈메이니아에서 나오는 요거트를 싸게 살 수 있을까 했더니 이런 대형 마트는 시드니나 멜버른과 다를 바 없다. 살라망카 마켓 같은 곳에 가면 지역 특산품을 조금 싸게 살 수 있다.



애플 사이다를 한 병 사서 마시고 이런 곳을 찾아 앉았다. 나무에 앉아 있다가 추워서 햇빛 아래 앉았다. 내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리는데 왜 이 머리카락조차 평화롭게 느껴지는 건지. 역시나 수상하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한다. 나는 진짜 부러울 만한 여행을 하고 있다. 이렇게 다니는 나도 정말 행복한데 보는 사람에겐 얼마나 부러울까? 근데 여행을 다니면서 이런 여행은 사실 나 같은 어린애를 위한 여행은 아니란 걸 느낀다. 티네이저들은 놀이터에서 놀고, 2-30대 청춘들은 술집으로, 클럽으로, 핫한 비치로 가고, 결혼하면 아이들을 데리고 박물관, 갤러리, 도서관, 유원지 같은 곳을 가고, 내가 다니는 여행길에는 노부부들이 있다. 그러니까 내 속도가 지금 빠르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이 조금 빠르단 생각이 든다. 이런 여행이란 누군가에게 평생 이룰 버킷리스트인데 한국에서는 나 같은 애가 오는 게 어쩌면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단숨에 해치우는 게 습관인 듯하다. 역시나 빨리빨리의 민족.



나는 노부부들을 보며, 길을 보며, 소피를 보며 많이 깨닫게 된다. 그런 나이가 되어서도 여행을 다니고 싶다. 이렇게 여행 다닐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지금 내 시점의 과제다. 이렇게 쏘다니기만 하면 내게 이 찬란한 시절이 그저 눈부신 과거에 갇혀버릴 거란 걸 안다.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 당장 내일 죽을 거라는 마음을 품고 살지만 인생이 길게 이어진다는 것 또한 아는 사람으로서 긴 계획을 한다. 그래서 나는 모든 여행길에서 발전을 위한 공부와 동행했다.



그리고 호바트 시티로 다시 돌아가 공원 벤치에 앉아 글을 썼다.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글을 썼다. 소피의 이야기를 적는 일이라 그런지 글 쓰는 게 더 재밌다.


오늘 배운 걸 통해서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의 계획을 쭉 짰다. 대책 없이 발부터 움직일 때가 많지만 나는 이런 긴 플랜을 항상 두고 있다. 물론 이렇게 짜두고 갑자기 어떤 일이 생겨서 어떤 방향으로 틀어버릴지 알 수 없지만, 우선은 다짐한다. 지금과 같은 순간을 그저 찬란한 과거에만 남겨두지 말자고. 계속되는 현재에 끌고 갈 수 있는 내가 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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