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2-11
호바트 시내에선 작은 규모의 공연이 열렸다. 프랭클린 광장에서 이런 공연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태즈메이니아에서 워킹 홀리데이 중인 사람들끼리 이곳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렇게 네 명이 모였다.
이런 곳에 왔을 때 신기한 점은 저 멀리 있는 노인들이다. 젊고 자유로운 영혼들은 노래를 부르고, 중후한 백발의 신사, 숙녀분들은 흥에 올라 춤을 추고 있다. 그 춤선이 마치 우아한 백조 같기도 하다. 정말 낯설고 생경한 광경이다.
돈가스와 비슷한 Parmi로 출출한 배를 달래고 우리는 내일 열릴 우든 보트 페스티벌에서 만나기로 또 약속을 잡았다.
우든 보트 페스티벌과 함께 레거시 프로그램도 진행 중인데 해군의 과거 역사를 이야기하는 공연 같아 보였다.
페스티벌을 하는 덕에 우리 집에선 또 불꽃놀이가 보인다. 내 방에서 보이는 뷰는 호바트 시내와 웰링턴 산이다.
바다 위에 요트가 정말 많아졌다. 프로그램 중에 요트 경기가 있었던 덕일 테다. 평소와는 조금 다른 풍경에 페스티벌로 가는 길에 흥이 오르기 시작한다.
우든 보트 페스티벌 옆쪽으로 작은 카니발을 운영 중이었다. 놀이공원이 없는 이런 작은 도시에는 축제가 열릴 때마다 각종 놀이기구가 세워진다.
해산물 요리를 알려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프로그램의 마지막에 음식을 나눠줬다. 시간을 잘 맞춰가서 굴과 연어요리를 얻어먹었다.
우든 보트 페스티벌은 이런 식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온갖 요트들이 모여 정박해 있었고 가끔 어떤 보트에는 SALE이란 문구와 함께 연락처가 붙어 있었다.
보트 위에선 이렇게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본인들의 재미를 위해 공연을 하기도 한다. 어떤 소리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어딘가 토속적이고 정겨운 음악이 들려왔다. 작은 협탁을 두고 술을 홀짝이는 사람들도 있고, 바비큐를 하거나 식사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마치 보트 캠핑과 같은 느낌이었다고 하면 이해가 쉽지 않을까?
우리는 호바트 브루어리로 자리를 옮겼다. 테스터를 몇 잔 마셔보고 나는 맥주가 아닌 11도의 술 하나를 골랐다. 술이 들어가니 이야기가 재밌어져서 자리를 또 옮겨 쌀국수까지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자리에는 사회 복지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언니가 있었다. 나는 호주의 사회복지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고 생각했는데 언니는 그게 정말 좋은 일인지에 대한 의문을 얘기해 줬다. 호주에선 우울증에 걸리면 돈을 받고 쉴 수 있다. 그런데 그 돈을 받을 수 있는 점 때문에 사람들은 발전 의지가 없어진다고 한다.
아픈 사람이 충분히 쉴 수 있게 돕는 제도가 좋다고 생각했는데 그 쉼이 평생 지속돼 버릴 수도 있는 거다. 여전히 어려운 문제인 거 같긴 하다. 아픈 사람이 억지로 버텨가며 사회생활을 지속하는 게 맞는지, 아프니까 그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아도 괜찮게 두는 게 맞는지.
오늘 확실히 깨달은 점은 나는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외국인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물론 재미있지만 한국인에게 더 깊은 이야기를 듣고 싶다. 나는 사람에 가장 관심이 많으니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내가 호주에서 겪을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이 아닐까?
그러기에 이곳 호바트는 워홀러가 별로 없다. 게다가 보통 함께 일하는 인도, 네팔 코워커들은 그리 프랜들리 하지 않다. 어울리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들만의 결속력이 정말 강하다. 추위를 대비하지 않고 온 호주인데 점점 추워지는 것도 그렇고 워홀러들도 별로 없는 것도 그렇고, 내가 원하는 경험을 위해서 지역을 옮기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하게 된다.
이런 결정을 내리면 나는 다음 행동을 해야 한다. 이곳에서 볼 수 있는 건 모조리 보고 가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