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인사이트
신문, 잡지의 지면을 빌리는 광고는 아주 오래된 광고 방식이다. 이색적인 것,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요즘 세태와는 맞지 않아 보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재밌는 시도를 한 몇 가지 사례가 있다. 인쇄물은 시각에 편중된 매체지만 약간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더하면 새로운 경험이 된다.
음료 브랜드 Revive Kombucha가 2019년 2월, 잡지 Rolling Stone에 먹을 수 있는 인쇄 광고를 실었다. ‘혀의 마음’을 열라(Expand Your Tongue’s Mind)는 광고 메시지답게 열린 마음(?)으로 콤부차 음료에 도전해 볼 것을 권한다. 한 페이지에 못 미치는 크기의 광고는 다시 검지 손톱만 한 작은 사이즈로 잘라낼 수 있도록 점선처리 돼 있다. 점선을 따라 뜯은 종이를 혀에 올려놓고 맛을 보면 된다.
이건 마약의 일종인 LSD를 먹는 방법을 모방한 건데, 우리나라보다 이런(?) 지식이 좀더 널리 알려진 미국에선 재밌는 사용 방식일 듯하다. 건강음료로 떠오른 지 얼마 안 된 콤부차의 맛에 익숙해지려면 어쩌면 마약을 하는 것만큼 열린 마음이 필요할지도. 콤부차라는 제품의 성격에서부터 독특한 맛까지 총체적인 부분을 아우르는 광고다.
두 번째는 스웨덴의 광고 에이전시 NORD DDB가 지난 1월, 폭스바겐을 위해 만든 인쇄 광고다. 스웨덴은 겨울이 무척 긴 나라다. 동화의 나라이기도 하다. 이 두 가지 요소를 폭스바겐의 나이트 비전 기술을 홍보하는 데 활용했다. 경제지인 Dagens Industri Weekend에 실렸는데, 주변의 밝기에 따라 동화의 내용이 달라진다.
밝은 곳에서 읽으면 아기 사슴이 차에 치인다는 새드 엔딩이지만 어두운 데서는 해피 엔딩이 된다. 종이 하나에 일반 잉크와 형광 잉크 두 가지로 동화를 인쇄해서 구현했다. 밤에 시야 확보가 어려워 발생하는 로드킬 문제와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자동차 기술을 한 페이지의 광고로 묘사했다.
세 번째는 웃기는 광고로 유명한 올드 스파이스다. GQ의 2018년 4월호에 새로운 향을 홍보하기 위한 광고를 담았다. 단, 올드 스파이스답게 종이로 재킷을 만들었다. 브랜드 컬러인 빨간색 재킷인데, 입으면 말 그대로 향기로운 남자로 만들어준다. 일반 향수 회사처럼 시향지를 포함시켰다면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과하긴 하지만 평소 유머러스한 이미지가 형성돼 있는 올드 스파이스이기에 가능한 광고다.
마지막은 잡지나 신문에 실린 건 아니지만, 책이라는 인쇄 매체로 자동차를 홍보한 사례다. 이노션이 기아 자동차의 스팅어 모델을 홍보하려고 제작한 거다. 100명의 자동차 저널리스트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목적이다. Text Drive. 이름대로 책을 보는 동안 스팅어의 주행 경험을 느껴볼 수 있다. 손으로 긁으면 타이어 냄새가 난다거나, 섬유 천을 만져볼 수 있다. 시각, 촉각 그리고 후각을 하나의 인쇄 매체에 담았다.
브로셔나 팜플렛은 사실 읽지도 않고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다고 아예 안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럴 때 이런 방법을 시도해보는 건 어떨까. 정보만 들어있는 게 아니라 팝업북처럼 인터랙티브 요소가 포함돼 있다면 한 번쯤 만져보거나 냄새를 맡아보게 될 것이다. 제품의 정체성과 잘 맞는 인터랙티브 요소만 제공한다면 인쇄 매체도 시대에 상관 없이 사람들의 호기심과 관심을 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