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 던킨(Dunkin') 과 칼스버그(Carlsberg)
캠페인 메시지는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를 담고 있죠. 제품과 어울리는 캠페인 메시지를 선정하고 더 많은 사람에게 이를 알리는 것. 판매와 직결되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 꾸준히 브랜드의 제품을 사랑해줄 소비자 집단을 구축하기 위한 목적인데요. 기업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제품을 생산할 기술력이 갖춰지다 보니 이제는 기능이나 성능의 싸움이 아니라 어떤 이미지를 갖느냐가 중요해졌습니다.
사실 이성적인 방식이 아니라 소비자의 감성에 호소하는 감성 소비에 관한 논의는 꽤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한 사안이긴 하지만요. 다만 변화가 있다면, 이전에는 기억에 오래 남는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치중했다면 요즘은 체험하는 아이템으로 현실에 직접 구현하는 추세입니다.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더라도 사람들이 직접 만지고 느낄 수 있는 물건 제작함으로써 캠페인 메시지를 물리적으로 전환하는 것이죠.
이와 유사한 흐름에서 최근에 본 두 가지 마케팅 사례를 소개할까 합니다. 하나는 커피 브랜드 던킨(Dunkin’)이 커피에서 바이오디젤을 추출해 이 연료로 에너지를 공급받는 타이니 하우스이고, 다른 하나는 맥주 브랜드 칼스버그(Carlsberg)가 일반인들을 모집해 숲 속에 지은 모듈형 펍입니다.
먼저 던킨인데요. 던킨보다 던킨 도너츠라는 이름이 더 친숙한 브랜드죠. 그런데 올해, 내년부터 사명을 던킨으로 바꾸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도넛이 아니라 커피를 비롯한 다양한 음료를 주력 상품으로 삼겠다는 포부인데요. 그래서 그런지 최근 적극적으로 기발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소개하려는 사례도 던킨의 커피를 강조하기 위한 마케팅 중 하나입니다. The Home That Runs on Dunkin`입니다. 말 그대로 던킨으로 작동하는 작은 집을 건축했습니다. 이동이 가능한 타이니 하우스입니다.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한 이유는 사람들이 던킨의 커피를 마시고 에너지를 얻는 것을 건축으로 가시화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이 집 또한 사람들처럼 커피를 에너지 삼아 불을 밝히고 기기를 작동시키는 것이죠. 커피 가루로부터 바이오 연료를 추출하기 위해 생화학 회사, 집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타이니 하우스를 전문적으로 짓는 건축 회사와 그리고 내부 인테리어는 배우 올리비아 와일드(Olivia Wilde)와 협업해 그럴싸한 집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10월 중에 에어비앤비를 통해 이곳에서 묵을 사람들을 모집했습니다.
커피보다 도넛이 먼저 떠오를 만큼 도넛 브랜드로서의 이미지가 강했던 던킨이 사업 방향을 새롭게 정립하면서 2006년부터 사용해오던 America runs on Dunkin 슬로건을 한층 강화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과거와 지금. 같은 슬로건을 전면에 내건다는 점은 같지만, 이를 구현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생겼죠. 현재는 과거처럼 단순히 이미지와 문구를 강조한다고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습니다.
생화학 회사, 건축 회사 그리고 배우. 과하다 싶을 정도로 정성을 들여 물리적인 결과물로 캠페인 메시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이 정도는 되야 이목을 끌고 사람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 상황인거죠.
칼스버그 또한 브랜드 가치를 건축물로 표현했습니다. 먼저 칼스버그의 슬로건은 The Danish Way입니다. 덴마크를 대표하는 맥주 브랜드인만큼 덴마크인의 라이프스타일인 여유나 안락함 그리고 우정 등을 바쁘고 혼잡한 영국 사람들에게 전달해주고자 이러한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던킨과 마찬가지로 에너지 독립형 펍입니다. 영국의 콘월 지역에 설치했고요. 주변의 폭포로부터 동력을 얻는다고 해요. 이 펍도 에어비앤비를 통해 많은 사람의 관심을 유도했죠.
https://www.airbnb.co.kr/rooms/19840170
칼스버그 캐빈(Carlsberg Cabin)은 완성된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지만, 이것을 건축하는 과정도 꽤 인상깊습니다. 칼스버그 캐빈은 Build the Danish way라는 캠페인을 통해 지어진 펍이에요. 브랜드의 오리지널 슬로건 앞에 Build라는 동사를 붙여서 덴마크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짓겠다는 의미를 나타내죠.
정말 말 그대로입니다. 추상적인 덴마크 스타일을 건축하기 위해 6명을 모았습니다. 6명은 서로 모르는 사이이며, 살아 생전 단 한번도 건축과 관련된 일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이들에게 칼스버그는 외딴 숲에 펍을 지을 것을 요구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들에게 다 맡긴 것은 아니고 사전에 건축가가 모듈식으로 설계해둔 것을 서로 힘을 합쳐 펍을 완성하는 작업입니다. 이들이 펍을 짓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시리즈물로 유튜브에 연재됐는데요. 펍을 지으려고 만난 사람들은 처음엔 서먹하지만, 같이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친구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마치 현실에 있을 법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처럼요. 자연스럽게 캠페인과 마케팅 그리고 브랜드를 홍보하는 브랜디드 콘텐츠를 펍과 함께 만든 셈이죠.
https://www.youtube.com/watch?v=whCcHrmUQ8o
덴마크를 대표하는 브랜드다 보니 덴마크인의 스타일을 표현한 이들의 슬로건은 구체적인 행동이나 가치를 메시지화한 다른 브랜드의 슬로건보다 모호한 측면이 있습니다. 덴마크식 라이프스타일이라니, 잘 감이 안오죠. 하지만 낯선 사람들이 모여 우정을 쌓고, 친환경적인 공간에서 맥주를 마시며 안락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은 칼스버그가 추구하는 덴마크 스타일이 무엇인지 직관적으로 알려줍니다.
캠페인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낸다는 점에선 이전의 마케팅 방식과 다를 바 없지만, 건축물을 활용한 두 사례는 건축물이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브랜드의 노골적인 의도를 완충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기업이 내세우는 가치를 노골적으로 표현한 건축물이긴 하지만, 사람들은 일차적으로 흥미롭고 재미있는 건축물로 인식하니까요.
그리고 다소 과해 보일 수 있지만, 화학 회사와 협업한다거나 건축을 모르는 사람들도 지을 수 있는 모듈형 건축물 설계를 사전에 맡긴다거나 하는 일종의 오버액션이 오버액션으로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진정성으로 다가온다는 점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 이야기를 하기 위해 저렇게까지 했어?’라는 놀라움과 함께 ‘저 가치를 정말 중요시하는구나’는 인상을 심어주면서 진정성 있는 기업으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