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인사이트 - 버거킹과 쿠어스 라이트
인기 브랜드 간의 신경전은 팬들에게 재밌는 볼거리를 선사한다. 특히 맥도날드, 버거킹, KFC 등 패스트푸드 업계의 디스전은 그 역사가 오래됐음에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오늘은 버거킹과 쿠어스 라이트, 두 브랜드의 마케팅 사례를 비교하고자 한다.
버거킹 브라질은 Burn That Ad라는 마케팅 캠페인을 공개했다. 스타벅스의 사이렌오더처럼 앱에서 주문·결제를 마칠 수 있는 기능인 BK Express를 홍보하기 위해 앱 접속자를 늘리려는 의도다. 캠페인은 간단하다. 제목처럼 버거킹 이외의 다른 패스트푸드 브랜드의 광고를 불태우면 된다. 앱에 접속해 거리, 백화점, 지하철 혹은 잡지에 등장하는 타사의 광고를 카메라로 스캔하면 알아서 증강현실로 그 광고를 불태운다. 단순하긴 하지만 버거킹의 주메뉴인 와퍼가 불맛과 강렬한 화력을 중시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맥락적이고 유기적으로 잘 연결되는 마케팅이다.
사실 위의 사례처럼 타 브랜드를 공격하는 마케팅은 많다. 이런 마케팅은 유쾌하고 흥미롭긴 하지만, 그만큼 한계도 있다. 반드시 다른 브랜드를 언급해야 한다는 점. 대체로 2위 브랜드가 많이 사용하는 기법이라는 점. 역효과로 상대 브랜드가 더 좋은 이미지를 획득하게 될 위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맥주 브랜드인 쿠어스 라이트의 마케팅은 영리하다. 쿠어스 라이트는 스마트 맥주 탭을 개발했다. 고객에게 최상의 상태인 맥주를 제공하기 위해서? 그 말도 맞다. 하지만 주 목적은 경쟁사에 반격하기 위해서다. 최근 미국에서는 버드 라이트라는 맥주 브랜드가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상승세에 힘입어 확실히 자리매김 하려는지 슈퍼볼 시즌 이후로 계속해서 경쟁사인 쿠어스 라이트와 밀러 라이트를 공격하는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요지는 다른 브랜드들이 맥주 양조 과정에서 옥수수 시럽을 사용하고 있다는 내용.
(맥주 브랜드들의 이해관계는 아래 기사에 잘 요약돼 있다.)
http://www.hankookilbo.com/News/Read/201902261680387896
이에 쿠어스 라이트는 처음에는 트위터 등을 통해 자신들이 쓰는 옥수수 시럽은 저과당이며, 발효 단계에서만 사용하고 있다고 해명으로 대응했다. 그러다가 공개한 것이 바로 스마트 맥주 탭. 맥주 탭과 함께 ‘Refresh the Conversation’이라는 문구를 덧붙였는데, 말 그대로 맥주 탭을 통해 대화 국면을 전환하겠단 뜻이다.
버드 라이트의 네거티브 공세에 일일이 설명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마다 맥주를 공급한다. 즉, 스마트 맥주 탭이 버드 라이트의 광고를 모니터링하다가 소셜 미디어나 광고 채널에 쿠어스 라이트와 관련한 부정적인 광고를 내보내면 이를 감지하고 파란 불빛을 밝힌다. 그리고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시원한 무료 맥주를 제공한다. 사람들이 원하는 건 옥수수 시럽이 사실은 그렇게 유해한 것이 아니며, 저과당이라 칼로리가 낮다는 등의 구구절절한 설명이 아니라 단지 맛있는 맥주일 뿐이라는 거다.
물론 마케팅이 효과적일지는 장담할 수 없다. 기발한 방식이긴 하지만 섭취하는 제품인 만큼 원자재 및 원료에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옥수수 시럽과 관련해선 유전자 변형 식품이라든지 비만 문제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가 겹쳐져 있어서 귀추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듯하다.
브랜드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내려 갈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버드 라이트와 같은 네거티브 공세에 쉽게 무너진다. 그런 의미에서 쿠어스 라이트 사례는 상대 브랜드의 프레임에 얽히지 않고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살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