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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Dec 31. 2023

새 사람으로 거듭나기

2023 연말 회고

2023년을 마무리하며, 올 한해 나한테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일이 있다.

나는 매년 연말연초가 되면 가장 친한 친구들과 한 해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 올해는 좀 늦어져서 4월이 되어서야 만남이 이루어졌다. 그 해 최고의 음식, 최고의 소비, 가장 감동 받았던 일, 인상 깊었던 일 등을 나누고, 마지막 질문으로 새해 목표를 말하는 시간이었다. 나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내뱉었다.

“새해에는 좀 더 적극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

구체적으로 어떤 면에서의 적극성을 말하는 거냐는 물음에, 나는 예시로 2022년 연말에 했던 소개팅을 얘기했다. 지금까지 소개팅으로 만났던 사람들 중에서 가장 괜찮은 사람이라 생각했지만 서로 시간이 안 맞아 흐지부지하게 끝난 소개팅이었다. 한 번 더 만나자고 해볼까 고민하다가 어차피 잘 안 될거라 생각해서 말았지만, 뒤늦게 생각하면 아쉬움이 약간 남았다. 새해에는 그런 후회를 남기지 않겠다는 내 말에, 친구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그럼 지금 당장 연락 해봐!”

나는 어이가 없었다. 이미 4개월이 지나서 얼굴도 기억 안 나는데? 어차피 끝난 인연,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두고 새해부터 새로운 사람이 되어보겠다고 했다. 그러자 내 말에 한 친구가 단호하게 물었다.

“지금 못하는데, 다음에는 할 수 있을 것 같아?”

아마 그때는 또 그때의 이유를 대면서 못할 거라고 했다. 어차피 잘될 가능성이 없을 거라고 말하자, 잘될 거라고 생각해서 권유하는 게 아니라고 했다. 안 될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나는 매사에 가능성을 따져보고 실패할 것 같은 일은 시도도 안 하는 사람이다. 그런 소극적인 태도를 바꿔보겠다는 거 아니냐고 했다. 실패할 것을 알면서도 부딪혀보는 것, 그리고 결국 실패하는 경험을 해보는 게 의미가 있는 거라고 했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라 납득해버렸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그분에게 연락해서, 한 번 더 만날 약속을 잡았다.

여차저차해서 그분이랑은 결국 잘 안 되었다. 그렇지만 그 결과와 상관없이, 내가 지금까지 해오던 행동방식을 깨뜨렸다는 것 자체로도 이 일은 내게 큰 의미가 있었다. 친구들이 새로운 소연으로 거듭난 거라고 부둥부둥해줬고, 나도 그것만으로 만족스러웠다.

한 사람을 타인과 구별짓는 고유한 특성이 무엇일까. 나는 바로 개인의 사고체계라고 생각한다. 개개인은 X라는 Input을 넣었을 때 Y라는 Output이 도출되는 함수와 비슷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라는 사람은, 특정한 상황에서 특정한 생각과 행동을 하기 때문에 나라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내가 평생 동안 관성대로 해오던 나의 행동양식을 바꿨을 때, 나는 새로운 사람으로 변화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의지만 있다면 쉽게 가능하다.

4월에 있었던 이 일은 2023년 내내 주문처럼 내 마음 한 구석에 함께했다. 새로운 사람이 되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나는 원래의 나라면 하지 않았을 것들을 시도해보았다. 가령, 다짜고짜 생각나는 친구들에게 전화를 해본다거나, 친해지고 싶은 사람에게 먼저 밥을 먹자고 해본다거나, 기분 나쁨을 솔직하게 표현해보거나,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불러본다거나, 잠깐의 만남을 위해 비효율적으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보거나, 어쩌면 지금 여기 불특정 다수를 향해 이런 개인적인 글을 쓰는 것까지도, 원래의 나라면 하지 않았을 일들이다. 그리고 그런 일들로 가득찬 나의 2023년은 유독 다채롭고 우여곡절이 많았던 것 같다.

그 모든 행동의 결과가 전부 다 좋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시도해보았기 때문에 나는 그런 행동들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해보니 별 거 아니다. 내 행동의 범위는 단지 내가 제한하고 있었을 뿐이다.

요즘에는 내가 그동안 가장 못했던 것을 시도해보는 중이다. 항상 순종적으로 모두가 가는 길만 곱게 따라서 걸어온 나는, 못하겠다고 말하는 걸 참 어려워했다는 걸 깨닫고 있다. 아마 미움 받을 용기가 부족한 탓인 듯하다.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좀 더 나를 위한 선택들을 해보는 것이 향후 과제가 될 것 같다. 2023년이 도전의 해였다면, 2024년은 그 시도들을 기반으로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한 해가 될 수 있길. 그래서 좀 더 성장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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