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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쉬플랏 Aug 10. 2021

2021년 6월 버전의 나를 기록합니다

컨셉진 에세이 프로젝트에 도전했다.


 '당신의 일상이 조금 더 아름다워집니다'를 슬로건으로, 8월을 제외하고 매달 한 권씩 한손에 쏙 들어오는 잡지를 발행하는 컨셉진. 슬로건에 걸맞게 인터뷰 프로젝트, 창의성 프로젝트 등 독자 참여가 가능한 프로젝트도 기획하곤 한다. 나는 그 중 에세이 프로젝트(6월)에 참여했다. 매일 아침 하나의 단어를 전달 받아 950자 이내의 에세이를 작성하는 이 프로젝트는 남과 약속하지 않으면 좀처럼 글쓸 용기를 내지 못하는 나에게  어느 정도 강제성이 부여된다는 점, 쓰기 싫은 주제가 나와도 써야 한다는 점, 그리고 30일 중 25일 동안 에세이 쓰기에 성공하면 이를 엮어 한 권의 책으로 인쇄해 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나는 인쇄 가능 하한선인 25일치를 꼭 맞추어 맞추어 도전에 성공했고, 8월 초 열 권의 책이 집으로 도착했다(프로젝트에 포함된 기본 인쇄 매수는 한 권이다. 희망자에 한해 추가 금액을 지불하고 더 인쇄할 수 있다). 제약이 많았지만 제약이 많아서 할 수 있었다. '무지하게 잘 쓰겠다'는 욕심을 버렸기에 거의 매일밤 쓰는 데 필요한 용기가 났다. 막상 인쇄본을 받아들고 보니 잘못된 맞춤법과 띄어쓰기, 통일되지 않은 숫자 표기 등이 눈에 띄어 약간 괴로웠지만, 실수는 내가 뭔가를 했다는 것의 증명이므로 그 자체에 의미를 두고자 한다. 


 이 책이 정말 나냐고 묻는다면, 인쇄본이 나온 지 한 달 정도 흐른 지금의 나는 이미 이것을 쓰던 나와는 달라진 부분이 있다고 말하겠다. 쓸 때 솔직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7월과 8월을 거치면서 내가 진화했기 때문이다(진화에는 목적과 방향이 없음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 그래도 2021년 6월의 나는 아직 나로서 싱싱하다. 테세우스의 배처럼 이 책 속의 나와 현재의(그러니까 미래의) 나의 동일성을 확신할 수 없는 때가 온다면 같은 주제로 새 글들을 써보고 싶다. 


*일러두기

1. 이 브런치북에 담긴 글은 《컨셉진》6월 에세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결과물입니다.
2. 이 브런치북의 목차는 컨셉진에서 전달받은 단어의 순서와 관계 없이 구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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