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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쉬플랏 Aug 10. 2021

그러니까 결심은 작게 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오늘의 단어: 습관

 결심이 습관이 되는 데는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할까? 누군가는 습관이 사람을 만든다고도, 한 가지 일을 1만 시간 동안 하면 전문가가 된다고도 한다. 그러나 1만 시간 후의 자신을 상상하는 것, 그렇게 먼 미래의 성취를 떠올리는 일은 때때로 습관을 만드는 데 방해가 된다. 완벽하지 못할 바에야 안 하는 게 낫다고 믿는 게으른 완벽주의자에게는 더욱 그렇다. 당장 오늘 처리해야 할 일만으로도 여덟 시간이 빠듯함을 알 때, 여덟 시간을 회사에서 보낸 후 지친 몸에는 아무런 의욕이 남지 않음을 알 때 직장인이 결심할 수 있는 범위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그러니까 결심은 작게 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너덜너덜해진 뇌로도 아주 약간의 의지만 더하면 미루지 않을 수 있을 만큼 간단한 일, 그만큼 좋아하는 일, 시간이 적게 드는 일로. 매일 출근 두 시간 전에 일어나 트레드밀 위를 달리고 있다. 알람이 울리면 오늘은 쉴까, 하는 달콤한 유혹에 빠지지만 40분 뒤 느낄 상쾌한 기분을 떠올리면 이불을 박찰 용기가 생긴다. 퇴근 후 온라인 프랑스어 낭독 스터디에 15분 남짓을 쓴 지도 다섯 달이 다 되어간다. 다들 자기 낭독에 신경 쓰기 바빠 내 비루한 발음을 들어볼 여유는 없을 거라고 믿기 시작한 이후 미션을 완료하는 날이 많아졌다.


 여기에 더해 한 달간 매일 950자 에세이를 쓰는 건 욕심을 내기에 따라 아주 부담스러운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역작을 쓰겠다는 욕심은 버리기로 했다. 그저 매일 밤 열두 시가 되기 전, 주어진 단어에 대해 30분 정도 생각해 보는 습관을 들여두면 언젠가 역작을 쓸 때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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