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쫀득한 글

노릇노릇 구운 관계

by 조인

나와 가장 가까운 당신은

가깝고자 했던 당신은

내 글이 어렵다고 늘 말했다


처음에는 자책했다

나는 쉬운 글을 쓰고자 했는데

사랑하는 너조차 읽기 어려운 글을 짓고 있었다니


잠깐 망연자실 했으나

오히려 너를 아는 계기 된 걸까

공들여 쓴 내 분신들을 소중히 여겨주길 바랐던 마음이

강요에 가까웠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가끔은 거친 표현에 상처를 받지만

뒤돌아보면 너의 마음이 보인다


그 마음만 받으면 될 것을

굳이 줄을 긋고 해석해가며

우리의 관계에 점수를 주려했다


어느 친구와는 싸우고 나면 사랑을 확인한다

그래야 서로 솔직했을 테니까

마음을 태우며 배려하는 일은

다시금 멀어지는 일이기도 하니까


우리가 구워낸 관계가 이렇게 다른 모양이다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어도

당신을 너를 여러분을 만나면

이렇게 감촉이 달라진다


붙었다 멀어졌다 진득했다 포슬했다

우리 사이의 알맞은 거리가

삶을 말랑쫀득하게 만든다


우습게도 맑은 날이 좋다는 착각에 빠져 살지만

눈물 짓는 날은 오히려 쫀득하게 굴려진다


누군가와 멀어진 만큼 꼭 붙는 우리 관계

그게 맛이다

너를 설득할 수 없는 글 안에서 이렇게 말랑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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