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머리의 실핀

찰랑이게 하는 사람들

by 조인

원치 않게 싹둑 잘린 머리

삶도 그러하듯 잘려버린 머리카락도 뒤로가기는 없다


그렇게 내 머리 곳곳에는 실핀이 꽂힌다

거추장스럽지 말라

흘러 내리지 말라

깊이를 드러내지 말라

더 꽉 묶어라


그것이 인생이었다

나밖에 알 수 없는 마음의 고리

마음에 찰 때까지 눌러꽂는 실핀


그러다 툭 풀린 몇 가닥

길이를 가늠하려드는 시선

주눅이 들어야 마땅했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아니, 여기선 신경쓰지 않았다


그게 뭐 어떤데?

실은 너의 맘에 들고자 했나

그 말 한마디가 나머지 족쇄를 푼다

가벼워진 머리가 찰랑인다

찰랑이게 하는 사람들


여전히 그들을 벗어나면

하나둘 꽂히지만

그럴 때면 그들을 떠올린다

기다렸다며 곁을 여는 당신들을 닮는다


나를 더 나아지게 만드는 사람들

사랑의 다른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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