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에는 보이지 않는 무게추가 있다. 행복 뒤에는 불안이 감돌고, 고난 중에는 반드시 올 행복을 꿈꾼다. 으레 감으로 끼워맞추기식 굴곡을 삶의 진리 삼아 버텨왔는데. 오늘은 그중에서도 거짓말처럼 딱 들어맞는 하루. 딱 행복한 만큼 불행이 찾아 왔다.
감히 사랑을 말해보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 작은 습관, 성격 하나하나 내가 둘이 된 것 같은 기분에 들뜨는 시간이 잦아졌다. 때때로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사람이라, 어쩌면 내가 조금 더 성숙해지면 당신이라 눈만 마주쳐도 다 알아, 말을 아낄 수 있는 우리였다. 슬프게도, 감격스러운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불행은 어김없이 일에서 시작되었다. 나를 살리고 죽이길 서슴치 않던 평생의 업. 지금 이 기분은 딱, 팽팽한 줄다리기에서 반대편이 예고없이 손을 놓은 듯한 허탈감. 무력감. 패배감. 지난 월요일, 나는 생전 처음으로 회사에서 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