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을 글로 풀어낸다면, 어떤 줄기가 있을까.지나온 무수한 하루를 반추하다아무도 읽지 않을 식상한 소재들로 페이지를 채웠다. 현실로 돌아온 나는 단서를 찾아 두리번거렸고, 시선은 의외의 곳에서 멈췄다. 익숙한 듯 손수건을 꼭 움켜쥔 손. 어쩌면 나를 가장 잘 표현하는 수단일지도모르겠다.
20년 가까이 내 옷장 한 켠은 늘 손수건의자리였다. 매일 열어보는 곳, 가장 손을 뻗기 쉬운 자리에 늘 빳빳한 자태로 쌓여있다. 마치 해결하지 못한 숙제처럼. 물론 싫다는 건 아니다. 여러모로 유용한 존재이니까. 덕분에 나도 꽤 이득을 본다.
어느 순간 환경을 돌보는 마음으로 손수건과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한번 쓰고 버리는 휴지나 물티슈를 대신하는 선택지로 꽤 훌륭한 대체품이다. 고등학생 때부터 손수건을 챙겨다닌 나도 경험상 매우 동의하는 바. 평소 습관 덕분에 자연스럽게 실천하는 사람이 되어버린 흐름으로 '불편할텐데 대단하다.'는 과분한 칭찬도 듣곤 한다. 오히려 없으면 불편해지는 당연한 소지품일 뿐인데. 어쩌면 휴대전화만큼, 아니 그 보다 더... 내 체면을 위해서라도 꼭 챙겨다녀야 하는 것이 바로 손수건이다.
나는 극심한 안구건조증 환자다.(진짜인지 여전히 의문) 병원에서도 그냥 살아야지 어떡하냐고 포기한.(너무해) 겨울에는 겨울이라서, 여름에는 여름이라서, 봄은 봄이라서, 가을은 가을이라서... 기억 저편으로 건너가면 아주 어린 시절에도 눈물을 흘리는 내가 서있다. 왜 내 눈밑은 늘 빨갛고 따가울까 어찌할 바 몰랐던 초등학생, 눈물 연기 자신 있으니 배우나 해볼까 고민했던 중학생, 나는 왜 워터프루프 화장을 해도 다 지워지냐며 신세한탄 했던 고등학생, 손수건과 단짝이 된 채 화장은 어느 정도 포기하고 사는 성인이 되기까지. 마르지 않는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부모님도 눈치채지 못하는 나만의 고충. 그저 너무 당연해서 말할 생각조차 못했던. 아니, 말하지 않아도 눈치채주길 바랐던 시간을 떠올리면, 손수건의 존재를 몰라 소매가 늘 젖어 있던 어린 나를 떠올리면, 눈물의 역사는 인생의 줄기와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도 평생 이야기가 마르지 않을,짭짤한수분을 가득 머금은 옹골진 줄기. 그리하여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눈물 이야기를 써보려 한다. 웃기거나 슬프거나 맛있거나, 진짜 눈물은 어떨 때 나오는지까지. 고구마줄기처럼 줄줄이 딸려 나올 이야기가 많아서 일단은안심. 아무에게도 호소하지 못한 품안의 이야기가 어서 세상 밖으로 나와 포만감 짙은 이야기가 되어주기를 바라며, 첫 글을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