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영화 속 클래식 05.디즈니 판타지아,스트라빈스키 불의 제전
안녕하세요. 매달 2, 4번째 주에 영화 속 잊혀지지 않는 클래식 명곡들을 모은 '영화를 살린 클래식' 칼럼으로 찾아오는 바이올리니스트 겸 비올리스트 "쏘냥 (박소현)"입니다.
긴 한파의 겨울을 지나 새싹이 다시 피어나고 동면을 취하던 동물들이 잠에서 깨는 봄, 비발디의 사계 중 "봄",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봄의 소나타" 등에서도 느낄 수 있듯 봄이란 제목을 가진 클래식 작품들은 새로운 탄생과 생명을 상징하는 계절인 봄처럼 밝고 희망차게 표현되고 있습니다.
오늘 다뤄볼 "판타지아 (Fantasia)" 시리즈의 네번째 작품은 기존의 모든 "봄"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이미지를 파괴시킨, 당시 모두에게 충격을 안겨줄 정도로 파격적으로 봄의 의미를 재해석한 "스트라빈스키"의 발레 "봄의 제전 (The Rite of Spring)"입니다.
이 작품 역시 곡이 시작하기 전 "딤스 테일러 (Deems Taylor, 1885~1966)"가 곡과 영상에 대한 작품 설명을 하는데요. 여기서 딤스 테일러는 스트라빈스키가 자신이 쓴 발레 "봄의 제전"의 작곡 의도가 "원시적인 생활을 표현하기 위해서"라고 하였다는 것을 밝히고 있으며, 발레 "봄의 제전"에서 보여지는 원시 부족의 춤을 지구가 우주 속에서 창조되어 공룡 등의 선사 시대의 "생명 탄생의 역사"로 재해석한 연출가 " 로버츠 (Bill Roberts, 1899~1974)"의 작품 의도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출신의 미국 작곡가인 "스트라빈스키 (Igor Fyodorovich Stravinsky, 1882~1971)"는 후기 낭만주의 시기에 태어나 원시주의, 민족주의, 인상주의, 신고전주의, 재즈, 12음계, 현대음악에 이르기까지 음악가로서는 굉장히 장수한 89세의 음악가답게 방대한 수와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을 남겼습니다.
그렇기에 스트라빈스키의 작품은 큰 스타일의 차이에 따라 3개의 시기로 나눠서 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초기의 원시주의와 민족주의, 중기의 신고전주의와 재즈의 수용, 그리고 후기의 12음기법과 현대음악으로 나누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 중 스트라빈스키의 3대 발레 음악으로 꼽히는 1910년 작품 불새, 1911년 작품 페트루슈카, 그리고 1913년 작품인 이 봄의 제전이 바로 초기의 스트라빈스키의 음악 스타일인 "원시주의", "민족주의"를 대표하는 작품입니다.
스트라빈스키의 3대 발레 음악 중 첫 작품이자 그가 세계적인 명성을 갖게 만들어준 출세작인 "불새 (Firebird)", 그리고 러시아 민족주의를 대표하는 "림스키 코르사코프 (Nikolay Andreyevich Rimsky Korsakov, 1844~1908)", "무소르그스키 (Modest Petrovich Musorgsky, 1839~1881)", "발라키레프 (Milli Alekseevich Balakirev, 1837~1910)", "보로딘 (Aleksandr Porfiryevich Borodin, 1833~1887)" 등의 러시아 5인조의 영향을 받아 만든, 제목 또한 러시아 전통 인형 중 남자 인형의 이름을 뜻하는 "페트로슈카 (Petrouchka)"의 성공과 달리 극단적인 원시주의와 불협화음으로 가득 찬 "봄의 제전"은 초연 당시 그 음악적인 과격하기까지 한 충격적인 새로운 시도 뿐만 아니라, 당시 발레에 대한 인식조차 뒤집어 엎어버린 천재 무용수이자 안무가 "바슬라프 니진스키 (Vaslav Nijinsky, 1889~1950)"의 안무 때문에 그야말로 충격에 휩싸여버렸습니다. 그 문화적 충격으로 인해 관객들은 둘로 나뉘어 버려 야유와 함성, 그리고 찬사를 보내는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고 합니다.
스트라빈스키 자신은 초연에서 니진스키의 안무가 자신의 의도와 달리 상업적이고 자신의 음악적 의도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 생각했기에 니진스키에게 크게 실망하였고 그 후에는 발레 없이 음악만을 무대에 올리며 자신의 음악만으로 사람들의 호응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스트라빈스키는 1921년에서야 "레오니드 마신 (Leonid Fuodorovich Myasin, 1896~1979)"의 새로운 안무와 함께 발레 "봄의 제전"을 무대에 올렸습니다.
스트라빈스키는 자신의 자서전에서 "봄의 제전"을 "추상적인 바버리즘"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바버리즘 (Barbarism)"은 야만, 미개하다란 뜻으로 고전적인 표현을 따르지 않는 야만적이고 불순한 말이나 문학을 뜻하고 있습니다.
원시주의와 일맥상통하는 이 "추상적인 바버리즘"은 형태나 형식 등의 구체성이 없는 가장 근본적이고도 원초적인 태초의 생명을 표현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참으로 작곡가의 의도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이 작품은 한마디로 "원시 부족민들이 봄의 신에게 처녀를 제물로 바치는 의식"이라 표현할 수 있으며, 1부 8곡, 2부 6곡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1부는 "대지에의 경배 (L'Adoration de la terre)"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으며 "서곡 (Introduction)", "봄의 피어남 (Les Augures printaniers)", "젊은 남녀들의 춤 (Danses des adolescentes)", "유괴의 유희 (Jeu du rapt)", "봄의 론도 (Rondes printanieres)", "적대 관계에 있는 부족들의 유희 (Jeux des cites rivales)", "현자의 행차 (Cortege du Sage)", "현자 (Le Sage)", "대지의 춤 (Danse de la terre)"로 이뤄져 있습니다.
목관 악기의 저음 파트를 담당하는 바순의 멜로디로 시작하는 1부는 주술적이고도 신비로운 분위기와 팀파니, 금관 악기 등의 긴장감과 역동적인 부족의 의식을 표현하는 음의 진행과, 현악기와 관악기들의 혼란스러우면서도 교묘하게 어우러지는 음을 통해 적대 관계에 있는 두 부족들의 경쟁 구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1부의 마지막은 기괴한 분위기로 현자들의 모습을 보여준 뒤 대지의 의식을 격렬하게 표현해주고 있습니다.
"서곡 (Introduction)", "젊은이들의 신비로운 모임 (Cercies mysterieux des adolescents)", "선택된 처녀에 대한 찬미 (Glorification de L'Elue)", "조상의 초혼 (Evocation des ancetres)", "조상의 의식 (Action rituelle des ancetres)", "희생의 춤 - 선택된 처녀 (Danse sacrale - L'Elue)"로 이뤄진 2부는 "제물 (Le Sacrifice)"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2부는 본격적으로 봄의 신에게 봄을 가져다 준 것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선택된 처녀를 제물로 바치는 의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1부와는 달리, 밤을 묘사하는 2부의 서곡을 지나 젊은이들이 모여 제사에 바쳐질 처녀를 고르고, 그 희생이 될 여성을 찬미하는 격렬한 춤을 추며 점점 긴장감은 고조됩니다.
광적인 분위기의 제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선택된 처녀는 희생되고, "봄의 제전"의 제일 처음에 바순의 연주와 함께 나왔던 멜로디가 조용히 흐르며 여성은 신에게 바쳐집니다.
디즈니의 "판타지아 1940" 속 4번째 작품인 "봄의 제전"도 역시 1부와 2부가 크게 나눠져 있습니다.
스트라빈스키의 1부가 의식을 행하기 전의 낮을 표현하고 있었다면, 판타지아의 영상 속에서는 우주 속 無에서 지구가 탄생하고 화산 활동, 비 등으로 대지와 바다가 탄생하여 생명이 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기까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제물 의식을 보여주는 2부를 판타지아 속에서는 미생물에서 시작해 생물이 진화하여 공룡으로 발전한 선사 시대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긴장감을 주는 부분에서는 공룡들의 싸움이나 죽음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마지막은 기후 변화로 공룡들이 모두 멸종하고 다시 자연이 새로운 시대를 위해 모든 것을 무로 돌려놓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판타지아 속 영상에서 마지막에 재등장하는 봄의 제전 도입부의 주제를 태양의 모습에 포커스를 주고 사라지는 것으로 표현한 것은 "밤의 제사"로 묘사하여 2부를 어둠 속의 달빛 속으로 사라지게 만드는 스트라빈스키와 마신과는 또 다른 해석을 하고 있기에 굉장히 색다르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스트라빈스키가 디즈니의 "판타지아" 작업에 참여를 했거나 조언을 하였다는 공식적인 기록은 없습니다. 판타지아를 봤는지에 대한 것도 스트라빈스키와 월트 디즈니가 디즈니의 작업실에서 조우했다는 사진으로만 짐작해 볼 수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스트라빈스키의 야만적인 원시 부족의 의식을 넘어 지구의 발생과 공룡의 시대인 선사 시대의 탄생과 죽음, 또다른 시작을 예감하는 판타지아의 영상은 "봄"을 새롭게 해석하고, 또 그 해석을 조금더 나아간 모습으로 재해석해 보여주며 신선한 충격과 함께 작곡가의 의도를 다른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고 있습니다.
판타지아 속 봄의 제전이 끝나고 나면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연주자들은 모두 일어나 무대 밖으로 퇴장합니다. 판타지아의 1부가 끝이 나고 Intermission이 시작되는 것이죠.
다음 시간에는 영화 "판타지아 1940"의 2부를 시작하는 작품이자 5번째 작품인 베토벤의 전원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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